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권 들고 얌전히 대기하는 캥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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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nfiniteunreality instagram |
문제의 영상에는 공항 출발 게이트에서 탑승권을 들고 얌전히 서 있는 캥거루가 등장한다. '정서지원동물Emotional Support Animal, ESA) 캥거루를 동반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은 항공사 직원과 외국어로 격렬하게 논쟁을 벌이며 캥거루의 탑승을 위해 열정적으로 호소하는 모습이다. 정서지원동물은 정신적·정서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동물로, 미국에서는 의사 처방전을 통해 항공기 탑승이나 반려동물 금지 아파트 거주 등의 특별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항공사 직원은 단호한 태도를 보이며 캥거루의 탑승을 거부한다. 영상 말미에는 카메라가 캥거루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마치 슬픈 표정을 짓는 듯한 모습을 담아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자극했다.
5800만 조회수 돌파, 네티즌들 "정의를 위해"
이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시작되어 X(구 트위터)로 확산되면서 58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많은 네티즌들이 영상이 진짜라고 믿고 캥거루를 옹호하며 나섰다.
한 누리꾼은 "캥거루가 예의바르게 탑승권을 들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고 했고, 다른 사용자는 "이미 세관과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는데 그냥 태워주라"고 농담을 던졌다. "나는 캥거루 편이다"라며 동물을 지지하는 댓글도 쏟아졌다.
실제로 2023년 미국에서 한 남성이 '정서지원 악어'를 야구장에 데려가려 했던 사례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번 영상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처음부터 영상의 진위를 의심했다. 캥거루가 사람을 헤드록에 걸거나 성인 남성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본래 온순하지 않은 동물이라는 점을 들어 의문을 제기했다.
한 사용자는 "이게 AI냐?"고 물었고, 다른 누리꾼은 "AI인지 확실하지 않다면 손을 확인해보라. 속지 마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AI가 위험해지고 있다. 몇 년 안에 완벽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시각 효과 아티스트의 작품으로 판명
결국 이 영상은 '인피니트 언리얼리티(Infinite Unreality)'라는 인스타스램 계정을 운영하는 시각 효과 아티스트가 제작한 AI 생성 영상으로 밝혀졌다. 이 계정은 정기적으로 초현실적인 AI 생성 영상을 게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대부분의 작품에 무한대 기호인 자신의 로고를 포함시킨다.
원본 영상에는 "비행기에 캥거루는 안 된다"는 캡션이 달려 있었으며, 작가 이름부터 이미 '무한 비현실'을 의미해 힌트를 주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AI 생성 영상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최근 두 젊은 여성이 거리 인터뷰에 참여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도 AI로 생성된 것으로 밝혀져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이번 '정서지원 캥거루' 영상은 AI 기술이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소셜미디어에서 접하는 정보를 검증 없이 믿는 것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생성 콘텐츠가 날로 정교해지고 있어 앞으로 진위 판별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비판적 사고와 팩트체크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