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전설' 이상민 마침내 사령탑 부임, "난 실패했던 감독, 마지막이란 각오로 왔다" [인터뷰]

양정웅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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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부산 KCC 이지스 감독. /사진=KBL 제공
이상민 부산 KCC 이지스 감독. /사진=KBL 제공
부산 KCC 이지스의 '레전드' 이상민(53)이 선수와 코치를 거쳐 결국 감독까지 올라왔다. 입단 30년 만에 친정팀 사령탑에 오른 소감은 어떨까.

KCC는 19일 "제6대 감독으로 이상민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2028년 5월까지 3년이다"고 발표했다.


이상민 감독은 지난 1995년 KCC의 전신인 현대전자 농구단에 입단했다. 상무 농구단을 거쳐 대전 현대전자 다이냇-전주 KCC로 구단명이 바뀌는 동안 2007년까지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그 사이 3년 연속 정규리그 1위(1998~2000년)와 3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1997~98, 1998~99, 2003~04시즌)을 이뤄냈다.

2007년 FA(프리에이전트) 서장훈의 보상선수로 서울 삼성 썬더스로 이적해 2010년 은퇴한 이 감독은 삼성에서 코치를 거쳐 2014~15시즌부터 삼성의 감독직을 역임했다. 2016~17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에도 올랐다. 이후 2021~22시즌 중도 사임한 이 감독은 2023~24시즌 KCC의 코치로 돌아와 전창진 감독을 보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감독 부임 발표 후 스타뉴스와 연락이 닿은 이 감독은 "감사한 일이다"라면서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KCC를 지도자 커리어의 마지막이고, 더 이상은 없다는 각오로 왔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돌아왔기 때문에 책임감도 있고, 불러주신 회장님들께도 감사하다. 그렇기에 부담감도 더 있다"고 했다.


이상민 부산 KCC 이지스 감독. /사진=KBL 제공
이상민 부산 KCC 이지스 감독. /사진=KBL 제공
그래서였을까. 최근 이 감독은 눈에 큰 다래끼가 났다고 한다. 그는 "물어봤더니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다고 하더라. 나는 괜찮은데 몸이 반응한 것 같다"며 농담을 던졌다.

사령탑으로 승격한다는 얘기는 많이 오갔지만, 막상 자리에 오르는 건 다른 이야기다. 이 감독은 "전창진 감독님이 좋은 업적을 남기셨기 때문에 부담도 있지만, 부담감만 가지고는 할 수 없다"며 "선수 때는 그런 긴장감이 없는데, 감독이 되면서 더 와닿는 것 같다. 코치부터 하면 10년이 넘었는데 그런 걸 내려놓으려고 해도 더 심해진다"고 했다.

사실 이 감독은 삼성 시절 두 차례 플레이오프에 오르기는 했지만, 최하위도 2번(중도사임 제외)이나 기록하면서 통산 승률이 0.399에 머물고 있다. 이 감독 본인도 "삼성에서는 실패한 감독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잘 준비하겠다"며 굳은 다짐을 전했다.

이 감독이 KCC 코치로 온 첫 시즌에는 5위 팀 최초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2024~25시즌에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외국인 선수들의 문제가 겹치면서 창단 최다인 12연패를 기록, 시즌 승률 0.333(18승 36패)으로 9위에 추락했다.

지난 시즌을 돌아본 이 감독은 "건강한 KCC와 그렇지 못한 KCC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보셨을 거다. 그렇기에 이번 시즌에는 건강한 KCC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과 소통도 많이 하고 즐겁고 재밌는 농구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상민 부산 KCC 이지스 감독. /사진=KBL 제공
이상민 부산 KCC 이지스 감독. /사진=KBL 제공
KCC는 허웅과 최준용, 송교창, 이승현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한 팀이다. 우승 시즌에도 이들의 활약 속에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부상자가 속출하자 뎁스의 빈약함이 드러났고, 결국 속절없이 연패에 빠졌다. "건강한 KCC는 언제든지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한 이 감독은 "준용이와 교창이가 아직 재활 상태라 무리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중간 라인의 선수들을 많이 끌어올리는 게 계획"이라고 전했다.

필요하다면 외부 영입도 시도할 계획이다. 이 감독은 "FA 선수들이 나오면 중간급을 잘 메꿔서 하려고 한다"고 했다. 샐러리캡 문제로 인해 큰돈은 쓸 수 없지만, 뎁스를 채워줄 자원을 노리고 있다.

KCC 감독으로서 '이상민의 농구'는 어떻게 보여줄까. 이 감독은 "선수 때부터 빠른 농구를 추구했다. 움직임을 많이 가져가면서, 특정 선수들이 아니라 전부 능력이 있기에 골고루 많은 움직임을 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 이 감독은 "KCC에서 향수에 그리던 팬들도 계셨을 거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는 게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실패한 감독임에도 KCC에서 맡겨주셨으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이 감독이 KCC 사령탑으로 우승을 차지한다면, KBL 역사상 최초로 한 팀에서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정상에 오르는 사례가 된다. 이를 언급하자 이 감독은 "각성이 됐다. 한번 해보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부산 사직체육관에 걸린 KCC 이상민 감독의 영구결번 배너. /사진=KBL 제공
부산 사직체육관에 걸린 KCC 이상민 감독의 영구결번 배너.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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