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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본기(가운데)가 11일 수원 KT-롯데전에 앞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롯데 전준우(왼쪽), KT 장성우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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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본기가 11일 수원 KT-롯데전에 앞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을 찾아온 롯데팬에게 사인해주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지난 11일 경기를 끝으로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 신본기(36)는 지난 시즌 종료 후 KT 위즈 구단 관계자와 대화를 떠올렸다.
KT는 지난 시즌 종료 후 계약이 만료된 신본기에게 전력 외 통보를 했다. 신본기의 지난해 성적은 84경기 타율 0.279(122타수 34안타) 3홈런 1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48. 백업으로서 성적이 나쁘진 않았으나, 2루수 박경수가 은퇴, 유격수 심우준이 한화 이글스로 떠나는 등 내야 리빌딩의 시점이 다가와 이별해야 할 때가 된 것.
신본기는 11일 수원 KT-롯데전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처음 전력 외 통보를 받고 KT에서는 내게 다른 팀을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며칠 동안 고민했고 난 KT 유니폼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그만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고 지난해 11월을 떠올렸다.
그렇게 신본기는 KBO 1군 통산 타율 0.247(2193타수 541안타) 31홈런 260타점 294득점 21도루, 출루율 0.327 장타율 0.330의 기록을 남긴 채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여기서 KT는 의외의 제안을 했다. 신본기는 "(은퇴를 결정했다면) 여기서 은퇴식을 하자고 제안해주셨다. 솔직히 내가 은퇴식을 할 만큼의 활약은 하지 못한 것 같은데 오히려 은퇴식을 열어주신다고 해서 정말 감사했다"고 진심을 전했다.
사실 신본기는 수원 KT보다 부산 롯데의 색채가 조금 더 진한 선수였다. 머무른 기간이 달랐다. 신본기는 감천초-경남중-경남고-동아대 졸업 후 2012년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4번으로 롯데에 지명됐다. 2012년 롯데에서 데뷔해 주로 백업으로 활약했고 2020시즌 종료 후 KT로 트레이드됐다. 롯데에서 9년, KT에서 4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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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신본기 은퇴식 그래픽. /사진=KT 위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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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본기(가운데)가 11일 수원 KT-롯데전에 앞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양 팀 선수단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하지만 KT 이적은 신본기 커리어에 있어 전환점이 됐다. KT 이적 첫해 생애 첫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특히 2021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자신의 첫 한국시리즈 안타를 홈런으로 연결하며 당당히 우승 멤버로 인정받았다. 2022시즌을 마치고는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1+1년 총액 3억 원의 계약도 체결했고, 그 뒤로도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숨은 일꾼으로 활약하며 KBO 1000경기 출장에 성공했다.
KT 구단은 그 커리어 자체를 높이 평가하고 또 이해했다. KT 나도현 단장은 12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신본기는 우리 팀이 수비에 고민이 있을 때 항상 믿고 쓸 수 있는 선수였다. 창단 첫 우승 멤버이기도 했고 KBO에서 1000경기를 출장했다. 그렇게 백업을 하면서 1000경기 출장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보통 은퇴식이라고 하면 KBO리그나 그 팀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선수들이 대상일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KT는 2016년 초대 주장 신명철을 시작으로 KT에서 오랜 기간 뛰지 않았던 선수들에게도 은퇴식을 열어줬다. 은퇴식이 아니라도 홍성용 2군 투수코치, 윤요섭 SSG 잔류군 재활코치 등 잠시 스쳐 간 선수들에게도 은퇴를 기념하면서 신임 코치 환영식을 열어주는 등 세세하게 챙겼다. 은퇴식은 신본기가 7번째로, 6월 1일 수원 KIA전에는 6시즌을 주장으로 역임했던 박경수 KT 1군 QC 코치, 6월 8일 수원 SSG 전에는 우승 멤버 조용호의 은퇴식이 차례로 진행된다. 이들 모두 지금의 KT를 있게 한 선수들이었다.
나도현 단장은 "또 신본기는 가정적인 선수였다. 그런데 야구를 하면서 가족들과 계속 떨어져 있었다. 아시다시피 선행과 봉사의 아이콘이기도 했고, 선수와 그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은퇴식이 성대하지 않을진 몰라도 오랜 기간 힘들게 선수 생활을 이어간 선수와 그 가족들에게는 기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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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본기가 11일 수원 KT-롯데전에 앞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