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오타니가 '백업 포수'에게 헛스윙 삼진 당하다니... 더그아웃은 웃음바다, 선수는 기념구까지 챙겼다

양정웅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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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슬레틱스 포수 조니 페레다가 16일(한국시간) LA 다저스전에서 오타니 쇼헤이를 삼진 처리한 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MLB.com 제이콥 거비스 기자 X
애슬레틱스 포수 조니 페레다가 16일(한국시간) LA 다저스전에서 오타니 쇼헤이를 삼진 처리한 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MLB.com 제이콥 거비스 기자 X
17점 차 대패를 당한 팀의 더그아웃에 웃음이 돌았다. '홈런왕'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포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애슬레틱스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2-19로 패배했다.


이날 애슬레틱스는 선발 오스발도 비도가 1⅔이닝 5피안타 2볼넷 6실점으로 무너졌고, 뒤이어 올라온 제이슨 알렉산더는 2⅓이닝 7피안타 4볼넷 9실점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이미 4회 종료 시점에서 경기는 2-15까지 벌어졌다.

다저스 타자들은 8이닝 동안 18안타를 몰아치며 상대를 두들겼다. 1번 타자로 나온 오타니는 자신의 버블헤드 데이를 맞아 3회와 4회 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면서 시즌 15호 홈런을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공동 선두에 올랐다. 다저스는 9번 타자 김혜성마저 3타수 3안타 2타점 4득점 2볼넷 1도루로 맹활약하는 등 활발한 공격을 보였다.

애슬레틱스 포수 조니 페레다가 16일(한국시간) LA 다저스전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AFPBBNews=뉴스1
애슬레틱스 포수 조니 페레다가 16일(한국시간) LA 다저스전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AFPBBNews=뉴스1
이렇게 되자 애슬레틱스는 8회말 수비에서 조니 페레다(29)를 마운드에 올렸다. 빅리그 2년 차인 페레다는 이날 전까지 통산 34경기에 출전한 포수였다. 메이저리그 규정상 지고 있는 팀은 8점 차 이상일 때 야수를 등판시킬 수 있어서 페레다의 피칭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미 격차가 벌어진 경기에서 무의미한 투수 소모를 막기 위함이었다.


투구가 익숙하지 않은 듯 페레다는 첫 타자 달튼 러싱에게 초구로 시속 44.3마일(약 71.3㎞)의 이퓨스를 던졌고, 3구째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무사 1, 2루에서 김혜성에게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진 뒤 관중석으로 넘어가는 인정 2루타를 맞아 한 점을 내줬다.

이어진 무사 2, 3루에서 페레다는 오타니를 상대했다. 초구에 몸쪽 62.9마일(약 101.2㎞)의 느린 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페레다는 4구까지 1볼-2스트라이크라는 유리한 볼카운트로 끌고 왔다. 여기서 5구째 갑자기 89.4마일(약 143.9㎞)의 높은 패스트볼을 뿌리자 오타니는 파울팁 삼진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오타니가 삼진을 당하자 애슬레틱스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은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했다. 심지어 페레다의 삼진 공을 챙기기까지 했다. 이후 페레다는 미겔 로하스의 우전 적시타와 맥스 먼시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더 내주며 1이닝 4피안타 1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투구를 마쳤다.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경기 후 페레다는 "오타니를 잡아버리겠다는 생각은 아니었고, 단지 그와 상대하고 싶었다. 오타니는 내가 유일하게 대결하고 싶었던 타자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밌었다. 오타니를 삼진으로 잡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난 야수이기 때문에 오타니를 삼진 처리해서 재밌었다"고 얘기했다.

페레다가 유일하게 걱정했던 건 오타니가 자신의 볼을 방망이에 맞히는 일이었다. 오타니가 친 타구가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게 무서웠기 때문이다. 페레다는 "오타니가 가운데로 타구를 날리면 내가 죽을 것 같아서 무서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페레다는 오타니를 삼진 잡은 기념구를 케이스에 보관했는데, 여기에는 'OHTANI STRIKEOUT'이라는 문구와 해당 날짜가 적혀있었다.

다저스 선수들도 대승으로 인해 웃어넘길 수 있었다. 맥스 먼시는 경기 후 "재밌는 순간이었다. 삼진을 당하는 건 짜증나는 일이지만, 그냥 재밌게 경기하는 것이다"고 했다. 먼시는 '만약 본인이라면 공을 챙겼겠나'라는 질문에 "100%"라고 대답하면서 "(더그아웃으로) 공을 던지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게 믿기지 않는다"고 농담을 던졌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페레다는 2013년 시카고 컵스와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통해 프로 무대를 밟았다. 11년 동안 빅리그 무대에 오르지 못했던 그는 지난해 마이애미에서 마침내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을 이뤘다. 올해는 애슬레틱스로 이적해 백업 포수로 뛰고 있다.

포수 마스크를 쓴 조니 페레다(오른쪽). /AFPBBNews=뉴스1
포수 마스크를 쓴 조니 페레다(오른쪽).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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