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카고 컵스 소속의 크리스 플렉센. /AFPBBNews=뉴스1 |
플렉센은 11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MLB) 정규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 원정 경기에서 팀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1이닝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플렉센은 지난달 1일 빅리그 콜업 후 10경기 연속 무자책 피칭을 이어갔다. 17⅓이닝 5볼넷 10탈삼진으로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하며 3승 1홀드 1세이브도 챙겼다. 미국 매체 '노스 사이드 베이스볼'에 따르면 플렉센의 개막 17⅓이닝 무실점은 1870년 창단해 올해로 155주년을 맞이한 명문 시카고 컵스 구단의 역사에 남을 기록이다.
'노스 사이드 베이스볼'은 10일 "플렉센과 드류 포머런츠의 마법이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한다 해도 그들은 이미 컵스의 역사책에 흔적을 남겼다. 1975년 이후 컵스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구원 투수가 가장 긴 무득점 행진을 펼친 것은 2017년 웨이드 데이비스의 17⅓이닝, 올해 플렉센의 16⅓이닝, 포머런츠의 14⅔이닝"이라고 밝혔다.
50년보다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컵스 불펜에 새로 들어온 선수가 첫 자책점을 허용하기까지 가장 오래 걸린 사례는 1969년 딕 셀마의 18⅔이닝, 1965년 테드 애버나시의 18이닝, 1972년 잭 에이커의 18이닝뿐이다. 그리고 플렉센은 11일 경기 1이닝 무실점으로 2017년 데이비스와 동률을 이루면서 지난 50년간 컵스의 신입 구원 투수 중 가장 오래 무자책 기록을 남긴 두 사람 중 하나가 됐다.
지난해까지 플렉센이 겪었던 고난을 떠올리면 대반전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빅리그에 데뷔한 플렉센은 실패를 경험한 후 2020년 한국 KBO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전반기에는 부상과 부진을 반복했지만, 퓨처스리그에서 조정 기간을 거친 후 올라온 후반기에는 9경기 4승 1패 평균자책점 2.05로 에이스 성적을 냈다.
![]() |
KBO 두산 시절 크리스 플렉센. /사진=뉴스1 제공 |
![]() |
시카고 컵스 소속의 크리스 플렉센. /AFPBBNews=뉴스1 |
복귀 첫해부터 14승 6패 평균자책점 3.61로 사실상 에이스 역할을 하며 또 하나의 KBO리그 역수출 신화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곧 한계를 드러냈다. 시애틀에서 갈수록 성적이 나빠지더니 2023시즌 친정팀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됐고, 메츠에서 곧바로 방출됐다. 플렉센에게 나가는 연봉을 아끼기 위한 사실상 현금 트레이드였다.
이후 콜로라도 로키스를 거쳐 지난해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1년 175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41승 121패로 역대 최악의 팀 중 하나로 꼽히는 화이트삭스의 일원이 되며 3승 15패 평균자책점 4.95, 160인이 123탈삼진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선발 투수가 아닌 불펜 투수로서 짧은 이닝에 집중하자 성과가 났다. 올해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 후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에 밀려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했다. 콜업 후 선발 경험을 살려 스윙맨 역할을 맡았고 5월 3일 밀워키 브루어스전 첫 등판에서는 3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챙겼다.
비중도 조금씩 늘어났다. 낮은 레버리지에서만 기용되던 플렉센은 차츰 긴박한 상황에서도 출전하게 됐고, 포머런츠와 함께 필승조로서 입지를 넓혀 나가고 있다. 플렉센이 등판한 10경기에서 컵스는 6승 4패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