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 모르겠다 했는데..." 韓 야구역사 된 장면, 볼넷 무산→500호 홈런, 그렇게 새 금자탑을 세웠다 [인천 현장]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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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최정이 13일 NC전 동점 투런포로 통산 500호 홈런을 장식하고 경기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SSG 최정이 13일 NC전 동점 투런포로 통산 500호 홈런을 장식하고 경기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유인구를 던질까, 승부할까 혼란스러웠다. 에라 모르겠다 했는데 실투 하나를 잡았다."

한국 야구 역사에 없었던 500홈런의 주인공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만큼 타격감이 좋지 않았고 자신 없었기에 더욱 놀라운 장면이었다.


최정(38·SSG 랜더스)은 1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팀이 0-2로 끌려가던 6회말 2사 1루에서 동점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복귀 후 10경기 만에 만들어낸 시즌 5호 홈런이자 2005년 입단 후 21번째 시즌, 2303경기 만에 500홈런 대업을 달성했다. 이미 지난해 4월 24일 사직 롯데전에서 468번째 홈런을 날리고 KBO 통산 최다 홈런의 주인공으로 올라선 최정은 다시 없을지도 모를 500번째 아치를 그렸다.

최정의 홈런의 기운을 이어받았을까. 팀도 2-3으로 뒤져있던 8회말 대거 4득점을 보태 짜릿한 6-3 역전승을 거뒀다. NC의 8연승을 저지했고 3연승을 달려나갔다. 19승 20패 1무로 NC 다이노스(6위)와 KT 위즈(공동 7위)를 제치고 단독 5위까지 올라섰다.


경기 후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최정에게 쏠렸다. 수차례의 인터뷰를 거친 최정을 동료들은 양손 무겁게 기다리고 있다. 동료들의 양 손에는 최소 생수통 하나씩이 들려 있었고 한유섬은 양손으로 들기도 쉽지 않은 대형 물통을 들고 나와 최정을 기다렸다. 최정은 정신을 쏙 빼놓는 물 세례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최정이 6회말 동점 투런포를 날리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최정이 6회말 동점 투런포를 날리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최정은 "(500홈런이) 빨리 나와 후련하고 기분이 좋다"는 그는 "타격감이 안 좋았다. 안타는 치면서 장타가 안 나오는 것이라면 스트레스를 받았을 텐데 타격감이 안 좋아 홈런에 대한 스트레스나 빨리 쳐야겠다는 압박은 없었다. 어쨌든 안타에 목말라 있었는데 그게 홈런이 돼 기분이 좋았다. 팀이 이겨서 좋은 분위기에서 축하 받아 두 배로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최다홈런 때와 비교하면) 500이라는 딱 떨어지는 숫자라 더 기분이 좋았고 작년엔 사직에서 달성해서 민망했다. 당시에 500홈런은 인천 팬분들 앞에서 홈런 치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돼 좋다"고 전했다.

볼카운트 3-1에서 볼넷이 되는 듯 했다. 최정도 걸어나갈 준비를 했다. 그러나 스트라이크로 바뀌었다. 타격감이 떨어져 있던 최정은 자신감을 잃었다고 했지만 라일리 톰슨의 가운데로 몰리는 슬라이더를 통타, 좌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투런포를 날렸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던 홈런이었다. 최정은 "웃긴 얘기지만 볼카운트 3-1 때 타격감이 안 좋아서 출루하겠다는 생각만 했다. 욕심도 내지 않았고 볼이라고 생각해서 '출루하게 돼 됐다'고 생각해서 나가려고 하는데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왔다"며 "그 때 자신감이 떨어졌었다. (상대 투수가) 유인구를 던질까 승부할까 혼란스러웠다. '에라 모르겠다' 했는데 실투 하나를 잡았다. 빠른공을 예상하고 넓게 보고 맞히자는 생각으로 휘둘렀는데 마침 슬라이더가 실투성으로 와서 운 좋게 타이밍이 맞았다"고 설명했다.

최정(오른쪽에서 2번째)이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최정(오른쪽에서 2번째)이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시범경기 도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을 뒤늦게 시작한 최정은 지난 2일 LG전에서 복귀해 곧바로 홈런을 터뜨렸고 9경기에서 4홈런을 날렸지만 지난해 10개에 불과했던 병살타를 5개나 쳤고 타율은 0.233(30타수 7안타)로 많은 홈런에 비해 좀처럼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더 기뻤던 500홈런이었다. 최정은 "너무 좋았다. 안타에 목말라 있었는데 홈런 아니면 병살만 치는 것 같았다"며 "원래 병살을 잘 안 치는데 치면 땅볼이 됐다. 병살 스트레스가 많았다. 홈런이 된 것도 좋았지만 좋은 결과(타구)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고 전했다.

홈런과 동시에 가족이 떠올랐다는 최정은 "계속 타격감이 안 좋은데 감독, 코치님들과 대화를 많이 했고 원포인트 레슨도 하고 받았는데 그게 맞아떨어졌다"며 "오늘은 다른 느낌으로 타격을 했다. 강병식 코치님과 대화하면서 다른 포인트로 해보자고 했다. 강병식 코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다 홈런을 날렸을 때는 장소도 사직구장이었고 KIA 타이거즈 팬이 홈런볼을 잡았지만 이번엔 SSG의 오랜 팬인 조상현씨가 홈런공의 주인공이 됐다. 최정은 "사진을 찍으면서 찐 '정말 축하드린다'고 말씀해주시는데 뼛속까지 우리 팀 팬분인 것 같아 흔쾌히 홈런공을 전해주신 것 같다. 정말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걸 느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최정(왼쪽)이 홈런을 날린 뒤 김광현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최정(왼쪽)이 홈런을 날린 뒤 김광현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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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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