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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외국인 타자 루벤 카디네스(왼쪽)와 야시엘 푸이그. /사진=김진경 대기자 |
지난해 361⅔이닝을 합작한 이닝이터 원투펀치 아리엘 후라도-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와 재계약을 포기하고, 외국인 선수 구성을 타자 2명-투수 1명으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 이유는 그럴듯했다. 지난해 키움 팀 타격 성적은 타율(0.264), 홈런(104), 출루율(0.337), 장타율(0.380) 등 다수의 공격지표에서 리그 최하위를 달렸기 때문.
당시 키움 구단은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위한 논의를 여러 차례 가졌다"며 "지난 시즌 팀의 약점과 보완이 필요한 점들을 파악했고, 특히 공격력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모였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라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이번 외국인 선수 영입 결과는 팀의 방향성과 외국인 선수 영입 방침, 젊은 선수들의 성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외국인 선수 구성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그 결정이 지난해 13승 11패 평균자책점 3.68의 헤이수스와 10승 8패 평균자책점 3.36의 후라도를 각각 조건 없이 보류권까지 포기하면서까지 내린 결정이어서 해석이 분분했다. 지난해도 가뜩이나 던질 투수가 없어 마운드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키움이었기에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고, 항상 과감한 선택으로 트렌드를 이끈 키움이기에 기대하는 KBO 타 구단 관계자들의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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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야시엘 푸이그, 루벤 카디네스, 케니 로젠버그.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하지만 2025시즌이 개막한 지 약 두 달이 흐른 시점에서 성적표는 현재로서 낙제점이다. 기대했던 외국인 타자들의 타격 컨디션은 좀처럼 올라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푸이그의 성적은 심각하다. 14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36경기 타율 0.216(139타수 30안타) 5홈런 1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30으로, OPS 부문 규정타석을 채운 53명의 타자 중 리그 50위를 달리고 있다. 카디네스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여서 38경기 타율 0.244(135타수 33안타) 4홈런 23타점 OPS 0.739로 평범하다.
로젠버그는 국내 투수들의 더딘 성장에 점점 힘에 부친 모습이다. 로젠버그는 14일 잠실 LG전 5이닝 4실점(3자책) 투구로 시즌 4패(3승)째를 떠안았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3.95까지 치솟아 4점대가 눈앞이다. 암담한 팀 마운드에 어떻게든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눈물겹다. 로젠버그의 시즌 총 투구 수는 989구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공을 던지면서 3번째로 많은 이닝(57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키움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5.90으로 9위 NC 다이노스의 5.00, 리그 평균 4.04와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로젠버그의 기록을 빼면 6.65까지 치솟는다.
키움이 풀어준 후라도가 9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2.72, 59⅔이닝 51탈삼진, 헤이수스가 8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2.14, 42이닝 44탈삼진으로 각각 승승장구하는 것을 떠올리면 지난해 11월의 선택이 최선이었는지 계속해서 곱씹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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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의 유일한 외국인 투수 케니 로젠버그. /사진=김진경 대기자 |
꼬이는 시즌 계획 속에 유망주들이 신나게 뛰어놀며 건강하게 성장할 토대가 사라지고 있다. 키움이 메이저리그 사관학교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9년 중 8년(2017년 제외)을 가을야구를 경험하며 어린 선수들에게 위닝 멘탈리티를 심어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과거 김하성(30·탬파베이 레이스),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26·LA 다저스) 등이 그렇게 성장해 미국으로 향했다.
14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키움은 13승 32패로 3할 승률(0.289)마저 무너지며, 공동 8위 KIA와 두산과도 7.5경기 차로 3년 연속 꼴찌 위기에 처해있다. 어린 선수의 멘탈 관리를 위해 성실하고 인망 있는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멘토 역할을 기대했으나, 갈수록 늘어가는 패배에 유망주들은 결과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