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주전쟁', 韓국가대표 소주가 남긴..씁쓸한 뒷맛 ①

★리포트

김미화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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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주전쟁'
/사진='소주전쟁'


사회 초년생 시절, 그토록 쓰디 쓰기만 했던 소주가 나이 들수록 문득 달아지는 때가 있다. 삶이 씁쓸하고 고달프다보니 소주의 단맛이 어느덧 일상을 위로하는 것이다. '소주전쟁'은 술보다 쓰디쓴 비즈니스의 세계를 담아냈다.

영화 '소주전쟁'은 알콜 소비량 전세계 1위인 대한민국, 그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소주를 둘러싼 뺏고 뺏기는 이야기를 그렸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재무이사 종록(유해진 분)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인범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모습을 담았다.


영화는 한국 소주 사업을 이끌던 진로 그룹이 1997년 IMF 외환 위기 속 부도가 난 뒤 미국의 골드만삭스에 의해 매각되기까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글로벌 투자사 솔퀸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인범은 파산 위기에 몰린 국보 그룹을 뺏기 위해 한국으로 온 뒤, 국보 그룹의 투자 자문사로 위장해 내부 정보를 모두 받는다. 이후 인범은 오로지 돈만 밝히는 비리 회장 석회장 옆에서 수족으로 보필하는 표종록과 커뮤니케이션 하며 그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다.

/사진='소주 전쟁'
/사진='소주 전쟁'



'소주전쟁'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한국 사람들이 많이 마시던 소주, 그 소주를 둘러싼 과거 이야기를 그리며 흥미를 유발한다. '모럴 해저드' 였던 기존 제목을 '소주전쟁'으로 바꾼 것은 이처럼 서민의 술인 '소주'에 대한 편한 접근이 영화에 대한 관심을 더 끌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터. 하지만 영화는 IMF 당시의 현실을 극화하다 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외국자본이 법적인 허술함을 이용해 비열한 방법으로 한국 경제에서 돈을 벌어가는 것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하지만, 도덕절 결함이 큰 부패 재벌 회장에 대한 분노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선과 악을 나눌 수 없는 두 집단을 대표하는 인범과 종록은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지킨다.

영화는 100분이 넘는 런닝타임 내내 엎치락 뒤치락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후반부 20분 정도에서 터닝포인트가 마련하며 영화의 전개 속도가 달라진다. 답답한 두 캐릭터의 반전이 드러나고, 서로를 변화시킨 두 남자의 모습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사실 '소주전쟁' 후반 20분을 위해 달려왔다고도 볼 수 있다.

30년 전 IMF 사태 이후 우리사회에 벌어졌던 그 '역사'가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생각해보는 재미도 있다. 그 시절의 문화가 오늘의 모습과 다른 점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영화의 초중반 전개가 느리다보니 그 통쾌함이 반감된다.

'소주전쟁'에는 완벽한 선도, 완벽한 악도 없다. 유해진은 서민적인 인물이자 IMF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표종록을 잘 표현해냈다. 유해진다운 연기다. 이제훈 역시 많은 분량 영어로 진행되는 연기를 잘 해냈다. 사무적이며 엘리트적인 모습 사이로 언뜻언뜻 인간적인 모습도 내비친다. 두 사람의 합도 괜찮다. 손현주는 얄미운 재벌 회장 역을 맡아 악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관객이 가슴을 치게 만든다. 할리우드 배우 바이런 만도 적재적소에 쓰였다.

'소주전쟁'은 쓰디쓴 소주가 어느새 프레시하고 부드럽게 느껴질만큼 무서운 자본의 세상을 그려냈다. 특히 우리에게 친숙한 소주라는 술을 둘러싼 실화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던져줄 수 있을듯 하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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