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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해민. /사진=LG 트윈스 제공 |
박해민은 14일 잠실 키움전을 12-0 승리로 이끈 후 그라운드에 마련된 수훈선수 단상에 서서 팬들과 마주했다. 그 자리에서 박해민은 "조심스럽게 주장으로서 조금 부탁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다"고 말을 꺼냈다.
지난 13일 잠실 키움전 9회말 2사 만루 위기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 때문이었다. 당시 박주홍이 날린 파울 타구를 잡으려다 우익수 홍창기와 1루수 김민수가 충돌했고 그 과정에서 홍창기가 크게 다쳤다. 다행히 하루 뒤 병원 4곳의 교차 검진 결과 왼쪽 무릎 외측 경골 관절 미세 골절로, 인대 파열이 보이지 않아 수술도 필요 없다는 소견이 나왔다. 하지만 늦은 시간 병원으로 향한 탓에 정확한 판단과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소요됐고 일부 팬들은 충돌 당사자인 김민수를 비판했다.
과도한 비난을 염려한 LG 염경엽 감독이 14일 경기 전 인터뷰를 통해 상황을 정리했지만, 박해민이 한 번 더 나선 것. 박해민은 "사실 (홍)창기가 부상당한 상황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그라운드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으려 노력하다 생긴 사고일 뿐"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김)민수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같은 LG 트윈스 팀원으로서 민수의 마음도 조금 더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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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해민. /사진=LG 트윈스 제공 |
박해민이 시선이 닿은 건 그 하나뿐만이 아니다. 수훈선수 인터뷰를 고사할 정도로 충격에 빠진 선수단 모두와 부상으로 이탈해 이천으로 향한 선수들에게까지 닿았다. 14일 경기에서 박해민은 홍창기를 대신해 리드오프로 나서서 4타수 2안타 2타점 1볼넷 2도루로 맹활약했다.
KBO리그 9번째 12시즌 연속 10도루. 그러면서 리그 최초 12시즌 연속 20도루의 주인공이 될 기회를 잡았다. 현재 최장 연속 20도루 기록은 박해민과 정근우(은퇴)의 11시즌. 대단한 기록에도 박해민은 "도루는 다치지 않고 착실히 하다 보면 따라오는 기록이다. 욕심내면 팀에 손해인 게 도루"라고 말을 아끼면서 "(홍)창기는 워낙 대단한 선수라 빈자리를 메꾸기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나만의 방식으로 야구를 했다고 마음먹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LG는 이날 승리로 10일 만에 단독 1위를 탈환하고 15일 승리를 더해 6연승으로, 3연패에 빠진 2위 한화 이글스와 2경기 차 1위를 유지했다. 최근 사흘 새에 마무리 장현식, 셋업맨 김강률, 주전 외야수 홍창기까지 빠진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행보. 흔들리지 않는 LG의 뒤에는 주장의 한 마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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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해민. |
그러면서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면 아무래도 팀에 미안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그럴 때 우리 선수들이 연패에 빠지면 부상 선수들이 뭔가 더 조급해할 수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상 선수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1군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이 역할을 잘해줘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와 순위 경쟁도 그에게는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박해민은 "우리가 야구를 못한 것이 아니다. 한화가 너무 잘했기 때문에 우리가 1위에서 내려왔을 뿐이다. 지금 순위도 중요하지만, 그거보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해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부터 먼저 신경 쓰다 보면 승리할 확률이 조금씩 높아진다. 그 확률을 따라가려 하는 것이 긴 시즌을 치르는 데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선수들이 책임감 가지고 제 역할을 하다 보면 끝에는 웃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