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거만했다" 156㎞ 대형 신인의 철저한 자기반성, 한화 뒷문에는 또 다른 괴물이 성장하고 있다

대전=김동윤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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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우주가 25일 대전 롯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정우주가 25일 대전 롯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최고 시속 156㎞의 빠른 공을 던지는 대형 신인 정우주(19·한화 이글스)가 철저한 자기 반성을 통해 더 성장할 미래를 약속했다.

정우주는 25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연장 10회초 1이닝 동안 안타 없이 몸에 맞는 공 하나만 내주고 1삼진 무실점으로 한화의 8-7 승리를 이끌고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이날 한화는 마무리 김서현(21)이라는 강력한 패를 포기하고 경기에 임했다. 김서현은 이틀 연속 등판해 총 39개의 공을 던져 휴식이 요구됐다. 그런 상황에서 선발 투수 문동주가 5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하고, 롯데에 한 이닝 6점을 내주는 등 거센 추격을 허용하면서 한화는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이미 주현상(1⅓이닝)-조동욱(1이닝)-박상원(1이닝)이 등판한 상황에서 마무리로 나선 한승혁이 9회초 2사에서 전준우에게 극적인 동점 솔로포를 맞자, 상황은 더 긴박해졌다. 이 상황에서도 김서현은 복층 불펜이 아닌 더그아웃에 모습을 드러냈고, 우측 외야에서는 괴물 루키 정우주가 뛰어나왔다.

정우주는 시작부터 선두타자 손호영을 맞히며 어렵게 시작했다. 그러나 사구에 당황하던 몇 주 전과 달리 이번에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손호영에게 90도 인사로 사과하며 오히려 팬들의 기대를 상승시켰다.


기대대로였다. 손성빈의 희생번트에 1사 2루가 됐음에도 전민재를 한복판 직구(시속 151㎞)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뒤이어 장두성에게도 직구 3개로 삼진 처리하면서 공 9개로 1이닝을 틀어막았다. 연장 10회말 문현빈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화가 승리하면서 정우주는 2일 광주 KIA전 이후 프로 두 번째 승리도 챙겼다.

한화 정우주가 25일 대전 롯데전에서 피칭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정우주가 25일 대전 롯데전에서 피칭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정우주는 "롯데와 2위를 두고 다툰 경기이기 때문에 더 책임감을 가지고 무조건 막아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올라갔다. 초구부터 데드볼이 나오는 바람에 긴장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구 상황에도 "옛날 같았으면 상대를 맞히고 되게 어리바리했을 것 같은데 오늘(25일)은 맞힌 게 나 스스로 분하고 조금 더 승부욕이 올라왔다"며 "확실히 1군에 있으니까 경험이 많이 쌓이는 것 같다. 경기에 나가지 않더라도 불펜에서 보고 느끼는 것이 많다"고 전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기복을 줄여가면서 김서현이 휴식을 취해야 할 때 한승혁과 함께 뒷문을 틀어막는 마무리 투수로 나오는 상황이 점점 늘고 있다. 한화의 믿음은 세부 지표에서도 보인다. 올 시즌 정우주는 22경기 2승 무패 3홀드 평균자책점 4.35, 20⅔이닝 6볼넷 28탈삼진을 기록 중인데,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77, 피안타율 0.143을 기록 중이다.

세부 지표만 보면 WHIP 0.92, 피안타율 0.163의 김서현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 정우주가 직구 비율이 85.5%로 사실상 원 피치 투수인 것을 떠올린다면 더욱 인상적인 결과물. 이에 정우주는 "내가 아직 (김)서현이 형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최대한 열심히 해야 팀에 더 보탬이 되기 때문에 서현이 형이 없을 때는 평소보다 더 마음을 다잡고 들어가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한화 정우주가 25일 대전 롯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정우주가 25일 대전 롯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그러면서 "시즌을 치를수록 부담스럽다기보단 재미를 느낀다. 최근 내 페이스가 별로 안 좋았다. 팀에서 기대하고 기용해주는 것에 보답을 못 한 것 같아 정말 속상하고 힘들었는데 오늘(25일) 이렇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고, 잘 해낸 것 같아 기분 좋다"고 활짝 웃었다.

정우주는 지난해 2600rpm이 훌쩍 넘는 직구 '분당 회전수'와 최고 시속 156㎞의 강속구를 주 무기로 전주고의 전국대회 2연패(청룡기, 봉황대기)를 이끌며 메이저리그의 주목을 받았다. 뛰어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열린 '2024 퓨처스 스타대상'에서 야구 부문 대상을 받았다. 2025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번에 지명돼 한화로부터 계약금 5억 원을 받고 입단했다.

메이저리그도 인정한 직구인 만큼 자신 있게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곧 한계를 드러냈고 최근에는 변화구 연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날 정우주의 공 9개 중 변화구는 전민재에게 던진 슬라이더 하나였는데, 이 부분에 가장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우주는 "사실 입단하고 올해는 내 직구만으로 해보자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 거만한 생각이었다. 아직 실전에서 쓸 수 있는 건 슬라이더다. 커브와 스플리터도 연습 중인데, 오늘도 변화구 하나(슬라이더)가 잘 들어가서 타자를 잡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변화구를 조금 더 가다듬는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한화 정우주(가운데)가 25일 대전 롯데전에서 단상에서 팬들과 마주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정우주(가운데)가 25일 대전 롯데전에서 단상에서 팬들과 마주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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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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