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엽 감독 '충격' 자진 사퇴, '부임 직전해 9위→2년 연속 PS 진출' 왜 눈부신 성과에도 임기 채우지 못했나

김동윤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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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0월 이승엽 감독이 두산 베어스의 제11대 사령탑으로 선임됐을 때 모습.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지난 2022년 10월 이승엽 감독이 두산 베어스의 제11대 사령탑으로 선임됐을 때 모습.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베어스 이승엽(49) 감독이 자진 사퇴로 자신의 첫 지도자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두산 구단은 2일 "이승엽 감독이 이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이를 수용했다. 3일 잠실 KIA전부터는 조성환(49) 퀄리티 컨트롤(QC)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야구 없는 월요일에 전해진 충격적인 발표였다. 함께 전해진 두산 구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성적 부진이 이유다. 구단 관계자는 "3시즌 간 팀을 이끌어주신 이승엽 감독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올해 성적이 좋지 않긴 했다. 두산은 1일 경기 종료 시점까지 23승 3무 32패로 9위에 머물렀다. 1위 LG 트윈스와 11경기 차, 10위 키움 히어로즈와 9.5경기 차로 선두보다 꼴찌에 더 가까웠다. 최근 키움과 원정 3연전에서 이틀 연속 0-1 패배를 포함해 루징 시리즈를 내준 것이 결정타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5월 31일 경기에서는 케니 로젠버그의 7⅓이닝 무실점 투구에 눌려 2안타로 무득점 패배했다. 6월 1일에는 두산 9개 대 키움 5개로 더 많은 안타를 쳤음에도 번번이 득점권 찬스를 무산시키며 0-1로 패했다.

그동안 좀처럼 계약 중도 해지는 고려치 않던 두산이었기에 놀라움이 크다. 두산의 시즌 중 사령탑 교체는 2011년 김경문 현 한화 이글스 감독이 물러난 이후 14년 만으로, 이후 김진욱, 송일수, 김태형 감독은 모두 임기를 마치고 떠났다. 더욱이 이승엽 감독의 계약은 올해가 마지막 해였고, 이제 곧 에이스 곽빈(26)이 복귀하는 등 충분히 후반기 반등을 노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두산의 고민도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 전 두산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승엽 전 두산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로써 이승엽 감독의 첫 프로 지도자 생활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끝났다. KBO 통산 467홈런을 기록한 국민타자로 이름을 날린 이승엽 감독의 지도자 변신은 시작부터 화제였다. 당시 이 감독은 야구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령탑을 맡은 걸 제외하면 2017년 은퇴 후 야구 해설, 공익재단 활동 등으로 현장과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분위기 전환을 이유로 2023년 10월 김태형 감독과 계약 만료 후, 역대 초보 감독 최고 대우인 3년 총액 18억 원으로 이 감독을 데려왔다.

결과만 놓고 보면 성과는 눈부셨다. 부임 직전 해인 2022년 9위에 머물던 두산을 정규시즌 5위로 끌어올려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하지만 그 이상을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이 초보 사령탑의 발목을 잡았다. 2023년 74승 2무 68패(리그 5위)로 와일드카드 시리즈로 향했으나, NC 다이노스에 패해 빠르게 포스트시즌(PS)에서 탈락했다.

2024년에도 똑같은 74승 2무 68패임에도 리그 4위가 돼 와일드카드 시리즈 1승을 선점했으나, 5위 KT 위즈에 업셋을 허용해 2년 연속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이는 KBO 와일드카드 시리즈 도입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에는 시작부터 3루수 허경민(35·KT 위즈)의 FA 이적, 유격수 김재호(40)의 은퇴, 내야 유틸리티 전민재(26·롯데 자이언츠)의 이적 등으로 내야 리빌딩이라는 어려움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변명하지 않고 올해 1월 구단 신년 기념식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또 새로운 선수들과 2025년을 뛸 것이다. 벌써 부정적인 생각은 하기 싫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었다.

그러나 에이스 곽빈, 필승조 홍건희 등이 시즌 시작부터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시작부터 시즌 구상이 꼬였다. 김재환, 양석환 등 베테랑 타자들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개막 두 달이 넘어간 시점에서도 반등에 실패했고, 결국 자진 사퇴로 이 감독과 두산의 동행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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