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홈런 치면, '사자 깃발'이 펄럭인다... 강민호 인터넷서 구매→개시 첫날 바로 홈런 '쾅'!

대구=양정웅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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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르윈 디아즈가 27일 대구 롯데전에서 7회말 2점 홈런을 터트린 뒤 사자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삼성 르윈 디아즈가 27일 대구 롯데전에서 7회말 2점 홈런을 터트린 뒤 사자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삼성 라이온즈 선수가 홈런을 쳤을 때, 이번 주부터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사나운 사자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눈다.

지난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 자이언츠의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맞대결. 삼성이 5-1로 앞서던 상황에서 7회말 르윈 디아즈(29)가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다이아몬드를 돌아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디아즈는 강민호(40)에게 사자 깃발을 받았다. 그는 왼손으로 깃발을 들고 오른손으로 동료들과 주먹인사를 나누며 홈런을 자축했다. 이어 팬들에게 홈런 인형을 선물할 때까지도 깃발을 들고 펄럭였다.

이는 앞선 경기까지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 이전에는 홈런을 치면 목걸이를 걸어주거나, 왕관을 씌워 주곤 했다. 하지만 깃발을 들고 가는 건 낯선 장면이었다. 어떻게 이런 이벤트 아닌 이벤트가 만들어진 걸까.

시작은 팀 야수 최고참 강민호였다. 그는 29일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샀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홈런 치고 목걸이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 것도 없더라"라고 말한 그는 처음에는 사자 탈을 사려고 했다. 하지만 귀여운 모양만 있어서 다시 고민을 했다고 한다.


삼성 르윈 디아즈가 27일 대구 롯데전에서 7회말 2점 홈런을 터트린 뒤 사자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르윈 디아즈가 27일 대구 롯데전에서 7회말 2점 홈런을 터트린 뒤 사자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러다 아내 신소연 씨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사자 깃발을 찾았다. 강민호는 "(아내가) '사자 깃발 멋있는 거 있는데 어때?'라고 했는데 너무 괜찮더라. 그래서 와이프가 주문해 줘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매한 깃발이 26일 도착했는데, 다음 날 첫 개시한 경기에서 디아즈가 홈런을 바로 터트리며 의미를 더했다.

강민호가 이렇게 깃발을 산 건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삼성은 5월 초 한때 8연패에 빠지면 다소 침체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팀 분위기가 좀 많이 다운되더라. 그래서 집에 가서 고민을 했다. 뭘 하면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더 편안하게 있을까 했다"고 말했다.

처음 산 건 장기판이었다. 강민호는 "다들 힘 빠져서 휴대전화만 보는 모습이 싫어서 서로 어울리게 하자 싶었다"며 선수들이 오목을 둘 수 있게 했다. 투수진 막내 배찬승(19)과 매일 오목을 둔다는 그는 "배찬승 선수는 오목 4전 전패다"라며 웃었다.

삼성 르윈 디아즈(오른쪽)가 27일 대구 롯데전에서 7회말 2점 홈런을 터트린 뒤 강민호에게 받은 사자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르윈 디아즈(오른쪽)가 27일 대구 롯데전에서 7회말 2점 홈런을 터트린 뒤 강민호에게 받은 사자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리고 이어 사게 된 물건이 바로 깃발이었다. 강민호는 "뭔가 좀 안 풀릴 때 포인트가 필요한데, 그걸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밝혔다.

한동안 몰아치기가 나오지 않던 강민호의 개인 성적도 최근 반등 포인트가 생겼다. 그는 27일 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는데, 그거 멀티히트를 달성한 건 4월 9일 SSG전 이후 처음이었다. 박진만(49) 감독이 직접 배팅볼을 던져주면서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결과물이 나왔다. 이어 29일 경기에서는 5회 결승 2타점 2루타, 8회 쐐기 적시타를 포함해 5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강민호는 같은 처지의 구자욱(32)과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으니 좋은 것 아니냐"고 대화를 나누며 긍정적인 사고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 있으니 당장 3안타에 만족하지 않고, 팀이 필요한 순간이 왔을 때 그때 정말 좋은 감으로 승리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삼성 강민호가 29일 대구 롯데전 승리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삼성 강민호가 29일 대구 롯데전 승리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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