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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팬들이 1일 수원 KIA전 종료 후 열린 박경수 은퇴식에서 빨간 응원봉을 들고 영원한 캡틴의 마지막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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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선수단이 1일 수원 KIA전 종료 후 열린 박경수 은퇴식에서 헹가레를 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박경수는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KIA전을 끝으로 22년간 함께했던 그라운드를 선수로서 완전히 떠났다. 미성초-성남중-성남고 졸업 후 2003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지 22년, 2015년 신생팀 KT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지 10년 만이었다.
이날 박경수의 은퇴식을 축하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많은 선수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최근 부상으로 이탈한 팀 동료 황재균(38)은 목발을 짚고 직접 찾아왔고, 손동현(24)과 함께 관중석에서 캡틴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또한 모교인 성남중, 성남고 야구부 선수들이 1루 응원지정석에서 단체 관람 뒤 등번호 6번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자리를 빛냈다. 박경수의 중학교 시절 은사인 현 성남고 강호영 교장이 추진한 덕분이었다. 이들은 은퇴식 2부 행사에서 홈베이스부터 1루, 2루, 3루까지 모든 주로를 꽉 채워 하이 파이브를 하며 박경수의 마지막 그라운드 질주를 함께했다.
시즌 8번째 1만 8700명의 만원 관중은 경기 시작 전부터 많은 박수갈채로 박경수의 마지막 인사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그러한 팬들에 대한 답례로 박경수를 9회초 1사 대수비로 출전시켜 감사 인사를 전하게 하는 등 화답했다. 박경수 역시 지난해 4월 2일 수원 KIA전 이후 425일 만의 그라운드 복귀를 위해 이틀 전부터 몸을 만들었다.
KT 구단 역시 영원한 캡틴 박경수를 위해 정성을 다했다. 경기 전 위즈파크 중앙 위즈홀에서 팬 100명을 대상으로 사인회를 열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라운드에서는 박경수의 선수 시절 활약상이 담긴 은퇴 기념 영상을 상영하고 선물 증정식을 열었다. 시구와 시타는 박경수의 두 딸 박은서 양과 박은아 양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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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팬들이 1일 수원KT위즈파크 1루 쪽에 마련된 경수대로 6번길에서 자선 경매 및 사인회를 위해 줄 서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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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경수가 1일 수원 KIA전 종료 후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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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경수 코치가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KIA전을 앞두고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이토록 모두가 진심인 은퇴식에는 박경수가 지난 10년간 보여준 헌신에 있었다. 박경수는 2015년 FA로 KT에 합류 후 전성기를 맞았다. 첫해부터 타율 0.284, 22홈런으로 커리어 첫 두 자릿수 홈런 시즌을 만들더니 2020년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으로 거포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리더십도 뛰어나 무려 6차례(2016~2018년, 2022~2024년) 주장직을 역임하며 매 시즌 선수단을 이끌었다.
2020시즌을 앞두고 3년 총액 26억 원에 두 번째 FA에도 성공했고 2021년에는 커리어 첫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제패로 KT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3경기 8타수 2안타 1홈런의 활약과 여러 차례 빛나는 호수비로 한국시리즈 MVP의 영예도 안았다.
KT 구단 역사에 영원히 박제될 장면도 남겼다. 한국시리즈 3차전 수비 도중 종아리 근육 파열로 4차전에서 뛰지 못했으나, 목발을 짚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우승 후에는 목발을 짚고 나오는 박경수를 그라운드 위의 후배들이 기다리는 장면으로 KBO 팬들에게 많은 감동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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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박경수(오른쪽). /사진=KT 위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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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강철 감독(왼쪽)과 박경수 코치. /사진=김진경 대기자 |
박경수는 마지막 은퇴사에서 그동안 자신을 응원하고 지지해준 모든 이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KT 위즈는 내 야구 인생을 함께한, 그 어떤 팀보다도 특별한 팀이다. 창단 초창기부터 팀의 뼈대를 세우는 과정에 함께 했고,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진심으로 뿌듯함을 느꼈다"고 각별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어떤 지도자가 될지 모르겠지만, 야구와 KT 위즈를 사랑하는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하면서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과 문화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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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경수가 1일 수원 KIA전 종료 후 열린 박경수 은퇴식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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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경수가 1일 수원 KIA전 종료 후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안녕하세요. KT 위즈의 박경수입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긴 여정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평생을 야구와 함께하며 살았기에, 이 순간이 낯설고 실감 나지 않기도 하지만, 이렇게 인사를 드릴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먼저 이렇게 성대한 은퇴식을 치를 수 있게 해주신 사장님, 단장님, 그리고 프런트 직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 자리를 빌려, 함께 땀 흘리며 경쟁하고, 때론 격려하며 의지해준 동료 선수들, 저를 지도해주신 초·중·고 감독님과 코치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희생만 해오신 부모님과 우리 형,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맙고, 사랑합니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가족의 희생과 응원 덕분입니다. 묵묵히 뒤에서 응원해주신 장인, 장모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나보다 더 KT 위즈를 사랑하는 딸 은서, 은아, 그리고 와이프 수진이한테도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늘 한결같은 친구들 성남고등학교 60회 동기들에게도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2003년 프로 무대에 입단한 이후 20년 넘는 세월 동안 저는 한결같이 야구선수로 살아왔습니다. 야구를 사랑했고, 야구를 잘하고 싶었고, 야구장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늘 간절했습니다. 무수한 훈련과 경기, 그리고 팬 여러분의 함성 속에서 저는 웃고, 울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KT 위즈는 제 야구 인생을 함께한, 그 어떤 팀보다도 특별한 팀입니다. 창단 초창기부터 팀의 뼈대를 세우는 과정에 함께 했고,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진심으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그 힘이 모여 마침내 2021년, 우리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믿을 수 없는 역사를 함께 썼습니다. 그 순간, 팬들과 후배들의 눈을 마주치며 느꼈던 전율은 평생 가슴 속 깊이 간직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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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선수단이 1일 수원 KIA전 종료 후 열린 박경수 은퇴식에서 도열해 박경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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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선수단이 1일 수원 KIA전 종료 후 열린 박경수 은퇴식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제 야구 인생이 화려하거나 눈부신 기록으로 가득하진 않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묵묵히 제 몫을 다하려고 노력하며 야구를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본보기가 되었길 바랍니다.
이제 저는 선수의 자리에서 물러나 지도자의 삶을 시작하려 합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의 지도자가 될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야구에 대한 제 마음과 KT위즈를 사랑하는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후배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과 문화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우리 후배들이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제 자리에서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팬 여러분, 그리고 KT 위즈.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을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박경수라는 이름, 그리고 6번이라는 등번호가 여러분의 기억 속에 좋은 선수로 남기를 소망합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