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정윤지 그리고 이동은, '우승의 완성은 퍼팅' 다시금 확인한 골프의 진리

음성=안호근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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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이 15일 한국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퍼트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대회조직위 제공
이동은이 15일 한국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퍼트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대회조직위 제공
드라이버 비거리와 그린 적중률 모두 1위를 달렸지만 우승은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 이동은(21·SBI저축은행)에게 커리어 첫 우승을 안겨준 건 결국 퍼트였다.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라는 골프의 진리를 다시금 확인시켜준 대회였다.

이동은은 13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대한골프협회(KGA)가 주최·주관하는 내셔널 타이틀 대회 DB그룹 제39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2억원)에서 13언더파 275타를 기록,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가장 돋보인 건 단연 퍼트였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뛰어든 이동은은 드라이버 비거리 237.6m, 그린 적중률 78.7%로 두 부문 모두 1위에 올라 있을 만큼 빼어난 샷을 자랑하는 선수다.

문제는 퍼트였다. 평균 퍼팅은 30개를 훌쩍 넘어 두 시즌 연속 90위권에 그쳤다. 아무리 놀라운 샷을 자랑하더라도 우승이 거대한 산처럼 높게만 보였던 이유였다.

이번 대회에선 달랐다. 평균 234.9m에 달하는 드라이버 비거리(5위)와 송곳 같은 아이언샷으로 만든 그린 적중률 80%(2위)는 여전했고 여기에 퍼팅까지 확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그린 적중시 평균 퍼트가 1.73개로 16위까지 올라선 것이다.


이동은이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회조직위 제공
이동은이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회조직위 제공
특히 전날에 이어 최종 라운드에서도 14번 홀(파4)에서 12m 거리의 롱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예감케 했다.

우승 후 기자회견에 나선 이동은은 "워낙 드라이버나 샷감은 좋아서 시합 전에도 퍼터 연습을 맣이 했다. 저번주부터 퍼터 감이 올라오는 상황이었다"며 "이번 대회에선 거리를 계속 맞추려고 했고 퍼터 그립을 견고하게 잡고 신경 쓸 부분에 집중을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의 실패의 경험은 이동은을 압박했다. 13번 홀(파4)에선 1.4m 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하기도 했다. 이동은은 "보기를 했을 때 주춤했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이 상황을 떨쳐내고 남은 홀이 많아서 '또 잡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다음 홀 장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동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4월 iM금융오픈에서 데뷔 첫 정상에 오른 김민주(한화큐셀), 이달 초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서 2022년 이후 3년 만에 우승을 누린 정윤지(NH투자증권) 또한 퍼팅이 약점으로 꼽히는 선수들로 올 시즌 평균 퍼팅에서 각각 58위(30.15), 101위(30.77)을 기록 중이지만 우승의 순간엔 퍼팅이 빛났다.

김민주는 당시 그린 적중시 퍼트가 1.66개, 정윤지는 1.61개로 각각 대회 평균인 1.86개, 1.82개를 크게 밑도는 고감도 퍼트로 우승을 차지했다.

정윤지가 1일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정윤지가 1일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정윤지는 당시 "급격히 퍼트가 좋아진 비결이라기보다는 훈련하면 샷에 비중을 많이 두고 했는데 쇼트게임, 특히 퍼터에서 미흡한 부분이 컸다"며 "그걸 심각히 깨닫고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훈련을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던 게 퍼팅이고 그 원인을 훈련 부족이라고 진단한 뒤엔 연습 비중을 높여 똑같이 5대5로 같은 비율로 훈련을 했고 리듬과 머리 고정, 그립법 등 다양한 노력을 한 끝에 결국 3년 만에 다시 정상에 설 수 있었다.

아무리 멀리 치고 그린에 잘 안착을 시켜도 결국은 퍼팅이 약하면 쉽게 타수를 줄일 수 없는 게 골프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올 시즌 3승에 빛나는 이예원(메디힐)이다. 드라이버 비거리(216.3m)는 57위, 그린 적중률(72%)도 24위로 최상위권과는 거리가 있지만 평균 28.82개로 4위에 빛나는 퍼팅을 바탕으로 평균 타수 1위(70.02타)에 올라 있고 올 시즌 상금 랭킹과 위메이드 대상 포인트, K-랭킹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아무리 드라이버샷을 멀리 치고 아이언샷을 잘 붙이더라도 정상급 선수들간 경쟁에서 우승을 결정짓게 만드는 건 결국 퍼트라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그리고 그 중요성을 드라이버 비거리와 그린 적중률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동은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동은이 우승 후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대회조직위 제공
이동은이 우승 후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대회조직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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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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