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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민. /사진=KT 위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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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안현민이 5일 대전 한화전 1회초 류현진에게 좌월 솔로포를 때려내고 있다. /사진=TVING 제공 |
안현민은 지난 5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KT가 한화 이글스에 7-0으로 승리한 2025 KBO 정규시즌 방문경기에서 3번 타자 및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1볼넷 2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초장 분위기를 휘어잡은 것이 안현민이었다. 상대 투수는 메이저리그 78승 경력의 '괴물' 류현진(38). 하지만 이날만큼은 안현민의 괴력이 류현진의 관록을 넘어섰다.
1회초 2사에서 안현민은 풀카운트에서 몸쪽으로 들어온 류현진의 시속 148㎞ 직구를 통타해 좌측 담장을 크게 넘겼다. 비거리 125m의 시즌 10호 포.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3회초 1사 1, 3루 찬스에서 안현민은 류현진의 몸쪽 낮게 떨어지는 커브를 잡아당겨 좌전 1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뒤이어 장성우의 2타점 적시 2루타가 터지면서 KT가 승기를 잡았다.
안현민은 쉴 새 없이 KT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6회초 2사 1루에선 중전 안타를 때려냈고, 7회초 2사 만루에서는 밀어내기 볼넷으로 타점을 추가했다. 그러면서 안현민의 타격 성적은 33경기 타율 0.325(123타수 40안타) 10홈런 34타점, 출루율 0.407 장타율 0.675 OPS(출루율+장타율) 1.082가 됐다.
어느덧 팀 내 홈런, 타점, 타율, 출루율, 장타율 모두 1위에 올라섰고, KBO리그 전체로도 홈런은 공동 7위로 톱10에 진입했다. 4월 29일 1군 재콜업 후 불과 38일 만, 5월 1일 첫 홈런 후 36일 만에 일궈낸 성과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KT 안현민이 5월 한 달간 거포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타점 29개로 공동 1위에 올랐고, 장타율 0.706, 득점 18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며 5월 월간 MVP 후보로 안현민의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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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민. /사진=KT 위즈 제공 |
빠른 군 복무가 신의 한 수였다. 안현민은 육군 취사병으로 복무하며 근력을 늘려 키 183cm, 몸무게 90kg의 건장한 체격으로 지난해 2월 KT에 복귀해 많은 장타를 생산했다. 야구팬들은 두꺼워진 몸에, 장타와 선구안을 모두 갖춘 그에게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던 마이크 트라우트(34·LA 에인절스)를 연상하기도 했다.
특히 맞자마자 담장 밖으로 넘어간 걸 직감할 수 있는 홈런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10개의 아치 중 가장 짧은 것이 120m에 130m를 넘긴 것이 6개일 정도로 힘이 남다르다.
안현민에게 홈런을 허용한 투수의 면면도 화려하다. 시즌 첫 홈런이 지난해 신인왕이자 국가대표 마무리 김택연(20·두산 베어스)이었다. 당시 안현민은 KT가 2점 차로 지고 있던 9회초 1사 1루에서 동점 투런포로 무승부를 이끌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안)현민이가 잠실에서 김택연에게 홈런 친 뒤로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그때부터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이후 수원에 가서도 바로 안타를 치고 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포항 삼성전에서 국가대표 1선발 원태인(25)을 상대로 한 장외 홈런은 충격적이었다. 당시 안현민은 KT가 2-1로 앞선 6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원태인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결대로 당겨쳐 야구장 담장 밖으로 보냈다. 이에 이강철 감독은 "(안)현민이 제일 좋게 보는 점이 눈이 좋다는 것이다. 보통 홈런 타자들은 헛스윙이 많은데, 지금까지 현민이는 그 비율이 많이 떨어진다. 또 지금 상대하는 투수들은 다 처음 보는 선수들이다. 특히 원태인 같은 좋은 투수들에게 홈런을 쳤다"고 혀를 내두른 바 있다.
이강철 감독이 또 하나 감탄한 것이 상대 투수가 누구든, 상황이 어떻든 자신의 타격에 집중하는 강심장이었다. 이 감독은 "타선에서 (안)현민이에게 (견제가) 슬슬 집중되니까 부담이 갈 법도 한데, 생각보다 멘탈이 세더라. 그걸 이겨내면서 잘하는 걸 보면 스타성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류현진을 상대로 한 10호 홈런은 이 감독의 말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