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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시즌 '최강야구' 포스터. /사진=JTBC |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체육계의 시선은 어떨까. 스타뉴스는 현장에 몸담고 있는 선수, 감독과 각 종목 협회나 연맹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배구는 몰라도 김연경은 안다"
체육계에서는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출연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운동 선수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 궁극적으로 그 종목의 홍보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다.최근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한 여자프로농구(WKBL) 박정은 BNK 감독은 "여자농구를 홍보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고, 감사의 마음도 전하고 싶었다. 그래도 감독이라 본업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은 한다"며 "출연 효과는 많이 느끼고 있다. 확실히 많이 알아봐주시고, 지나가는 분들도 '감독님, 우승 축하해요'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예능을 통해 대중에게 여자농구를 알린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준희 축구해설위원(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강호동부터 안정환, 서장훈 등 스타 플레이어 출신들이 방송계에 발을 들이고 잘 적응하고 있다. 방송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그 길로 가는 것이 맞다. 시청자나 방송을 하는 선수 출신 모두 윈-윈"이라며 "요즘 스포츠 예능들이 많아져 비교적 덜 유명한 선수들에게도 기회의 장이 열리는 분위기다. 방송 출연으로 얼굴이 알려져 오히려 지도자나 행정가 등으로도 일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협회와 연맹 관계자들 역시 종목 홍보와 팬 유입에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윤미 대한축구협회 홍보실장은 "여성의 축구 참여와 인지도를 확 끌어올렸던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경우 매우 큰 홍보 효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송희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도 "스포츠 종목 자체에 대한 대중 접근성과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실제로 '골때녀'를 통해 제 주변에도 여자 축구 동호회를 즐기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게 체감될 정도"라고 밝혔다.
장경민 한국배구연맹(KOVO) 홍보팀장은 "방송을 통해 배구에 흥미를 느끼고 선수들이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면, 유소년이나 가족 단위의 관람층 유입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장기적인 저변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이수진 프로농구연맹(KBL) 홍보팀장은 "농구라는 종목을 알리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 특히 현역 선수가 출연할 경우 농구팬으로 유입되는 긍정적인 흐름을 봤다"고 전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협회가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나왔다. 조용구 대한배구협회 사무처장은 "배구는 몰라도 김연경은 아는 사람은 많다. 배구 관련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협회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대호 대한탁구협회 국내 파트 홍보팀장은 "예능에 한 번 나가면 일반인들도 그 종목에 관심을 갖게 되는 홍보 효과가 분명히 있다. 특히 탁구는 그 효과가 뛰어난 종목 중 하나였다. 3년 전 '국대는 국대다(MBN)'라는 프로그램에 현정화 감독님과 서효원 선수가 출연했는데, 그걸 계기로 현 이태성 대한탁구협회장님과 인연이 닿았다"며 "(탁구 프로그램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도 제작비 지원은 어려울지 몰라도 행정이나 촬영 지원은 도울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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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사진=SBS |
"현역 선수도 비시즌 출연은 환영"
현역 선수들의 예능 출연에 대해선 선수들과 현장 관계자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경기가 없는 비시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프로야구(KBO리그)에서 투수로 활약 중인 A 선수는 "선수 입장에서도 좋다. 예능은 야구 팬뿐 아니라 일반인 분들도 많이 보시기에 자신과 소속 구단, 더 나아가 종목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만약 선수들이 나간다면 야구를 다룬 예능이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포수로 뛰고 있는 B 선수 역시 "시즌 중에는 아무래도 힘들지만, 비시즌이라면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본다. 선수들이 예능에 출연해 인기가 많아지면 팬들이 유입되는 등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요즘 여행, 맛집 가는 예능도 많으니 팬들에게 신청을 받아 선수와 함께 가는 콘셉트도 좋다"고 구체적인 아이템까지 제안했다.
선수의 외부 활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단 관계자들도 예능 출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KBO리그 수도권 구단의 C 홍보팀장은 "과거에는 선수도 구단도 예능 출연에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다. 현역 선수들의 경우 시즌 중만 아니라면 구단에서도 예능 출연을 굳이 막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야구 D 홍보팀장은 "비시즌 중에는 예능에 출연하면서 개인과 구단의 인지도를 높이고 야구를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도 야구를 알릴 수 있다. 또 선수들도 야구 외적인 매력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프로농구(KBL) 구단의 E 홍보팀장 또한 "출연 선수가 본인의 분야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고 예능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면, 개인의 인지도뿐 아니라 구단에도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슈퍼 스타들이 은퇴 후 현장에 남아 지도자로서 기여하지 못하는 점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야구 관계자 F는 "최근 몇 년간 은퇴한 스타급 선수들이 현장에 거의 안 남아 있다. 물론 현실적인 여건도 있고 '최강야구'처럼 프로야구 흥행에 굉장히 큰 공헌을 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이 너무 예능 쪽으로만 가서 자신들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