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니까...' 험난한 한국행의 이유, 떠나는 'GOAT' 향한 세계올스타의 찬사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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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위, 가운데)이 16일 KYK 인비테이셔널 2025 미디어데이에서 세계올스타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김연경(위, 가운데)이 16일 KYK 인비테이셔널 2025 미디어데이에서 세계올스타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한국은 김연경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워 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김연경(38)을 우러러봤다. 한국에 불러준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했다. 너무 가까이에서 있어 잘 느끼지 못했던 김연경의 실제 위상이다.


김연경은 자신이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KYK 파운데이션이 주최하는 KYK 인비테이셔널 2025 대회를 하루 앞두고 1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세계올스타 선수들과 함께 참석했다.

10개국에서 날아온 17명의 선수가 한 명씩 소개됐고 김연경은 과거 팀 동료로서, 상대팀으로 함께 연을 맺었던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을 하며 인사를 나눴다.

미국과 이탈리아, 브라질 등에서 장거리 비행을 마다하지 않고 한국 땅을 찾았다. 지난해 11명에서 규모를 더 키워 17명의 세계올스타를 꾸렸다. 역대 여자배구 세계 최고 선수로 꼽히는 김연경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연경(왼쪽)과 조던 라슨.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김연경(왼쪽)과 조던 라슨.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김연경은 V-리그를 비롯해 일본, 튀르키예, 중국 등을 오가며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다. 특히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선 정규리그 우승 3회, 파이널 우승 2회,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도 올랐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을 두 차례나 올림픽 4강으로 이끌었고 특히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우승팀 선수들을 제치고 4강 팀 선수로서 대회 MVP에 오르는 위엄을 뽐냈다. 2021년 국제배구연맹(FIVB)는 100명의 선수 중 하나로 꼽으며 'THE ONE AND ONLY(유일무이한 선수)'라는 평가로 김연경을 'GOAT(Greatest Of All Time)'로 인정하기도 했다.

자리에 모인 이들은 하나 같이 "초대해줘 영광"이라고 입을 모았다. 브라질에서 온 나탈리아 페레이라는 "브라질에서 오는 게 항상 쉽지만은 않다. 30시간을 비행해서 와야 한다"며 "지금도 시차적응이 안됐는데 최대한 열심히 하겠다. '연경 선수, 저 이렇게 어렵게 왔으니 쉽게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어필하기도 했다.

치아카 오그보구(미국)는 "김연경에게 초대 메시지가 왔을 때 사기인 줄 알았다. 가짜 계정인 줄 알았는데, 아닌 걸 알고 기뻤다"고 미소를 짓기도 했고 미국 휴스턴에서 다섯 살 딸과 함께 30시간 비행을 마다않고 날아온 크리스티나 바우어(프랑스)는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딸 이름을 한글로 어떻게 쓰는지도 연경 선수가 알려줬고 굉장히 즐거워하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저마다의 김연경과의 추억도 가득했다. 바우어는 "훌륭한 선수이니 추억도 많은데 다른 사람들이 그가 어떻냐고 물어보면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 대답을 했다. 배구하면서 좋은 추억도 많았다. 다시 이 자리에 초대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브란키차 미하일로비치(세르비아)는 "김연경 선수가 한국에서 정말 많은 사랑과 응원 받는 것 같다"며 "은퇴 다시 생각해봐야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동안 고생했고 제2의 인생에도 많은 게 기다릴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연경(왼쪽)과 크리스티나 바우어.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김연경(왼쪽)과 크리스티나 바우어.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라우라 데이케마(러시아)는 "한국은 김연경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워 할 필요가 있다"며 "좋은 배구 선수일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뛰어난 사람이다. 배구계에서도 김연경을 많이 그리워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올스타팀의 코치로 한국을 찾은 엘리프 아자 야라르는 "몇 년 전에 같이 뛴 경험 있는데 당시에도 세계 최고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다. 이번엔 함께 코칭 하게 됐는데 잘 즐겨보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 페네르바체에서 준비한 은퇴식에 다녀온 김연경은 "페네르바체서 이벤트를 해줘서 너무 좋았다.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이라고 들었다"면서도 "조금 더 크게 해줄 것 같았는데 작게 해주더라. 그래도 그런 자리를 만들어준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에다 에르뎀(튀르키예)은 "저뿐 아니라 팀원들도 김연경을 이스탄불에서 다시 볼 수 있어 기뻤다"며 "더 큰 세리머니를 했어도 됐을 것 같다. 지금부터 다시 플랜을 짜볼까 한다. 어쨌든 정말 그 자리가 있어 기뻤다. 먼저 연락을 했으면 더 크게 준비를 했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김연경은 18일 세계올스타전에서 감독 겸 선수로 지도자 데뷔를 하게 되는데 동료들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던 라슨(미국)은 "선수로서는 강하게 푸시할 때도 있었는데 감독할 때도 비슷하게 그럴 때도, 아닐 때도 있고 전체적으로 굉장히 재밌는 경험될 것 같다"며 "김연경은 굉장히 똑똑해 감독으로서의 모습도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김연경은 "배구 선수로서는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아서 너무 좋다. 후회하지 않고 빠르게 이 은퇴식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오히려 다음 인생으로 가는 게 많이 설렌다. 빠르게 은퇴식하고 그만했으면 좋겠다. 감독 겸 선수를 하게 됐는데 특별한 계기 될 것 같다. 미래에 어떤 걸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감독을 맡게 돼 재밌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김연경(왼쪽)과 에다 에르뎀.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김연경(왼쪽)과 에다 에르뎀.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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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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