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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해민. /사진=김진경 대기자 |
LG는 지난달 20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받아 들었다. 5월 13일 잠실 키움전에서 수비 도중 충돌로 왼쪽 무릎 미세 골절로 이탈한 홍창기가 좌측 무릎 내측 측부인대 파열로 최소 4~5개월은 재활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가뜩이나 주전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과 타선 침체로 한때 1위도 빼앗겼던 LG는 3번의 KBO 출루왕 없이 남은 시즌을 치르게 됐다.
생각보단 잘 버텨내고 있다. 홍창기를 대신해 리드오프를 맡고 있는 박해민의 존재 덕분이다. 시즌 성적만 보면 갸우뚱한 소리다. 4일 경기 전 시점으로 박해민은 5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6(178타수 42안타)로 안타를 많이 치지 못하고 있다. 멀티히트 경기도 겨우 10회에 불과하다. 10개 구단 리드오프 중 30타석 이상 나선 선수 중에서도 박해민의 타율은 0.174(46타수 8안타)로 27명 중 24번째다.
하지만 출루로 눈을 돌리면 그의 숨은 가치가 보인다. 올해 박해민은 59경기 중 27경기에서 멀티 출루를 기록하고 있다. 자연스레 출루율도 0.356에 달해 27명의 리드오프 중 11번째로 많은 베이스로 나가 득점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여기에 홍창기에게 없는 주루 능력이 더해져 KBO 출루왕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운다. 올해 박해민은 17도루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 중이다. 언제든 한 베이스를 더 훔칠 수 있는 기동력은 LG의 든든한 무기요, 상대 내야에는 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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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해민(왼쪽). /사진=김진경 대기자 |
특히, 2015시즌에는 개인 최다 도루인 60개를 기록하며 해당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2014시즌부터 2024시즌까지 매 시즌 도루 부문 10걸에 자리했다. 또한, 6월 4일 현재 통산 428도루를 기록하며, 해당 부문 통산 5위, 현역 선수 중에서는 1위에 올라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박해민이 남은 경기에서 3개의 도루를 더 추가하면 KBO 역대 최초 12시즌 연속 20도루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현재는 2016시즌 한화 이글스 소속으로 11시즌 연속 20도루(2006년~2016년)에 성공한 정근우(은퇴)와 해당 부문 공동 1위에 올라와 있다.
박해민이 항상 타율 0.280 이상의 꾸준함을 보여줬던 타자라는 점에서 지금의 아쉬운 성적은 오히려 남은 경기를 기다리게 한다. 주전이 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1시즌 간 박해민의 시즌 타율이 0.280 밑으로 떨어진 건 2019년(0.239)과 2024년(0.263)뿐이다. LG 투수들이 언제나 자신 있게 공을 뿌리게 하고, 상대 타자들에게는 절망을 안기는 KBO 리그 최고의 중견수 수비는 그야말로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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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해민(가운데). /사진=김진경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