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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홍창기가 14일 잠실 키움전 직후 공개된 구단 공식 유튜브에서 팬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구단 공식 유튜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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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홍창기(왼쪽). /사진=김진경 대기자 |
14일 잠실 키움전을 앞두고 만난 한 LG 트윈스 팬은 발만 동동거리며 걱정했던 14일 오전을 떠올렸다.
LG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한국 KBO 리그를 대표하는 출루왕 홍창기(32)의 아찔한 부상 때문이었다. 지난 13일 잠실 키움전에서 홍창기는 파울 타구 수비 도중 1루수 김민수와 충돌로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충돌 당시부터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을 통해 잡혔고 이내 구급차를 통해 그라운드를 떠났다.
홍창기는 평소 진중한 성격에 큰 리액션은 없는 선수로 팬들에게 알려져 있었다. 그런 선수가 무릎을 부여잡으며 손을 흔든 탓인지, 스포츠에 익숙한 팬들은 최소 1년 이상의 재활 기간이 잡히는 십자인대 파열이란 최악의 상상을 하기도 했다. 늦은 시간에 발생한 검진이라 판단이 오래 걸린 것도 팬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LG 구단으로서도 부상 부위를 생각하면 발표에 신중해야 했다. 곧장 가장 가까운 병원에서 검진을 실시했지만, 교차 검진이 필요했다. 그 탓에 그날 자정 무렵 "홍창기는 왼쪽 무릎 부상이다. 결과 및 세부적인 내용은 추가 검사를 통해 늦게 확인될 듯해 14일 전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LG 팬들의 긴 기다림이 시작됐다. 홍창기의 부상 소식을 접한 타 구단 팬들도 걱정했고, LG 구단 유튜브에는 홍창기의 소식을 묻고 쾌유를 비는 팬들의 댓글이 쏟아졌다. 평일 저녁 경기 감독 브리핑이 오후 4시에 시작된다는 사실을 아는 팬들은 "오전 내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감독 발표만 기다렸다"며 그 시간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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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홍창기가 지난 13일 잠실 키움전 9회말 2사 만루에서 수비 도중 김민수와 부딪혀 쓰러졌다. 구급차가 들어왔고 동료 선수들이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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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홍창기가 14일 잠실 키움전 직후 공개된 구단 공식 유튜브에서 팬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구단 공식 유튜브 제공 |
다행히 검진 결과는 생각보다 긍정적이었다. LG 구단은 "홍창기가 왼쪽 무릎 외측 경골 관절 미세 골절 판단을 받았다. 미세 골절 외에는 다른 증상은 없어 수술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대 파열도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지만, 부기로 인해 일주일 후 재검진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세 골절도 작은 부상은 아니지만, 인대 파열보다는 상대적으로 재활 기간이 짧고 운동 능력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기에 다행이라 할 만하다.
일련의 과정은 홍창기가 LG 팬과 KBO 팬들에게 어떤 선수인지 그 위상과 이미지를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홍창기는 대일초-매송중-안산공고-건국대 졸업 후 2016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7순위로 LG에 지명됐다. 2016년 짧은 1군 경험 후 군 복무 후에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으나, 주전 선수의 부상을 계기로 2020년부터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다.
뛰어난 선구안과 준수한 콘택트 능력을 바탕으로 KBO 정상급 외야수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2021년 출루율 1위를 시작으로 3차례 출루왕(2021년, 2023년, 2024년), 한 차례 골든글러브(2021년)를 받았고 2023년 신설된 KBO 수비상을 2년 연속 수상하며 공·수 만능의 국가대표 외야수로 성장했다. 성적뿐 아니라 구단 모두가 인정하는 성실함과 신중함으로 선수단과 관계자들의 지지도 대단하다. 김현수, 오지환, 박해민 등 주장단을 도와 후배들을 신경 쓰는데, 안 따르는 후배가 없다는 구단 관계자의 귀띔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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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유소년 지도자·학부모 대상 KBO 의무세미나 현장에서 유소년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홍창기(오른쪽). /사진=안호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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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홍창기. /사진=김진경 대기자 |
왜 많은 사랑을 받는지 14일 잠실 키움전 승리 이후에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집에서 휴식 중인 홍창기는 구단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근황을 직접 공개했다. 영상 편지에서 홍창기는 "지금 집에서 잘 쉬고 있다. 팬분들께서 많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큰 부상이 아니라고 들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최선을 다한 플레이에도 자신과 부딪혀 일부 팬들에게 비난받은 동료 김민수를 가장 먼저 챙겼다. 김민수도 같은 날 홍창기와 함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상황. 홍창기는 "제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수비를 했었어야 했다. (김)민수나 저나 열심히 플레이하려다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민수도 많이 놀라고 아팠을 텐데 티를 못 내는 것 같다. 팬분들이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주시면 민수에게도 좋을 것 같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진심을 전했다.
끝으로 홍창기는 "저는 당분간 잠실을 떠나있겠지만, 다른 선수들이 열심히 좋은 플레이로 팬분들을 즐겁게 해주실 거라 믿고 있다. 워낙 최고의 선수들이기 때문에 최고의 팬들이 많은 응원을 해주신다면, 더 좋은 플레이로 웃음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좋은 모습으로 팬분들을 만날 수 있도록 재활 잘하고 잘 준비해서 돌아가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다시 볼 날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