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드래프트→다년 계약→키움 유일 3할 타자' 최주환을 일으킨 건 '신뢰'였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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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최주환이 7일 KIA전 결승타를 날리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 최주환이 7일 KIA전 결승타를 날리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감독님께서 믿어준다는 게 엄청난 것 같아요."

프로 데뷔 20년을 바라보는 최주환(37·키움 히어로즈)의 커리어에 '전폭적인 신뢰'라는 단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그만큼 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해왔지만 이전과는 다른 무한 신뢰 속에 놀라운 반등을 그려내고 있다.


키움은 13승 27패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선발진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져 있는데 팀 타율도 0.237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 가운데서 최주환의 외로운 에이스의 역할을 맡고 있다.

2006년 2차 6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뒤 2020년까지 원클럽맨으로 뛰었던 그는 시즌 종료 후 SK 와이번스(SSG 전신)와 4년 총액 42억원에 대형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었으나 이적 후 3시즌 동안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계약 마지막 해를 앞두고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팀의 35인 보호 명단에서 제외된 최주환은 키움의 선택을 받고 이적했다. 이적 첫해 타율 0.257 13홈런에 그쳤지만 2020년 두산 시절 이후 이후 가장 많은 84타점을 올리며 키움의 해결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결국 키움은 시즌 종료 후 2+1+1년 최대 12억원에 최주환과 다년 계약을 맺었다.


최주환이 7일 KIA전 8회말 3타점 2루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최주환이 7일 KIA전 8회말 3타점 2루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그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외국인 타자 2명이 모두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는 가운데 최주환은 팀 내에서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 유일한 3할 타율(0.301)의 주인공이다.

지난 7일 KIA 타이거즈에 거둔 11-10 대역전승에도 최주환의 지분이 상당했다. 8회말 2사 만루에서 3타점 싹쓸이 역전 2루타를 때려내는 등 3타수 2안타 2볼넷 4타점 1득점으로 훨훨 날았다. 이날 경기에선 KBO 역대 61번째 700타점 기록도 달성했다.

팀 내에서 타율은 물론이고 최다안타(43), 타점(23), 장타율(0.448)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가장 타격감이 뜨겁기에 2번 타자는 물론이고 3번, 4번, 5번까지 돌아가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팀이 치른 40경기 중 단 2경기에서 쉬어갔는데 과거와는 달리 철저한 휴식 보장 차원의 결장이었다.

최주환은 지금의 반등을 이끈 원동력이 신뢰라는 부분에 적극 공감했다. "팀에서 믿고 맡겨주면 저는 거기에 엇나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모범을 보이려고 하는 성격"이라며 "그런 게 베테랑으로서 중요한 부분이고 감독님께서 믿어준다는 100%의 신뢰감이 엄청난 것 같다. 그런 게 있었을 때 전 더 잘하려고 하게 된다"고 말했다.

키움 최주환.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 최주환.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최주환의 커리어를 보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두산 시절부터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지만 풀타임 주전으로 출전한 시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시즌마다 최주환은 매번 최고의 성적을 써내곤 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타격에 비해 부족하다고 꼽힌 수비 때문이었다. 2루 수비에 욕심을 나타냈던 최주환이지만 키움으로 이적하며 1루수에 전념하게 된 것도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다.

최주환은 "여기 오기 전까지는 2루에 대한 걸 못 내려놨었다. 작년 3월에 LA 다저스와 경기를 했을 때가 내려놓게 된 시기였던 것 같다. 성격이 기왕이면 어설프게 보다는 제대로 해내야 겠다는 욕심이 있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작년엔 풀타임 1루수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경험이나 여유가 시즌을 겪으면서 점점 생겨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팀 내에서 더 비중이 커진 만큼 마음가짐을 더 독하게 먹고 있다. 최주환은 "투수와 기싸움에서는 절대 지지 말자 그래야 투수를 깔고 들어갈 수 있다. 매번 칠 수는 없고 야구는 30%만 성공해도 잘하는 것이지만 이 기회에서 눌리면 안 된다고 중시하며 타석에 나서고 있다"며 "그런 부분이 독기라고 할 수 있다. 밑바닥부터 올라오면서 그런 게 내면에 다져져 있었는데 베테랑이 되면서 조금 더 유하게 하려고 했을 뿐이지 없어진 건 아니다. 그런 게 확실히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키움은 연령대가 매우 낮은 팀이다. 그만큼 어린 선수들이 많은 기회를 받는 팀이기도 하다. 최주환은 이제 갓 프로에 입문한 후배들을 향해 "선수들에게 야구장은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상대를 이기지 못하면 내가 죽는 곳이고 나도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왔다. 냉정한 곳"이라며 "어린 선수들이 야구장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초원에서 날뛰듯이 자유롭게 하지만 전쟁터이기에 싸워서 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면 충분히 더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키움 최주환. /사진=안호근 기자
키움 최주환. /사진=안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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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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