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사망→알코올 중독→암 극복→UCL 영웅, 37세 베테랑 '폭풍 눈물'... '인생이 영화' 아체르비, 인터밀란 결승 이끌었다

이원희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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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네 인자기 인터밀란 감독과 포옹하는 프란체스코 아체르비(오른쪽). /AFPBBNews=뉴스1
시모네 인자기 인터밀란 감독과 포옹하는 프란체스코 아체르비(오른쪽). /AFPBBNews=뉴스1
 프란체스코 아체르비의 골 세리머니. /AFPBBNews=뉴스1
프란체스코 아체르비의 골 세리머니. /AFPBBNews=뉴스1
이탈리아 인터밀란의 베테랑 수비수 프란체스코 아체르비(37)가 영화 한 편을 만들었다. 인생에서 여러 역경을 이겨내고 '별들의 무대' 영웅으로 올라섰다.

인터밀란은 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챔피언스리그(UCL) 4강 2차전 바르셀로나(스페인)와 홈 맞대결에서 연장 승부 끝에 4-3 짜릿승을 거뒀다. 앞서 1차전에서 양 팀은 3-3으로 비겼다. 이로써 인터밀란은 합산 스코어 7-6을 기록, UCL 결승에 진출했다. 인터밀란은 2009~2010시즌 이후 15년 만에 대회 4번째 정상에 도전한다.


연장에서 결승골을 넣은 것은 교체로 들어간 다비데 프라테시였다. 하지만 팀을 구한 건 아체르비였다. 인터밀란은 후반 42분 바르셀로나 공격수 하피냐에게 역전골을 허용했고, 2-3으로 뒤져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아체르비가 후반 추가시간 3분 천금 같은 동점골을 뽑아냈다. 덕분에 인터밀란은 연장에서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사실 아체르비는 여러 굴곡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의 표본이다. 지난 2006년 파비아(당시 세리에C)에서 프로 데뷔한 아체르비는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오랫동안 임대 생활을 보냈다. 스페치아, 레지나, 제노아, 키에보 등 하부 리그 팀들을 거쳤다. 2012년에는 명문클럽 AC밀란 유니폼을 입으며 호비뉴, 마리오 발로텔리 등 유명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하지만 벤치 생활로 6개월 만에 제노아로 이적했다. 제노아도 곧바로 아체르비를 키에보로 임대이적시켰다.

선수 커리어는 물론, 아체르비 인생에서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AC밀란 선수 시절 아버지가 사망했고, 이로 인해 아체르비는 우울증까지 겪어야 했다. 아체르비는 슬픔을 달래기 위해 술에만 의존했다. 아체르비는 알코올 중독에 걸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아체르비의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2013년 아체르비는 사수올로로 이적한 뒤 고환암 진단을 받았다. 그나마 다행히도 건강검진에서 발견됐다. 그는 곧바로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1년 뒤에도 암이 재발했다. 아체르비는 경기가 끝난 뒤 진행된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는데, 이는 약물이 아닌 고환함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체르비는 다시 한 번 재활을 거쳐야 했다.

아체르비는 지난 2019년 이탈리아 라 레푸블리카와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나는 AC밀란에서 바닥을 쳤다. 왜 뛰어야하는지 몰랐고, 경기에 나서야 하는 이유를 잃어버렸다. 그때 나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무엇이든지 마셨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암이 나를 구했다. 맞서 싸워야 할 새로운 적이 생겼고, 한계를 극복해야 했다. 덕분에 새롭게 인생을 시작했다. 잊고 있었던 세상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더 이상 무언가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고백했다.

 프란체스코 아체르비(왼쪽)의 득점 장면. /AFPBBNews=뉴스1
프란체스코 아체르비(왼쪽)의 득점 장면. /AFPBBNews=뉴스1
실제로 아체르비는 안정을 되찾았다. 사수올로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한 뒤 2018년에는 라치오로 이적했다. 라치오에서 핵심 수비수로 활약하며 리그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다. 이탈리아 대표팀 일원으로 유로 2020 우승에 일조하기도 했다. 아체르비는 2022년 인터밀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30대를 넘긴 나이에도 변함없는 클래스를 과시했다. 지난 시즌에도 아체르비는 '라이벌' AC밀란전에서 결정적인 헤더골을 뽑아내 팀 리그 우승에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올 시즌에도 아체르비는 리그 20경기에 출전, 경기당 평균 태클 1.2회, 가로채기 1.3회, 걷어내기 3.7회 등을 기록 중이다. 걷어내기의 경우 팀 최고 기록에 해당한다. 덕분에 인터밀란은 리그 2위(승점 74)를 달리고 선두 나폴리(승점 77)를 추격하고 있다.

아체르비의 활약은 UCL에서도 이어졌다. 4강에서 바르셀로나를 무너뜨렸다. 시모네 인자기 감독은 후반 막판 센터백 아체르비를 전방에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이는 제대로 통했다. 아체르비는 자신의 주발 왼발이 아닌 오른발로 동점골을 뽑아내 사령탑의 믿음에 보답했다. 아체르비는 경기가 끝난 뒤 감격의 '폭풍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축구팬들도 인터밀란 구단 SNS를 통해 아체르비 활약에 찬사를 보냈다.

프란체스코 아체르비(오른쪽). /AFPBBNews=뉴스1
프란체스코 아체르비(오른쪽).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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