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미웠을 우즈벡, 감격의 첫 월드컵 진출... 대통령 표창에 고급차량까지 선물 '국민 영웅' 됐다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지난 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A조 9차전 무승부로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우즈베키스탄을 사상 첫 월드컵 본선으로 이끈 티무르 카파제 감독. 과거 프로축구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선수로 뛴 적이 있다. /AFPBBNews=뉴스1

역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최종예선 무대에서 유독 한국의 벽을 넘지 못했던 우즈베키스탄이 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다. 대표팀 선수들은 훈장과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표창을 받고 고급차량을 선물로 받는 등 국민적인 영웅들이 됐다.

우즈베키스탄은 지난 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알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A조 9차전에서 UAE와 0-0으로 비겼다. 귀중한 승점 1을 더한 우즈베키스탄은 승점 18(5승 3무 1패)을 기록, 3위 UAE(승점 14)와 격차를 4점으로 벌리며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우즈베키스탄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 밟는 건 소련 해체 이후 독립 국가로 월드컵 예선에 참가한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앞선 7차례 월드컵 예선에선 번번이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는데, 8번째 도전 만에 마침내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새 역사를 쓰게 됐다.

공교롭게도 앞선 월드컵 예선마다 유독 한국축구와 인연이 깊었다. 우즈베키스탄 입장에선 '악연'이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역대 전적은 11승 4무 1패로 한국이 압도적인 우위. 이 가운데 8경기를 월드컵 최종예선 무대에서 마주했고, 한국이 5승 3무 무패를 기록했다.

지난 1998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격돌했을 당시엔 한국이 홈과 원정 모두 승리를 따냈다. 이어 2006 독일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한국이 당시 승점 10점 중 4점을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수확했다. 당시 한국은 조 2위로 본선에 직행했고,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에 밀려 3위로 플레이오프로 향했으나 바레인에 져 탈락했다.

지난 2005년 3월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박지성(가운데)이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지난 2013년 6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치열한 볼 경합을 하고 있는 손흥민(오른쪽). /AFPBBNews=뉴스1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은 그야말로 '한'으로 남았다.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을 모두 마친 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승점 동률(14)을 이뤘는데, 득실차에서 한국이 +6, 우즈베키스탄은 +5로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당시 최종전에서 한국이 이란에 1골 더 실점했거나, 우즈베키스탄이 카타르에 1골이라도 더 넣었다면 두 팀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선 마지막 경기에서 운명의 맞대결을 펼쳤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렸던 최종전, 당시 만원관중 앞에서 한국을 상대한 우즈베키스탄은 끝내 1골을 넣지 못한 채 0-0으로 비겼다. 만약 한국을 이겼다면 우즈베키스탄이 조 2위로 월드컵 본선에 오를 수 있었으나, 그 자리는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한국의 몫이 됐다.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고, 아시아에 배정된 본선행 티켓도 4.5장에서 8.5장으로 늘어난 2026 북중미 월드컵은 그야말로 기회였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란을 상대로 홈과 원정 모두 비기고 UAE를 꺾는 등 저력을 보여준 끝에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중앙아시아 국가가 월드컵에 나서는 건 우즈베키스탄이 역대 최초다.

자연스레 우즈베키스탄 대표팀은 그야말로 자국의 영웅이 됐다. 우즈데일리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귀국한 선수들을 위한 대대적인 환영식이 압둘라 아리포프 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타슈켄트 공항에서 진행됐다. 선수들은 훈장과 대통령 표창은 물론 고급자동차까지 선물을 받았다.

과거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에서도 뛰었던 티무르 카파제 우즈베키스탄 감독은 "긴 여정이었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다. 모든 선수와 국민들께 감사드린다. 국민들이 우리를 위해 기도해 준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지난 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A조 9차전 무승부로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