어린이날 더 빛낸 '캐릭터 유니폼'... 이제 '아이돌 유니폼'도 나올까 [류선규의 비즈볼]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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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롤스타즈 유니폼을 입은 두산 정수빈(왼쪽)과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브롤스타즈 유니폼을 입은 두산 정수빈(왼쪽)과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올해 어린이날(5일)은 3년 만에 5개 구장에서 모두 프로야구 경기가 치러졌다. 지난 2년간은 우천으로 2023년 고척스카이돔 경기만 정상적으로 열리고 나머지는 취소됐다. 올해는 다행히도 비가 오지 않아 5개 구장 가운데 4곳에서 매진을 기록했다.

덕분에 지난 5일 KBO리그는 시즌 175경기 만에 300만 관중을 돌파했다. 2012년 190경기였던 종전 역대 최소 경기 300만 관중 기록을 15경기 줄인 것이다. 앞서 올해 KBO리그는 4월 6일 60경기 만에 100만 관중(종전 65경기), 4월 22일 118경기 만에 200만 관중(종전 126경기)을 돌파했다. 한마디로 올해 KBO리그 흥행은 순풍에 돛단 격이다.


올해 어린이날 야구장 흥행 돌풍 속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캐릭터 유니폼이었다. 야구단들이 모바일 게임, 키즈 애니메이션, 지역 마스코트 등 다양한 캐릭터와 협업을 통해 공개한 캐릭터 유니폼을 선수들이 입고 경기를 치렀는데, 어린이날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두산 베어스는 모바일 게임인 브롤스타즈 유니폼을 착용했고, 한화 이글스는 지역(대전)의 마스코트인 꿈돌이 유니폼을 입었다. KIA 타이거즈는 원정팀임에도 선수들이 '대세' 키즈 애니메이션인 티니핑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이 팀들은 모두 어린이날 경기에 승리해 어린이 팬들의 기쁨은 두배였다.

어린이날 만큼은 야구장이 '공 놀이터'가 아닌 '캐릭터 놀이터'로 변신한 것이다. 다만 아쉬운 대목은 NC 다이노스가 초식 공룡 캐릭터인 '조구만'과 콜라보 상품을 어린이날에 맞춰 발표했는데 홈 경기가 열리지 못하고 수원에서 경기를 치른 점이다.


대전의 마스코트 꿈돌이 유니폼을 입은 한화 선수들. /사진=한화 이글스
대전의 마스코트 꿈돌이 유니폼을 입은 한화 선수들. /사진=한화 이글스
KBO리그에서 캐릭터 유니폼이 등장한 건 2016년이었다. 그해 4월 롯데 자이언츠의 도라에몽 유니폼, 8월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전신)의 '피카츄 유니폼'을 선수들이 입고 경기에 출전했다.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도라에몽'과 '피카츄'가 다양한 콜라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야구단 유니폼 안에 들어갔다.

프로야구와 인기 캐릭터의 만남은 2014년 NC 다이노스가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뽀로로'의 친구 '크롱'의 입단식을 진행한 것이 시초다. '크롱'은 NC 다이노스의 상징과 같은 공룡 캐릭터였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KBO리그는 홈 유니폼과 원정 유니폼 각 1종류만 있었다. 그러다 2002년 SK 와이번스가 '꿈의 유니폼'을 선수들이 착용하면서 KBO리그에서 제3의 유니폼인 '얼트 유니폼'의 시대가 열렸다. 2010년대 들어 얼트 유니폼이 없는 구단이 없었으며 2020년대에는 캐릭터 업체와 컬래버한 캐릭터 유니폼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KIA 선수들의 티니핑 유니폼.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KIA 선수들의 티니핑 유니폼.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캐릭터 유니폼의 인기는 KBO리그의 독특한 문화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나 일본 프로야구(NPB)에서도 유명 캐릭터 상품이 다양하게 선보이지만 선수들이 캐릭터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는 장면은 보기 드물다. 그러나 KBO리그는 유명 캐릭터가 새겨진 유니폼을 선수들이 입고 뛴다.

이는 2030 여성들이 야구장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야구 굿즈 판매가 활성화됐고 캐릭터 상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져 유니폼을 포함해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영향으로 보인다. 올해는 7개 구단이 캐릭터 업체와 컬래버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져 야구 굿즈의 대표격인 선수단 유니폼은 변신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 여성들이 아이돌 문화를 야구장에 이식시켰다는 평가가 많은데, 머지 않아 아이돌의 캐릭터가 선수단 유니폼에 새겨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 산업이 스포테인먼트(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결합)화하고 있는 가운데 두 산업이 컬래버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다.

예를 드렁 대세 걸그룹인 '아이브(IVE)'와 컬래버하는 한화 이글스 유니폼이나 역시 대세 걸그룹인 '에스파(aespa)'를 컬래버하는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프로야구 선수들이 경기를 뛴다면 지금의 캐릭터 유니폼과는 다른 느낌을 줄 것 같다. 2000년대 초반 얼트 유니폼으로 시작된 유니폼의 진화, 발전은 최근 야구 굿즈의 활성화와 비례하고 있는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류선규 전 단장.
류선규 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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