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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경기 중 나온 세리머니를 요구하자 박승호가 오른손 검지를 올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건도 기자 |
박승호(22)는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16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멀티골을 작렬하며 인천 유나이티드의 수원 삼성전 2-1 승리를 이끌었다.
인천은 수원전 승리로 다이렉트 승격 도전에 청신호를 켰다. 13경기 무패행진(11승 2무)에 성공하며 16경기 13승 2무 1패 승점 41 단독 선두, 2위 수원(16경기 9승 4무 3패 승점 31)과 격차를 10점으로 벌렸다.
경기를 지배한 건 2003년생 유망주 공격수 박승호였다. 무고사(33)와 함께 수원전 투톱으로 나선 박승호는 전반전 왼발 슈팅, 오른발 헤더골을 작렬하며 인천의 승리를 이끌었다.
프로 데뷔 후 첫 멀티골이 결정적인 순간에 나왔다. 인천은 무패행진을 이어간 반면 수원은 13경기 만에 패배(8승 4무 1패)를 당하며 선두 추격 의지가 한풀 꺾였다.
이 경기 전 윤정환 감독은 "미쳐야 하는 선수"가 있다며 기대되는 선수로 외국인 공격수 제르소와 중앙 미드필더 문지환을 꼽았다.
사령탑의 예상과 달리 깜짝 주인공은 이날 라인업에서 두 번째로 어린 박승호가 됐다. 윤정환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박)승호가 멀티골을 넣어 이기게 됐다"며 "워낙 활동량이 좋은 선수다. 시즌 초반에는 득점과 거리가 멀었다. 갈수록 외국인 공격수들과 발이 맞아가며 골도 넣었다. 승호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되게 기뻤다"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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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호가 선제골을 넣고 세리머니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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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수원 원정 승리 후 믹스드존에서 박승호는 "경기 중요성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라며 "준비 과정부터 소홀히 하지 않았다. 열심히 한 덕분에 행운이 따랐다. 경기 결과도 좋게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박승호는 특유의 성실한 전방 압박과 스프린트로 수원의 수비 라인을 괴롭혔다. 후반전 교체되기 전에는 해트트릭까지 기록할뻔했다. 하지만 크로스에 발을 갖다 대지 못해 공이 그대로 측면으로 빠졌고, 근육 경련까지 난 끝에 교체됐다.
당시 상황을 떠올린 박승호는 "체력이 많이 빠진 상태였다. 전반전부터 다리가 움찔거렸다"며 "(윤정환)감독님께 더 뛰겠다고 말했다. 믿어주시더라. 하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넣지 못했다. 죄책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뛰어준 선수들 덕에 승리할 수 있어 기뻤다"고 힘주어 말했다.
득점포가 좀처럼 터지지 않아 쌓아왔던 고민도 드디어 털어냈다. 박승호는 "너무 행복하다. 수원전을 통해 '포기하지 않으면 뭐든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 같다. 좋은 경기를 펼치고 온 것 같다"며 감격에 젖었다.
이날 수원과 인천전에는 2018년 유료 관중 집계 후 최다 관중인 22625명이 몰렸다. 뜨거운 열기에 놀란 박승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며 "말로 하기가 어렵다. 오늘 경기는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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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호가 멀티골을 넣고 손가락 두 개를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