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투성이가 돼도 좋다' 독립리그 출신 2할타자 미친 존재감, '한화 26년 만의 대기록'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고척 현장]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 글자크기조절
한화 황영묵이 9일 고척 키움전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황영묵이 9일 고척 키움전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황영묵이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한화이글스 경기 3회초 1사 1,2루 문현빈의 안타에 득점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한화 황영묵이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한화이글스 경기 3회초 1사 1,2루 문현빈의 안타에 득점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한화 이글스가 26년 만의 10연승을 극적으로 달성했다. 홈런 5개를 맞고도 끝내 역전해내 만들어진 대기록의 시작점은 타율 2할의 황영묵(26)의 발끝이었다.

한화는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방문경기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7-5로 역전승했다.


7회가 되기 전만 해도 한화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던 경기였다. 선발 투수 엄상백이 3⅔이닝 5피안타(4피홈런) 2사사구(1볼넷 1몸에 맞는 볼) 2탈삼진 4실점으로 무너진 반면, 키움 선발 하영민은 6이닝 2실점 호투로 살얼음 같은 리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신들린 대타 작전이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7회초 구원 등판한 오석주를 상대로 대타 이도윤과 김태연이 차례로 등판해 연속 안타로 무사 1, 3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등장한 황영묵은 직구와 커브를 흘려보내며 0B2S의 불리한 볼 카운트로 시작했다. 그러나 두 개의 직구를 모두 쳐냈고 한가운데로 뚝 떨어지는 커브를 강하게 쳐 2루 베이스 근처로 가는 땅볼 타구를 생산했다.

키움 2루수 김태진은 다이빙 캐치로 잡은 뒤 1루로 송구했지만, 이미 황영묵의 발이 1루 베이스를 지나간 뒤였다. 인상적인 장면은 그다음이었다.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친 공은 외야 중앙 워닝트랙에서 잡혔지만, 1루에서 2루까지 도달하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황영묵은 새하얀 유니폼 하의가 흙투성이가 되도록 뛰어 2루에서 세이프 판정받았고, 이는 1사 2, 3루 찬스로 이어졌다. 결국 문현빈의 좌익수 뜬공 타구에 3루 주자 이원석이 홈으로 쇄도하면서 4-4 동점이 만들어졌다.


황영묵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4로 맞선 7회말 구원 등판한 박상원이 최주환과 이주형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흔들렸다. 그러나 황영묵이 루벤 카디네스의 땅볼 타구를 2루 베이스 근처에서 잡아 2루를 밟고 가볍게 1루로 송구, 병살을 끌어냈다.

한화 1번타자 황영묵이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한화이글스 경기 7회초 무사 1,3루 내야땅볼을 치고 1루에서 세이프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한화 1번타자 황영묵이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한화이글스 경기 7회초 무사 1,3루 내야땅볼을 치고 1루에서 세이프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이었다. 이후 9회초 2사에서 문현빈의 결승 솔로포로 시작된 빅이닝으로 한화의 7-5 역전승이 완성됐으나, 황영묵의 7회 허슬 플레이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시나리오였다.

경기 전만 해도 황영묵의 활약을 예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 경기 전까지 황영묵의 시즌 타율은 0.209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화 김경문 감독은 황영묵이 지난해 하영민에게 타율 0.667(9타수 6안타)로 매우 강했다는 걸 떠올렸고 과감히 1번 타순에 전진 배치시켰다.

그러면서 김경문 감독은 최근 연승의 이유로 "누구 하나만 잘 나서 연승한다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야수들은 베이스 러닝과 수비를 잘해주고 있다. 필요한 시점에 또 다른 선수가 나타나서 좋은 역할을 해주는 등 모든 게 어우러져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다"고 답했는데, 그 말을 현실화한 것이 황영묵이었다.

황영묵은 수진초-성일중-충훈고 졸업 후 군 제대 후 독립리그까지 진출했다가 극적으로 2024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31번으로 한화에 지명돼,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데뷔 시즌인 지난해 123경기 타율 0.301(349타수 105안타) 3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737로 일약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2년 차인 올해는 초반 공·수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으나, 서서히 컨디션이 올라오면서 한화의 10연승 질주와 18년 만의 단독 1위 등극에 기여했다. 특히 한화의 10연승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1999년 이후 26년 만이다. 당시 한화는 1999년 9월 24일 인천 현대 유니콘스전부터 10월 5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10연승을 했었다.

이날 고척돔은 평일임에도 1만 6000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서면서 키움은 구단 창단 첫 5경기 연속 매진에 성공했다. 김경문 감독은 "어려운 경기였지만, 선수들이 집중력 있게 잘 역전해줘 승리한 경기다.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큰 힘이 됐다.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남겼다.

한화 황영묵이 9일 고척 키움전에서 1루를 밟은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황영묵이 9일 고척 키움전에서 1루를 밟은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기자 프로필
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