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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에 합류하게 된 라울 알칸타라의 두산 시절 모습. /사진=뉴스1 |
키움 히어로즈는 19일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35)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요청하고 대체 선수로 우투수 라울 알칸타라(33)와 연봉 25만 달러, 옵션 15만 달러 등 총액 40만 달러(약 5억 6000만원)에 잔여 시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야심차게 택했던 외국인 타자 2명 체제의 실패를 인정했다. 처참한 수준이었다. 푸이그와 루벤 카디네스(28)가 맹활약을 펼쳤어도 쉽게 성공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울 상황에서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 활약으로 결국 교체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더불어 더 시급한 문제가 선발에 있음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키움은 팀 평균자책점(ERA) 6.03으로 9위 NC 다이노스(4.94)와도 1점 이상 차이를 보이며 마운드가 무너질대로 무너진 상황이다. 선발 ERA도 5.65로 유일하게 5점대에 머물고 있다.
팀 내 유일한 외국인 투수 케니 로젠버그(30)는 10경기에서 57이닝을 소화하며 3승 4패 66탈삼진 ERA 3.95로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지난해 9승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써낸 뒤 곧바로 2선발의 중책을 맡은 하영민도 10경기 53이닝 4승 5패 ERA 5.26으로 활약이 아쉽다.
그나마 팀 선발승 10승 중 7승을 합작한 둘의 상황은 준수한 수준이다. 2년차로서 3선발의 부담감을 안고 있는 김윤하는 9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리그 최다패(8패) 투수이고 1순위 신인 정현우는 3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부상으로 이탈해 있다. 4,5선발 자리는 김선기와 조영건, 김연주 등이 번갈아가며 맡고 있지만 이들이 팀에 안긴 건 단 1승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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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 로젠버그. |
반면 위력적인 마무리 주승우는 13경기에서 2승 1패 8세이브, ERA 3.38에 블론세이브가 한 차례도 없음에도 좀처럼 등판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아 활용도가 떨어져 있는 상태다.
타선도 쉽게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지만 마운드가 일찌감치 무너져 뒤집을 기회가 잘 안 생기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알칸타라가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커리어 하나 만큼은 이견이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알칸타라는 2019시즌 KT 위즈에서 KBO리그에 데뷔해 첫해 11승, 이듬해 두산으로 옮겨 20승을 거두며 다승왕에 올랐다. 그해 투수 골든글러브의 주인공도 알칸타라였다.
이후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했던 알칸타라는 2023년 두산으로 복귀해서도 13승 9패 ERA 2.67로 에이스 역할을 맡았고 총액 150만 달러에 잔류했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시즌 초반 팔꿈치에 통증을 호소한 알칸타라는 병원 검진 상에선 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쉽게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복귀해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방출됐다.
결국 중요한 건 몸 상태다. 최근엔 멕시코리그 레오네스 데 유카탄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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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칸타라. |
알칸타라가 부상 이전과 같은 투구를 펼칠 수만 있다면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는 효과들이다. 하영민도 부담을 내려놓고 3선발에서 투구할 수 있게 되고 로젠버그 또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동료가 생겨 더욱 든든해질 수 있다. 가장 핵심적인 건 선발진 구성이다. 정현우가 돌아와 로테이션 한 자리를 채우면 나머지 한 자리는 김윤하 혹은 최근 좋은 활약을 보인 김연주 등 상황에 맞는 투수를 투입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이닝 소화력이 뛰어난 알칸타라의 합류는 키움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알칸타라는 오는 25일 새벽 입국한 뒤 고척스카이돔으로 이동해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다. 26일부터 비자 발급 등 행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인 만큼 등판까지는 아직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키움은 49경기를 치른 현재 14승 35패, 승률 0.286으로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프로야구 흥행 판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 여러모로 경기력 향상이 절실한 키움이다. 선수 한 명이 팀 자체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지만 알칸타라의 합류로 인해 긍정적인 흐름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