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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가대표축구응원단 붉은악마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북중미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인 쿠웨이트전이 열리는 가운데 WE대한 카드섹션을 선보이고 있다. 1층과 2층 등 빈좌석이 눈에 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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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북중미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인 쿠웨이트전이 열리는 가운데 차분히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2025.06.10.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에게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쿠웨이트전은 충격으로 다가온 경기가 됐다. 10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수가 4만 1911명에 그친 탓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에 5만 관중도 들어차지 못한 건 2017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 성과에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과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여전히 싸늘한 팬심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는 이른바 예매 전쟁이 방불케 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6만 3124명이 입장했던 지난 2017년 8월 이란전부터 최근 서울월드컵경기장 A매치 14경기 평균 관중(2021년 이라크전 무관중 경기 제외)이 6만 2644명에 달했을 정도다. 지난 2022년 브라질전(6만 4872명)보다 오히려 지난해 중국전(6만 4935명), 태국전(6만 4912명) 관중이 더 많았을 만큼, 상대팀 전력보다는 오롯이 국가대표팀 자체에 대한 관심이 더 뜨거웠다.
그러나 이번 쿠웨이트전은 예매 속도부터 달랐다. 지난달 말 예매가 시작됐지만 예매 추이는 이전 경기들과 비교해 한참 떨어졌다. 경기 당일인 10일 오전 0시에 2만장 가까이가 남았고, 킥오프가 다가올수록 오히려 남은 좌석 수가 더 늘었다. 결국 경기장에 들어찬 관중수는 4만 1911명에 그쳤다. 꼭 1년 전 중국전과 비교하면 무려 2만 3000명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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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6차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 한국 팬들이 대형 태극기를 애국가에 맞춰 펼치고 있다. 당시 경기장엔 6만 4935명이 들어차 매진을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
다만 그간 A매치 열기를 돌아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열기를 기대케 하는 요소들도 적잖았다.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경기에 카드 섹션(WE대한)과 축하공연 등을 준비하며 이번 경기가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손흥민이 귀국 후 정상적으로 훈련을 한 만큼 출전 가능성이 이라크 원정보다는 컸다. 이날 선발로 나선 이강인 등 다른 스타급 선수들도 여전히 태극마크를 달고 있었다. 더구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A매치는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만이었다.
4만 관중을 겨우 넘은 관중 수는 그래서 더 충격이었다. 관중 수가 줄어들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그 감소폭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4만 1911명의 관중 수는 지난 2017년 3월 시리아와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당시 관중 수 3만 352명 이후 8년 새 서울월드컵경기장 A매치 최소 관중 기록이다. 주말이긴 했지만 올해 5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전북 현대전(4만 8008명)보다도 더 적을 정도다.
홍명보호와 축구협회를 향한 싸늘한 팬심이 작용한 결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당시부터 공정성 등 각종 논란을 낳았다. 정몽규 회장을 중심으로 한 축구협회 행정 역시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결국 지난해 9월 논란 속 출범한 홍명보호의 데뷔전 팔레스타인전 관중 수는 5만 9579명을 기록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A매치 3경기 연속 매진 기록도, 6만명대 관중 수도 깨졌다. 당시 대한축구협회가 기습적으로 인상했던 티켓 가격 논란도 화근이 됐다. 뿐만 아니라 이후 용인과 고양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역시도 잇따라 매진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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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한국-팔레스타인전이 지난해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붉은악마 응원단이 협회를 비난하는 야유를 퍼붓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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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북중미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인 쿠웨이트전이 열리는 가운데 차분히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2025.06.10.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
경기 후 여러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는 감지됐다. 이강인은 "국가대표가 되고 나서 오늘 경기장 빈자리가 가장 많았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실제 2019년 A매치에 데뷔한 이강인에게 서울월드컵경기장 4만명 대 관중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도 "홍명보 감독님과 협회를 공격하고, 비판하는 많은 분이 있다. 그런데 선수들이 축구협회 소속이고, 감독님도 우리 '보스'다. 너무 비판하면 선수들에게도 타격이 있다"며 "긍정적인 부분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그래야 월드컵에서도 잘할 수 있다. 최대한 많이 도움과 관심 주시고, 응원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 역시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 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한 질문에 "한순간이라고 말하긴 어렵고 매 순간 그랬던 것 같다. 경기 내·외적으로 정상적인 상황에서 하지 못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선수단과 함께 목표를 이뤄야겠다는 목표 의식을 갖고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했다. 월드컵 3차 예선을 거치면서 경기력 등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자신과 대표팀을 향한 비판 여론 등 경기 외적인 이슈들이 있었음을 스스로도 짚은 것이다.
월드컵 예선 일정을 마친 홍명보호는 다음 달 국내에서 개최되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치른 뒤, 9월에는 미국, 멕시코 원정 평가전 2연전에 나선다. 한 수 아래의 팀들과 만났던 월드컵 예선과 달리 9월부터는 강팀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월드컵 대비에 돌입한다. 이후 10월과 11월에 열리는 A매치는 국내 평가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드컵 진출에도 여전히 싸늘한 팬심을 확인한 홍명보호와 축구협회 입장에선 다시 관중석이 가득 찬 A매치를 치르기 위한 고민과 분발이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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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손흥민과 부주장 이재성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북중미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인 쿠웨이트전에서 승리한 후 월드컵11연속 본선진출을 축하하기위해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5.06.10.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