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막차 탄 '10R 100순위'가 16억 외인과 팀 다승 1위 경쟁이라니... 어떻게 가능했나

잠실=김동윤 기자 / 입력 :
  • 글자크기조절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 대 SSG 랜더스 경기가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SSG 박시후가 4회말 구원 등판,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 대 SSG 랜더스 경기가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SSG 박시후가 4회말 구원 등판,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프로 선수의 성공은 프로 지명 순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있다. SSG 랜더스 좌완 박시후(24) 이야기다.

상인천초-상인천중-인천고를 졸업한 박시후는 2020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100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선택을 받았다. 인천고 시절 구속은 최고 시속 142㎞ 정도로 빠르지 않았으나, 좋은 디셉션(숨김 동작)과 경기 운영으로 많은 삼진을 솎아냈고 그해 신인드래프트에서 프로행 막차를 탔다.


좌완의 이점을 감안해도 평균 구속이 시속 140㎞도 채 나오지 않는 직구로는 프로에서 한계가 있었다. 2022시즌 1군 데뷔전을 치렀으나, 지난해까지 13경기 15⅔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7.47. 여전히 잡히지 않은 제구와 밋밋한 구위가 원인이었다.

절망스러울 법한 데도 포기하지 않았다. 투수조 MVP에 선정된 지난해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부터 스스로 "진이 빠졌다"고 표현할 만큼 훈련에 매진했다. 그 과정에서 구속이 시속 2~3㎞ 상승했다. 겨우내 모든 구종의 그립을 다시 배우는 과정에서 투심 패스트볼을 새롭게 장착했고, 올해 초 김광현(37)을 통해 슬라이더에도 변화를 줬다.

그렇게 구단 내부의 기대를 안고 출발한 2025시즌은 현재까지 성공적이다. 20경기 4승 무패 2홀드 평균자책점 2.49, 25⅓이닝 12볼넷 18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26, 피안타율 0.226으로 이로운, 노경은, 조병현에 앞서 상대 타선을 진정시키는 마당쇠 역할을 하고 있다.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 대 SSG 랜더스 경기가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SSG 박시후가 4회말 구원 등판,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 대 SSG 랜더스 경기가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SSG 박시후가 4회말 구원 등판,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11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숭용 SSG 감독은 박시후에 대한 질문에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이숭용 감독은 "(박)시후는 자신이 가진 퍼포먼스를 (실전에서도) 보여주는 모습이 제일 좋아졌다. 지난해 가을 캠프부터 연습한 투심 패스트볼이 결과로 나오고 있다"면서 "부족한 경험이 조금 걱정돼 항상 (전)영준이, (김)건우 뒤에 나올 수 있도록 했는데, 올라갈수록 자신감 있게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다.

박시후는 10일 잠실 LG전에서도 일찍 무너진 김건우(3⅓이닝 2실점)를 대신해 마운드에 올라 1⅔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4승째를 챙겼다. 지난달 29일 인천 NC전에서 프로 데뷔 첫승을 거둔 후 단 6경기 만에 3승을 더 추가하며, 김광현, 미치 화이트, 조병현, 올해 연봉 120만 달러(약 16억 원)의 드류 앤더슨 등과 함께 팀 내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일찌감치 선발 투수가 무너진 경기에서 멀티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박시후를 투입하기로 한 전략도 있었지만, 막아줄 거란 기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한승진 SSG 데이터팀 팀장에 따르면 박시후는 겨우내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하면서 본래 주 무기였던 슬라이더와 디셉션의 위력도 한층 더 살아났다. 좌타자, 우타자 모두 상대할 수 있게 되면서 상대에게는 까다로운 투수가 됐다.

SSG 박시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SSG 박시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하지만 이숭용 감독을 비롯해 SSG 구성원들은 성적이 아닌 박시후가 성장한 그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잠실에서 만난 김광현에 따르면 슬라이더가 계속 손에서 빠지는 걸로 고민하는 이로운, 박시후 등에게 그립을 새롭게 알려줬고, 부단한 노력 끝에 공을 빠트리지 않고 끝까지 채게 되면서 위력이 배가됐다. 이에 김광현은 "후배들이 내 덕이라는 이야기를 한다는데, 내가 한 건 없다. 알려줘도 못 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박)시후와 (이)로운이가 잘한 것이다. 그래도 뿌듯한 건 있다"고 미소 지었다.

이숭용 감독은 "(박)시후는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 중 하나였다. 프로에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와서 그런지 정말 절박하게 야구를 했다.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시후가 지금보다 더 잘됐으면 좋겠다. 프로 선수는 지명 순번이 중요한 게 아니라 (프로에) 와서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시후의 성공은 많은 후배에게 귀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자 프로필
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