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숨 쉴 틈조차 못 줘" 학부모 절규, 유승민 체육회장 화답했다 "최저학력제-출석일수 폐지·합숙 부활, 임기 내 목표"

김해=양정웅 기자 / 입력 :
  • 글자크기조절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24일 김해종합운동장 리셉션실에서 열린 2025 학생선수 학부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24일 김해종합운동장 리셉션실에서 열린 2025 학생선수 학부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자녀를 운동선수로 키우고 있는 학부모들이 김해에 대거 몰렸다. 그리고는 저마다 고충을 토로했고, 유승민(43) 대한체육회장은 이를 듣고 공감했다.

대한체육회는 24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의 김해종합운동장 리셉션실에서 유승민 회장 주재 2025 학생선수 학부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는 유 회장과 오정훈 학교체육위원장(서울 구룡중 교장) 등 체육회 임원들이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는 학생선수 학부모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고, 고교학점제, 최저학력제,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 예외 인정 등 학생선수 관련 교육정책에 대한 현장의 인식과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자리였다. 2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는 30여 명의 학부모가 자리를 채웠다.

이날 인사말을 통해 "운동선수로 25년을 생활했다. 세월이 지나 두 아이의 아빠로, 운동을 시키고 있다"고 말하며 공감대를 형성한 유 회장은 "최근에 변화된 학생선수 정책 보면 체육회가 더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미래가 없겠다 싶었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이 고생하시는 거 잘 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정책에 맞춰가느라 고생하신다"며 "학부형님들 의견 하나하나 모여서 한국 체육 정책이 된다"고 했다.

학생선수 학부모들이 24일 김해종합운동장 리셉션실에서 열린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주최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양정웅 기자
학생선수 학부모들이 24일 김해종합운동장 리셉션실에서 열린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주최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양정웅 기자
이 자리에서 가장 많이 나온 얘기는 바로 고교학점제와 최저학력제, 출석인정일수 등의 주제였다. 고1 여자축구 선수의 학부형은 "이젠 숨 쉴 틈 주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다"며 획일적인 고교학점제 적용을 지적했고, 두 명의 아이가 수영을 하고 있는 한 어머니는 "운동 안 하는 학생들은 꼴찌를 해도 되지만, 운동하는 학생들은 꼴찌하면 대회를 나갈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서 비싼 돈을 내고 과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명문 학교들이 위치한, 이른바 '학군지'와 일반 학교의 역차별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 학부모는 "학군지 학생들과 아닌 학생들의 평균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나누면 어렵다. 모의고사처럼 운동선수끼리 똑같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숙소 부활도 주요 이슈였다. 이 자리에서는 "합숙이 안 되면서 주위 자녀, 학부모가 방송통신고 쪽으로 편법으로 편입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진학하는 케이스를 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유 회장도 "모 법조인이 '합숙소 무조건 없애야 한다'고 해서, 사법연수원이나 다른 기관도 왜 합숙하나. 왜 스포츠만 그런 잣대를 대냐고 했다"고 얘기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24일 김해종합운동장 리셉션실에서 열린 2025 학생선수 학부모 간담회 종료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24일 김해종합운동장 리셉션실에서 열린 2025 학생선수 학부모 간담회 종료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이 부분에 대해 유 회장은 "임기 내에 최저학력제 완전 폐지, 수업일수 완전 폐지, 합숙소 부활 등 3가지 목표를 정해놨다. 어떻게든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다 놓친다. 최저학력제를 맞추려니 운동 외 시간에 공부를 또 해야 한다. 수업 일수 때문에 수업도 다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운동도 못하고, 공부도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선수들이 애매해졌다. 뭐라도 하나 원 없이 해보면 아쉬움이라도 없는데, 정책에 따라 여기에 맞추고 저기에 맞춰야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합숙소에 대해서도 유 회장은 "지방으로 갈수록 어렵다. 다 주소지를 옮길 수 없고, 편법 사용하면 다 걸린다. 아이들을 편법 속에 노출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숙소가 우범지대인가"라고 반문하며 "과거의 합숙소가 아닌, 안전을 보장받고 교육이나 단체생활이 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역할이다"라고 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도 나왔다. 현직 중학교 교장인 오 위원장은 "최저학력제 폐지가 '공부시키지 말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회 출전에 대한 출석 일수를 인정해주고, 그 이상 나가면 보충수업을 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합숙소 폐지는 2003년 천안초 축구부 합숙소 화재 사건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이렇게 됐다. 문제가 생기면 미봉책으로 불을 끄려고 하니까 이런 문제가 생긴다"며 "잠만 자고 밥을 같이 먹는 장소가 아니라 그 안에서 친교 활동이나 다양한 학습 경험을 만들어주는 장소로써 만들어주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정훈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서울 구룡중 교장)이 24일 김해종합운동장 리셉션실에서 열린 2025 학생선수 학부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오정훈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서울 구룡중 교장)이 24일 김해종합운동장 리셉션실에서 열린 2025 학생선수 학부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이번 자리가 24일부터 경상남도 인근에서 개최되는 제5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소년체전)의 일환으로 진행됐기에, 이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왔다. 두 아이를 볼링선수로 키우고 있는 한 학부모는 "소년체전 출전 보조비가 4~5년 동안 계속 동결이라 들었다. 물가상승률보다 낮다"며 "하루 식대 2만원인데, 성장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먹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 회장은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학부모, 지도자가 돈 보태서 사주고 있는데, 확실히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전경기로 치러진 육상이 이틀 동안만 열리면서, 여러 종목을 하루에 소화해야 했고 이에 따라 부상자까지 나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 회장은 "4일간 하게 돼있는데. 구미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행정인력 (차출) 때문에 사전경기를 하겠다고 요청했다"고 했고, 체육회 관계자는 "공평하게 하기 위해 심판진이 퀄리티 좋은 분들이 오기 위해서 사전경기로 요청했다"고 부연했다.

간담회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유 회장은 "너무 공감되는 얘기들이 많았다. 학부모님 얘기들이 진짜 아닌가. 본인 아이들을 누가 지원을 안 해주고 싶겠나. 정말로 희생하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야기는 기분이 좋다, 두렵다가 아니라 가슴 깊이 와닿았다. 학부형의 어려운 얘기들을 잘 듣고 체육회가 방향성을 잘 설정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과 학생선수 학부모들이 24일 김해종합운동장 리셉션실에서 열린 2025 학생선수 학부모 간담회 종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유승민 대한체육회장과 학생선수 학부모들이 24일 김해종합운동장 리셉션실에서 열린 2025 학생선수 학부모 간담회 종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기자 프로필
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양정웅 기자입니다. 현장에서 나오는 팩트만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