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8회 칸영화제에 '미션임파서블;파이널레코닝'으로 참가한 톰크루즈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지난 5월 24일 막을 내린 칸 영화제에서 매일 교체됐던 레드카펫 1.5톤이 마르세유 항구도시의 비영리단체에 전달됐다. 톰 크루즈부터 리한나까지 화려한 스타들이 걸었던 레드 카펫은 현재 마르세유 북부 외곽의 한 창고에서 분류, 청소, 재사용 준비 작업을 거치고 있다.올해 레드카펫을 밟은 톱스타들로는 톰 크루즈, 리한나, 할리 베리, 스칼릿 요한슨, 로버트 드 니로 등이 있었다.
'라 레제르브 데 아르(La Reserve des Arts)'라는 이 자선단체는 패션, 연극,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사용된 제품들을 재사용하거나 '업사이클링'하는 전문 기관이다. 폐기물로 버려질 수 있는 물건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다.
창고에 팰릿이나 검은 쓰레기봉지에 담겨 쌓인 카펫들 중 일부는 높은 하이힐로 인한 작은 구멍이 있고, 일부는 발자국이나 긁힌 자국이 남아 있다.
단체 코디네이터인 잔 레(Jeanne Re)는 4일 AFP와의 인터뷰에서 "카펫을 재정비함으로써 행사의 환경적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영화제 측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칸 카펫은 1kg당 단 1유로(약 1,500원)에 재판매되고 있다. 레에 따르면 이는 평방미터당 33센트(약 500원)에 해당하는 파격적인 가격이다. 그는 "우리 회원들이 최대한 많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핸드백·모자로 변신...스타 기분 내기
지난 4년간 레드카펫을 활용해온 아티스트이자 회원인 엘사 라무니-요르디키안은 이 소재로 핸드백, 버킷햇, 안경 케이스, 심지어 와인병 가방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자선단체 '레 니폰'와 함께 작업한 그녀는 "꽤 독특한 작품"라고 자평했다. 최근 마르세유에서 열린 "영화배우처럼 입어보기(Dress like a Movie Star)"라는 전시회에서 2024년 카펫으로 만든 창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라무니-요르디키안은 "유명한 페스티벌에서 나온 것이 지역에서 재활용된다는 사실이 우리에게는 의미가 있다"며 "레드카펫 같은 합성 소재의 생산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고, 페스티벌과 전시회처럼 항상 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므로 이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접근법은 매립지를 줄이고 공공행사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물품의 양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로 여겨진다.
하지만 일부 환경단체들은 이른바 '세컨드 라이프' 정책이 '그린워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린워싱은 기업이나 단체가 실제로는 환경에 해로운 활동을 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이미지로 포장해 소비자를 속이는 마케팅 기법을 의미한다. 주최자와 기업들이 전체적인 소비량 감소나 근본적인 환경 개선에 집중하기보다는 재활용 정책만을 내세우며 친환경 이미지를 얻으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진정한 친환경 정책을 위해서는 재활용뿐만 아니라 애초에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스타들의 발길이 닿았던 화려한 레드카펫이 이제 일반인들의 일상용품으로 재탄생하며 지속가능한 패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업사이클링이 진정한 환경보호로 이어지려면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전체적인 소비 패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과제도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