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직전 바꾼 방망이, 55년 만의 황사기 탈환 이끌다... 성남고 이서준 "LG (이)주헌 선배님께 꼭 선물 받겠다" [목동 현장]

목동=김동윤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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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고 이서준이 19일 목동야구장에서 펼쳐진 유신고와 황금사자기 결승전 6회초 쐐기 투런포를 때려냈다.
성남고 이서준이 19일 목동야구장에서 펼쳐진 유신고와 황금사자기 결승전 6회초 쐐기 투런포를 때려냈다.
성남고 이서준이 19일 목동야구장에서 펼쳐진 유신고와 황금사자기 결승전을 우승으로 이끈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성남고 이서준이 19일 목동야구장에서 펼쳐진 유신고와 황금사자기 결승전을 우승으로 이끈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경기 직전 코치의 권유로 바꾼 가벼운 방망이가 성남고등학교의 숙원을 풀었다. 성남고 캡틴 이서준(18·3학년)이 공·수 안팎에서 팀을 이끌며 55년 만의 황금사자기 탈환에 앞장섰다.

박혁 감독이 이끄는 성남고는 1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9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에서 유신고를 10-4로 제압하고 왕좌에 올랐다.


무려 55년 만의 우승이다. 1964년, 1970년 황금사자기를 우승하며 전성기를 보냈던 성남고는 1990년, 1993년 준우승이 마지막일 정도로 유독 황금사자기와 인연이 없었다. 박경수(은퇴), 박병호(삼성)가 활약했던 2000년대 초반에도 청룡기 우승을 두 차례 차지했을 뿐, 2016년 대통령배 준우승을 제외하면 한동안 전국대회 결승을 바라보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탄탄한 수비와 응집력 있는 타선을 앞세워 우여곡절 끝에 결승전에 올랐다. 8강전과 4강전 모두 연장 혈투를 펼칠 정도로 어렵게 올라온 성남고는 화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은 유신고를 타격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 중심에는 안방마님 이서준이 있었다. 내년 KBO 신인드래프트 상위 라운드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유신고 2학년 에이스 이승원을 성남고 타선이 난타했다. 특히 이서준은 우중간 담장 상단을 직격하는 홈런성 2루타로 6득점 빅이닝에 힘을 보탰다.


유신고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이미 주말리그에서 3-11로 지고 있던 경기를 뒤집고 황금사자기 본선에 올라온 유신고는 3회 3득점 하며 맹렬하게 성남고를 추격했다. 하지만 6회초 터진 이서준의 쐐기 투런포에 유신고도 사실상 전의가 꺾였다.

성남고 이서준(오른쪽)이 19일 목동야구장에서 펼쳐진 유신고와 황금사자기 결승전 6회초 쐐기 투런포를 때려냈다.
성남고 이서준(오른쪽)이 19일 목동야구장에서 펼쳐진 유신고와 황금사자기 결승전 6회초 쐐기 투런포를 때려냈다.
성남고 이서준(왼쪽)이 19일 목동야구장에서 펼쳐진 유신고와 황금사자기 결승전 6회초 쐐기 투런포를 때려냈다.
성남고 이서준(왼쪽)이 19일 목동야구장에서 펼쳐진 유신고와 황금사자기 결승전 6회초 쐐기 투런포를 때려냈다.
경기 후 만난 이서준은 그 비결로 방망이를 꼽았다. 이서준은 "이번 대회 연장이 많아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스윙도 안 좋아진 것 같아 배트를 살짝 바꿨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경기 전에 코치님이 배트를 한 번 바꿔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원래 무게보다 가벼운 걸로 바꿨다"고 밝혔다.

이어 "앞서긴 했지만, 분위기가 살짝 처진 상황이었다. 1점이 필요한 순간이어서 주자를 불러들이자는 생각만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선두 타자들이 많이 출루해줘서 타점을 올릴 기회도 많았다. 그에 보답하는 결과를 내 기쁘다"고 덧붙였다.

타자로서 5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3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지만, 안방마님으로서 리드도 좋았다. 경기 중 마운드에 올라가 투수를 진정시키는 등 포수로서 역할도 충실히 한 덕분에 선발 투수 조윤호는 5이닝(103구) 5피안타 5사사구(4볼넷 1몸에 맞는 볼) 5탈삼진 3실점(0자책)으로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었다.

이서준은 "최대한 분석을 많이 해 약점을 파고들려 했다. (조)윤호가 경기 중간 생각이 많아져서 타자들에게 변화구로 승부하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나 믿고 던져라, 내 사인대로 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포수로서 롤모델은 LG 트윈스의 떠오르는 안방마님 이주헌(22)을 꼽았다. 이주헌은 성남중-성남고를 졸업해 2022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7번으로 LG에 입단한 이서준의 선배다. 지난해 깜짝 활약 후 올해 백업 포수로서 자리 잡았다.

이서준은 "LG 트윈스 이주헌 선배님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우리 학교 선배님이시고, 감독님께서 (이)주헌이 형이 고등학교 때부터 후배들을 잘 이끌던 선수라고 칭찬하셔서,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며 "학교에도 자주 찾아오시는데 오늘 오전에도 코치님 통해서 연락했다. 선배님이 먼저 '잘해라, 긴장되지 않냐?'고 하셨다. 우승하면 선물을 주신다고 했는데 꼭 받아보겠다"고 활짝 웃었다.

성남고 야구부 선수들이 19일 목동야구장에서 펼쳐진 유신고와 황금사자기 결승전 6회초 이서준의 쐐기 투런포에 환호하고 있다.
성남고 야구부 선수들이 19일 목동야구장에서 펼쳐진 유신고와 황금사자기 결승전 6회초 이서준의 쐐기 투런포에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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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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