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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가 1일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
2019년 입회해 우승까지 한 차례 차지했던 정윤지(25·NH투자증권)지만 이제야 골프의 본질을 깨달았다. 우승을 위해선 퍼팅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걸 피부로 느꼈고 그 변화는 결국 3년 만에 두 번째 우승을 안겨줬다.
정윤지는 1일 경기도 양평 더스타 휴(파72·6678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골프(KLPGA) 투어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엮어 2언더파 70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7언더파 199타를 기록한 정윤지는 이채은(26·메디힐)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궈냈다.
2022년 5월 29일 E1 채리티 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꼬박 3년이 걸렸다. 그 사이 준우승만 4차례. 늘 2%가 부족했다.
1,2라운드 1위를 지킨 정윤지는 이날도 이채은의 거센 추격 속에 경기 막판까지 공동 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연장 돌입 가능성이 커보였던 18번 홀(파5)에서 4.5m 버디 퍼트를 깔끔히 성공시키며 포효했다. 그동안의 설움과 아쉬움을 모두 털어낸 챔피언 퍼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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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뒤 포효하는 정윤지. /사진=KLPGT 제공 |
이번 대회에선 달랐다. 그린 적중시 평균 퍼트가 1.61개로 평균(1.82개)보다 훨씬 적었고 덕분에 19개의 버디를 쓸어담을 수 있었다. 18번 홀에서도 4.5m 거리의 퍼트를 남겨 불안감을 자아냈지만 완벽한 스트로크로 우승을 스스로의 힘으로 확정했다.
경기 후 만난 정윤지는 "급격히 퍼트가 좋아진 비결이라기보다는 훈련하면 샷에 비중을 많이 두고 했는데 쇼트게임, 특히 퍼터에서 미흡한 부분이 컸다"며 "그걸 심각히 깨닫고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훈련을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아주 최근의 일이다. 정윤지는 "올 3월에 깨달았다. 항상 연습하다보면 계획은 샷과 퍼터 비중을 50 대 50으로 잡는데 샷을 먼저 하다보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니 결국엔 퍼터를 해야 하는 시간에도 샷에 집착해서 샷을 80%, 퍼터를 20% 훈련하는 게 반복됐다. 이젠 그걸 깨고 진짜 50 대 50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변화를 잘 못 느꼈다. '연습하면 좋아지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퍼터를 연습하다가 화도 많이 냈다. 그래도 꾹 참고 한 방향으로 꾸준히 밀고 나가다보니까 좋은 결과가 온 것 같다"고 전했다.
퍼터 훈련 비중을 늘리다보니 치명적 문제도 깨달았다. "여러 단계로 많이 훈련을 했다. 처음엔 리듬을 생각하고 연습했는데 그것보다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머리가 많이 움직였다. 샷을 할 때도 머리가 움직이면 정확성이 떨어지듯이 임팩트 때 머리가 뒤로 밀리면서 헤드가 열려 맞고 닫혀 맞는 미스가 많았다"며 "머리를 잡아두고 치는 걸 많이 연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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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가 우승 후 동료들의 축하 물 세례를 받으면서도 기뻐하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
정윤지는 "E1 채리티 오픈 때부터 크로스 핸드 그립으로 잡았는데 정렬도 잘 나왔고 머리 움직임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이전엔 손으로 치려고 하는 것도 있는데 부드럽게 리드해주는 느낌이 나왔다. 2번째 2주 만에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전했다.
스스로 느낀 게 가장 결정적이었다. 이전엔 부모님이나 주변의 압박에도 변화를 하기 쉽지 않았는데 "이젠 스스로 깨닫고 무조건 해야한다고 느꼈다"는 정윤지는 "샷도 좋았지만 이번엔 아쉬움 없이 퍼터도 잘 떨어졌기에 좋은 성적 낼 수 있었다"고 우승의 원동력을 달라진 퍼팅에서 찾았다.
그 결과 늘 꿈만 꾸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와이어 투 와이어라는 이야기를 듣고 소름이 돋았다. 늘 꿈만 꾸고 입으로만 말했던 걸 이룰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는 정윤지는 "'우승을 위해서는 퍼팅이다'라는 걸 배웠다. 체력 싸움도 크다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시즌의 3분의 1을 지나온 시점에서 목표로 하던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욕심을 내기보다는 꾸준하게 상위권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자고 했는데 우승이 찾아와서 묵은 때를 벗긴 느낌"이라며 "우승을 달성했으니 또 하면 좋을 것 같다. 첫 우승 이후 지난 날들을 바라보면 스스로를 많이 괴롭힌 것 같다. 이젠 제 자신을 그만 괴롭히고 골프든 생활이든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무엇보다 곁에서 든든히 조력해준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이 컸다. "엄마와 언니가 지난 시간 동안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면서 힘들어하는 걸 많이 봤는데 그게 사실은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었는데 내 앞에선 아무렇지 않은 척 해주고 그런 게 미안하고 고마웠다"며 "5월에 어버이날도 있고 어머니 생신도, 부모님 결혼기념일도 있었다. 선물을 못 해드렸다. 말로만 '우승 선물해줄게' 했지만 계속 좌절을 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우승이라는 큰 선물로 보답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상금도 많이 받았으니 가족들 선물을 하나씩 사서 주려고 한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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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가운데)가 우승 후 부모님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