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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인 /사진=tvN |
김혜인은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크리에이터 신원호·이우정, 연출 이민수, 극본 김송희, 이하 '언슬전')에서 빌런으로서의 활약을 톡톡히 해냈다. 때론 얄미워 시청자들의 분통을 터트리게 했지만, 그가 있어 주인공들의 성장 이야기가 더욱 풍성하게 그려졌다.
'언슬전'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입덕부정기를 거쳐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핀오프 드라마다. 김혜인은 극 중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펠로우 명은원 역을 연기했다.
명은원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 시리즈에서 율제병원 본원 산부인과에서도 등장해 동기 추민하(안은진 분)에게 일을 떠넘기던 인물이다. 이번 '언슬전'에서 명은원은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차 오이영(고윤정 분)을 괴롭히는 빌런으로 그려졌다. 또 레지던트 4년차 구도원(정준원 분)의 논문을 가로채는 등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모았다.
그는 '언슬전' 종영을 맞아 진행한 스타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명은원 역을 연기한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처음엔 다들 미워만 하시니까 살짝 속상하기도 했는데, 악역을 연기하면서 욕을 먹는다는 건 오히려 최고의 칭찬 같더라"고 밝힌 그는 '언슬전'과 함께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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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인 /사진=tvN |
▶ 그 세계 안에 (명) 은원이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했어요. 한 인물을 세 번이나 연기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기에, 저에겐 참 소중한 경험이었죠. 특히 '언슬전'에서는 은원을 더 입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어서 더욱 뜻깊었습니다.
익숙한 세계관이지만 새로운 이야기와 관계를 다시 풀어갈 수 있다는 점도 감회가 새로웠고, '슬의생' 때와는 또 다른 감정과 시선으로 은원이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이번 '언슬전' 속 명은원을 어떻게 생각하고, 또 어떻게 표현하고 싶으셨나요?
▶ '슬의생' 땐 '여우는 본인이 여우인 줄 모른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착하다고 믿는 은원이를 그리고자 했어요. 하지만 '언슬전'에선 은원이가 더 이상 자기 본색을 숨기지 않더라고요. '교수'라는 목표가 분명해진 만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뻔뻔하고 얄밉게 표현하려 했어요.
또 은원이는 상황에 따라 얼굴이 달라지는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후배들 앞에선 최악의 선배, 교수님들 앞에선 아부하고, 환자들 앞에선 프로페셔널하죠. 그런 삼중적인 면모와 '악의 평범성'에 집중해 현실적인 인물로 만들고 싶었고, "주변에 꼭 이런 사람 있다"는 반응이 가장 뿌듯했어요.
- 명은원 캐릭터는 마치 실제 사회생활에서 한 번쯤 만나봤을 법한 빌런이기도 했어요. 실제 그런 인물을 만나본 적 있으신가요?
▶ 일상에서 그런 인물을 마주한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분들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런 경험들이 오히려 은원이를 연기할 때 감정의 결을 더 섬세하게 쌓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결과적으로 연기하는 데 자양분이 된 셈이죠.
-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는 반응들도 많았죠.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요?
▶ "명은원이 명은원했다", "명은원 사이다를 원한다" 같은 반응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그 짧은 문장 안에 분노, 몰입, 기대감이 다 담겨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연기하면서 은원이가 한편으론 좀 불쌍하기도 하고, 또 너무 얄밉기도 했거든요. 나중엔 시청자분들과 비슷한 감정으로 같이 통쾌해지기도 했어요.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 잘 전해진 것 같아서, 저로서도 참 보람 있는 순간이었어요.
- 너무 연기를 잘하셔서, 이러한 반응도 나온 거 같아요. 이런 반응에 상처받지는 않으셨는지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 처음엔 다들 미워만 하시니까 살짝 속상하기도 했는데, 악역을 연기하면서 욕을 먹는다는 건 오히려 최고의 칭찬 같더라고요. 덕분에 과분할 만큼 사랑(?)과 욕(?)을 함께 받았고요. 연기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그 이후로는 오히려 은원이에게 쏟아지는 반응들이 다 애정처럼 느껴졌고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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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인 /사진=tvN |
▶ 극 중에선 제가 늘 괴롭히는 입장이라 걱정이 많았어요. 혹시나 불편하지 않을까 마음 쓰였는데, 고윤정 배우가 워낙 쿨하고 편하게 대해줘서 현장 분위기가 정말 화기애애했어요. 오히려 매 장면을 웃으면서 찍었던 기억이 더 커요. 덕분에 저도 마음 놓고 은원이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레지던트들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언슬전' 현장은 대학병원 부교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슬의생'보다 젊은 에너지가 더 느껴졌을 것 같아요. 촬영 현장 분위기에서도 그 에너지가 느껴졌나요?
▶ 네, 확실히 또래 배우들이 많다 보니 현장 분위기 자체가 훨씬 유쾌하고 활기찼어요. 촬영 중간중간에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서로 장난치면서도 호흡은 척척 맞아서 그 에너지가 화면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났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함께해주신 교수진 선배님들께서 현장의 중심을 잘 잡아주셔서, 그 안에서 저희도 자연스럽게 더 편해질 수 있었어요. 특히 저는 이봉련 선배님, 손지윤 선배님과 자주 호흡을 맞췄는데, 연기적으로도 많이 배우고 큰 힘이 됐어요. 그런 분위기 덕분에 저도 마음 편히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슬의생'과 '언슬전'에는 개성 있는 캐릭터가 많은데, 실제 성격은 누구와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시나요?
▶ 은원이랑은 조금 거리를 두고 싶고요. (웃음) 촬영하면서는 최대한 은미(이도혜 분) 쌤을 본받으려 노력했어요. 처음으로 소속사 없이 혼자 현장을 다녀서 초반엔 낯설고 조심스러웠는데, 조금씩 적응하면서 제가 먼저 주변 분들에게 다가가는 여유도 생기더라고요. 그 덕에 현장도 더 따뜻하게 느껴졌고요. '슬의생'에서 혼자 밥 먹던 은미가 '언슬전'에선 후배들 챙기는 은미테레사가 된 것처럼, 저도 이번 작품을 통해 한층 더 여유로워진 제 모습을 느꼈어요.
- 방송을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모니터링한 느낌은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열심히 했지만, 방송으로 처음 제 모습을 봤을 때는 솔직히 걱정이 앞섰어요. 너무 과하거나 부족하진 않았을까 스스로 아쉬운 부분도 있었고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은원 전용 등장 음악을 붙여주시고, 편집도 정말 맛깔나게 살려주셔서 캐릭터가 훨씬 더 입체적으로 살아난 것 같아요. 다른 인물들이 워낙 따뜻하고 순수하다 보니, 은원이의 얄밉고 과한 면이 더 부각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시청자분들의 반응을 보면서 '정말 살아 있구나' 싶었고, 감사한 마음이 컸습니다.
- 남편분도 혹시 '언슬전'에 대한 리뷰나 반응을 남기셨을까요.
▶ 남편은 이번 작품의 열혈 시청자였어요. 방송 나올 때마다 누구보다 몰입해서 댓글도 꼼꼼히 챙겨보더라고요. 대본도 함께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애착을 많이 갖고 지켜봐 줘서, 저한테도 더 특별하게 남는 작품이에요. 연기적으로도 든든한 응원군이자 조언자였어요.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들이 아직 많아서, 앞으로는 다양한 결의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어요. 매번 조금씩 다른 얼굴로, 그리고 조금 더 단단한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언슬전'을 사랑해 주신 시청자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언슬전' 그리고 은원이에게 보내주신 관심과 응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욕도 많이 먹고, 미움도 많이 받았지만, 그만큼 은원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해주셨다는 뜻이라 생각해서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더 컸어요. 배우로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은원이도 덕분에 더 살아난 것 같아요.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 속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인사드릴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