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했던 롯데 트레이드 복덩이, 등장곡 바꾸고 좋아하던 라면도 끊었다 "뭐라도 하고 싶었다"

대전=김동윤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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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손호영이 24일 대전 한화전을 승리로 이끌고 취재진의 사진 요청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롯데 손호영이 24일 대전 한화전을 승리로 이끌고 취재진의 사진 요청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야구를 잘하기 위해 뭐라도 바꾸고 매달리고 싶었던 절박한 마음이 하늘에 닿았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손호영(31)이 데뷔 첫 한 경기 5안타로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손호영은 2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방문경기에서 9번 타자 및 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5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롯데의 8-6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롯데는 30승 3무 20패로 30승 21패가 된 한화를 다시 0.5경기 차로 따돌리고 단독 2위를 하루 만에 탈환했다.


시작부터 조짐이 좋았다. 류현진을 상대한 손호영은 3회초 무사 1루 첫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뽑아냈다. 장두성의 땅볼 때 2루로 향했고 고승민의 중전 1타점 적시타에 홈을 밟았다. 5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서서 류현진의 초구를 공략해 가볍게 중전 안타를 쳤다. 7회초 무사 1루에서는 박상원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한화를 무사 2, 3루 위기로 몰아넣었다. 장두성의 중전 안타에 이은 한화 중견수의 실책으로 홈까지 밟았고, 고승민의 추가 1타점 적시타까지 나오면서 마침내 6-6 균형을 이뤘다.

하이라이트는 연장 10회초였다. 두타자 나승엽이 중전 안타로 출루했고 전민재가 9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나갔다. 여기서 유강남이 절묘한 희생 번트로 1사 2, 3루를 만들었고, 한화 내야는 한 점도 주지 않기 위해 전진 수비에 나섰다. 손호영은 김종수의 4구째 직구를 건드려 2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타구를 만들었고, 모든 주자가 홈을 밟으며 결승타가 됐다.

그러면서 손호영은 데뷔 첫 한 경기 5안타를 달성했다. 그전까지는 지난해 8월 11일 수원 KT전과 8월 29일 부산 한화전 두 경기에서의 4안타가 개인 한 경기 최다 안타였다.


롯데 손호영이 24일 대전 한화전 연장 10회초 1사 2, 3루서 중전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손호영이 24일 대전 한화전 연장 10회초 1사 2, 3루서 중전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경기 후 손호영은 "오늘(24일)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마지막 타석도 내게 기회가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내야만 넘기자는 마음이었다. 사실 내가 5안타를 칠 날이 올 줄 몰랐는데 정말 기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나)승엽이가 선두타자로 출루하고 (유)강남이 형이 번트를 너무 잘 대줬던 연장 10회초가 오늘 경기 전환점이 된 것 같다. 1사 1, 2루에서 번트가 정말 어려운데, 덕분에 나도 잘 칠 수 있었다. 강남이 형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롯데 팬들에게 손호영은 트레이드 복덩이로 불린다. 손호영은 의왕부곡초-평촌중-충훈고 졸업 후 2020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3순위로 LG에 입단했다. LG에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하다가 지난해 군필 우완 사이드암 우강훈(23)의 반대급부로 롯데에 일대일 트레이드된 뒤 커리어가 180도 변했다. 롯데 합류 후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102경기 타율 0.317(398타수 126안타) 18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92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롯데 2년 차를 맞이한 올해, 이 경기 전까지 35경기 타율 0.233, OPS 0.599로 슬럼프를 겪었다. 답답한 마음에 지난 18일 부산 삼성전부터는 타석 등장 곡을 세븐틴의 '손오공'에서 동명이인 손호영이 있는 가수 G.O.D.의 '하늘색 풍선'으로 교체했다.

롯데 손호영이 24일 대전 한화전 연장 10회초 1사 2, 3루서 중전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손호영이 24일 대전 한화전 연장 10회초 1사 2, 3루서 중전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에 손호영은 "내가 손오공이 아닌 것 같다"고 농담하면서 "사실 뭐라도 하고 싶었다. '이거 때문에 방망이가 안 맞나' 같은 생각을 아예 줄이고 싶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바꿔보려 했다"고 답하며 "내가 라면을 정말 좋아하는데 요즘은 라면도 끊었다. 그래도 책은 못 읽겠더라. 시도는 해봤는데 아직 안 될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계속된 부진에도 꾸준히 믿음을 준 코치진이 아니었다면 없었을 반전이다. 특히 임훈(40) 롯데 1군 타격코치의 이름을 콕 집어 언급했다. 두 사람은 과거 LG에서 코치와 선수로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다. 지난해 임훈 코치가 먼저 롯데로 자리를 옮겼고 손호영이 따라왔다.

손호영은 "항상 경기를 뛰게 해주는 감독님과 코치님께 감사하다. 특히 임훈 코치님께 정말 감사하다. 사실 내가 방망이가 잘 안 맞을 때 남과 대화를 잘 안 하려는 편인데, 임훈 코치님은 항상 먼저 다가와서 말을 많이 걸어 주신다. 정말 이 자리를 빌려 임훈 코치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팀이 잘하고 있는데 나도 같이 잘해야 한다. 나 혼자 낙오되면 안 되니까 끝까지 뒤에서 따라가려 한다. (전)준우 형도 경기 전에 집중하자며 파이팅을 더 해주신다. 아까 1회에도 '어제오늘 야수 때문에 경기 분위기가 넘어가는 게 있으니 오늘은 야수들이 꼭 해주자'고 하셔서 나도 승엽이도 다 집중한 것 같다. 정말 오늘의 경기가 내게도 좋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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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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