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캡틴이 직접 밝혔다... 패배 의식 빠졌던 KBO 막내 구단, 어떻게 '5년 연속 PS' 가을야구 단골팀 됐나

수원=김동윤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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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경수 코치가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KIA전을 앞두고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KT 박경수 코치가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KIA전을 앞두고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KT 선수단이 1일 수원 KIA전 종료 후 열린 박경수 은퇴식에서 헹가레를 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KT 선수단이 1일 수원 KIA전 종료 후 열린 박경수 은퇴식에서 헹가레를 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KT 위즈의 산 증인이자, '영원한 캡틴' 박경수(41) 1군 QC 및 주루코치가 자신의 은퇴식에서 KBO리그 막내 구단이 어떻게 가을야구 단골팀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공개했다.

KT는 2013년 창단해 2015년에야 KBO 1군 무대에 참가한 막내 구단이다. 창단 당시 신인드래프트 특별 지명 등 여러 혜택을 받았으나, 3시즌 연속 10개 팀 중 10위에 머물렀다. 그러다 이강철(59) 감독의 부임한 2019년 6위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PS)에 꾸준히 진출하는 강팀이 됐고, 2021년에는 두산 베어스를 꺾고 통합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 이유로 이강철 감독은 꾸준히 유한준(44) KT 1군 타격코치, 박경수 코치 등 역대 주장들이 만들어놓은 팀 문화를 이야기해왔다. 그 당사자인 박경수 코치의 생각은 어땠을까.

박경수 코치는 1일 수원 KIA전을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 기자회견에서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구단과 감독님이 열려 있는 분이었고 모두가 노력했기 때문에 우리 팀만의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유)한준이 형이 정말 고생했고 배운 것도 많다. 내가 (팀 문화 조성을) 했다고 하긴 어렵고 다 같이 분위기 좋은 구단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KT 10년 중 무려 6시즌을 주장으로 역임해 박 코치는 구단 역사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 됐다. 그런 그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처음으로 캡틴을 맡았던 2016년이었다. 직전해이자 1군 첫해인 2015년 KT는 52승 1무 91패로 승률 3할(0.364)의 꼴찌팀이었고, 박 코치는 주장으로서 어린 선수들에게 드리워진 패배 의식을 걷어내야 했다.


그는 "첫 주장을 맡았던 2016년이다. 당시 개인 성적은 좋았지만, 그때는 어느 팀이든 우리를 '언제 만나나' 기다리던 시절이었다. 당시 김민혁(30) 선수가 스무살이었는데, 어린 선수들에게 패배 의식이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주장이자 고참 역할을 하면서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KT 선수단이 1일 수원 KIA전 종료 후 열린 박경수 은퇴식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KT 선수단이 1일 수원 KIA전 종료 후 열린 박경수 은퇴식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2021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박경수.(오른쪽) /사진=KT 위즈 제공
2021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박경수.(오른쪽) /사진=KT 위즈 제공
KBO 막내 구단은 마침내 기량을 꽃 핀 박 코치와 고참들의 맹활약 속에 고영표(34), 소형준(24) 등 어린 선수들이 폭풍처럼 성장했다. 2021년 첫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제패를 동시에 이뤄냈고, 이는 박 코치에게도 가장 강렬했던 기억이었다. 박 코치는 "내가 주장은 아니었지만, 우승했던 2021년이 야구 인생 통틀어 제일 행복했던 때였다. 그때 개인 성적은 안 좋았는데 너무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박 코치에게도 KT는 커리어의 전환점을 가져다준 소중한 구단이었다. 성남고 졸업 후 2003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지명된 박 코치는 KT로 오기 전까진 한 시즌 최고 타율이 0.268에 불과할 정도로 평범한 커리어를 보냈다. 하지만 2015시즌 KT로 FA 이적한 후, 2020년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내는 알짜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2020시즌을 앞두고는 3년 총액 26억 원에 두 번째 FA에도 성공했고, 2021년에는 생애 첫 한국시리즈에서 MVP도 수상했다.

고교 최고 유격수에서 시작해 우여곡절을 겪은 뒤 끝내 한국시리즈 정상에 선 박 코치의 커리어는 귀감이 될 만했다. 이날 은퇴식에는 모교인 성남중, 성남고 야구부 학생들이 찾아 자리를 빛냈다. 박 코치는 "솔직히 후배들이 야구도 잘해야겠지만, 인내를 했으면 한다. 내가 이강철 감독님께 배운 것이 인내다. 묵묵히 버티다 보니 이렇게 은퇴식까지 할 수 있었다. 후배들에게 욕심내지 말고 내가 해야 할 것만 잘하고, 버티고 버티다 보면 나머진 따라온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 책임감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KT 팬들이 1일 수원KT위즈파크 1루 쪽에 마련된 경수대로 6번길에서 자선 경매 및 사인회를 위해 줄 서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KT 팬들이 1일 수원KT위즈파크 1루 쪽에 마련된 경수대로 6번길에서 자선 경매 및 사인회를 위해 줄 서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KT 팬들이 1일 수원KT위즈파크 1루 쪽에 마련된 경수대로 6번길에서 자선 경매 및 사인회를 위해 줄 서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KT 팬들이 1일 수원KT위즈파크 1루 쪽에 마련된 경수대로 6번길에서 자선 경매 및 사인회를 위해 줄 서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이날 수원KT위즈파크에는 시즌 8번째 1만 8700명의 만원 관중이 찾았고,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박 코치의 은퇴 관련 행사를 참여하기 위해 팬들이 줄을 섰다. 박 코치가 처음 수원에 당도했던 2015년을 떠올리면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2015년 홈경기 평균 관중이 8965명, 원정경기 평균 관중이 7741명 되던 막내 구단은 꾸준한 성적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지난해 한 시즌 84만 명이 찾는 견실한 구단이 됐다. 지난해 기준 홈경기 평균 관중은 1만 1887명, 원정경기 평균 관중은 1만 2726명으로 눈에 띄게 늘었다.

이 부분에 박 코치는 감사하면서도 놀라워했다. 그는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게 없다. 오늘(1일) 일찍 나온 편인데 팬들이 엄청나게 길게 줄을 서 있는 걸 보고 프런트에 물어봤다. 내 사인회 줄이라고 했다. 사실 내가 가장 성적이 좋았을 때는 팬들이 많지 않은 편이었는데 요즘은 우리 팬들이 정말 많이 늘어서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 앞으로 내가 어떤 지도자가 될지 모르지만, KT를 위해 어떤 것도 감수하고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지난해 사실상 플레잉코치로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박 코치는 현재 KT 1군 QC 코치로서 선수단과 함께하고 있다. 박 코치는 "어린 시절 꿈을 충분히 이뤘다고 생각한다. 류지현 감독님, 이종범 총괄 코치님을 정말 좋아해서 야구를 시작했다. 그렇게 꿈을 키워나가며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고 은퇴식까지 치렀다"며 "코치로서는 선수 때랑 시각 자체가 다르다는 걸 느낀다. 우리 팀이 어떻게 하면 이길지 준비하는 과정도 재미있다"고 활짝 웃었다.

KT 박경수 코치가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KIA전을 앞두고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KT 박경수 코치가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KIA전을 앞두고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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