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변의 法대로] 27. 오픈채팅방 '말 한마디', 명예훼손 된다!

채준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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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가 법 칼럼 '권변의 法대로'를 권용범 변호사와 함께 진행한다. 권용범 변호사는 일상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범관련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연재되는 칼럼의 내용은 저자의 의견임을 밝힌다.( 편집자주)
스타뉴스가 법 칼럼 '권변의 法대로'를 권용범 변호사와 함께 진행한다. 권용범 변호사는 일상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범관련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연재되는 칼럼의 내용은 저자의 의견임을 밝힌다.( 편집자주)


/사진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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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다양한 목적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잡았습다.


정보 공유, 친목 도모, 공동 구매 등 긍정적인 활용도 많지만, 동시에 감정적인 갈등이 표출되거나 익명성을 무기로 타인을 비방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행위가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라, 실제로는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 법원은 오픈채팅방에서의 대화 내용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판단하고 있다.

2022년에 있었던 대구지방법원의 판결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피고인은 오픈채팅방 내 분쟁 이후, 피해자와 동일한 닉네임을 사용해 제3의 채팅방을 만들고, 마치 피해자가 후원을 받은 것처럼 캡처 사진을 올리며 '뒤로 후원도 받군요 ㅋㅋㅋ'라는 글을 게시했다. 법원은 이 게시가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


또 2023년에 있었던 수원지방법원 판결에서는 거래 분쟁으로 감정이 상한 피고인이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피해자의 사진을 프로필에 걸고 '사기 전과범'이라며 비방했다. 이 경우는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으로 판단되어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되었다. 피고인은 공공의 이익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비방 목적'이 더 크다고 보았다.

2023년에 있었던 서울북부지방법원 판결도 비슷한 사례다. 피고인은 북한이탈주민 관련 오픈채팅방에 피해자의 사생활이 담긴 내용을 전 남편으로부터 전달받아 게시했다. "노인에게 몸을 주고 도주했다"는 등의 자극적인 표현은 결국 공연히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으로 인정되어 벌금 1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이라는 비교적 무거운 형이 선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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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채팅방이 실명 기반이 아니라고 해도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으로 보장되는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불특정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법원은 '공연성'을 쉽게 인정하며, 발언의 내용이 사실이든 허위이든 간에 비방 목적이 있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이러한 판례들은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바로 '감정적으로 채팅방에 쓴 글 한 줄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허위사실을 기반으로 하거나, 사실이더라도 과도하게 사적인 내용을 공개해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형량은 더욱 무거워질 수 있다.

또한 '공공의 이익'이라는 항변은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단순히 누군가의 부정행위나 문제점을 주변에 알리고 싶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면책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자. 법원은 실제로 해당 정보가 사회 전체의 이익과 직결되는지를 엄격히 따진다. 오픈채팅방은 개인적 공간이 아니다. 대화 내용은 다수가 공유할 수 있고, 기록이 남으며, 그로 인해 누군가의 명예나 사회적 평판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도 있다. 따라서 말 한마디, 게시글 한 줄에도 책임이 따르는 시대라는 점을 명심하자. 누군가를 비방하는 글을 올리려는 충동이 들 때, 그 글이 법정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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