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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이 15일 한국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퍼트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대회조직위 제공 |
이동은은 13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대한골프협회(KGA)가 주최·주관하는 내셔널 타이틀 대회 DB그룹 제39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2억원)에서 13언더파 275타를 기록,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가장 돋보인 건 단연 퍼트였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뛰어든 이동은은 드라이버 비거리 237.6m, 그린 적중률 78.7%로 두 부문 모두 1위에 올라 있을 만큼 빼어난 샷을 자랑하는 선수다.
문제는 퍼트였다. 평균 퍼팅은 30개를 훌쩍 넘어 두 시즌 연속 90위권에 그쳤다. 아무리 놀라운 샷을 자랑하더라도 우승이 거대한 산처럼 높게만 보였던 이유였다.
이번 대회에선 달랐다. 평균 234.9m에 달하는 드라이버 비거리(5위)와 송곳 같은 아이언샷으로 만든 그린 적중률 80%(2위)는 여전했고 여기에 퍼팅까지 확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그린 적중시 평균 퍼트가 1.73개로 16위까지 올라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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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이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회조직위 제공 |
우승 후 기자회견에 나선 이동은은 "워낙 드라이버나 샷감은 좋아서 시합 전에도 퍼터 연습을 맣이 했다. 저번주부터 퍼터 감이 올라오는 상황이었다"며 "이번 대회에선 거리를 계속 맞추려고 했고 퍼터 그립을 견고하게 잡고 신경 쓸 부분에 집중을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의 실패의 경험은 이동은을 압박했다. 13번 홀(파4)에선 1.4m 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하기도 했다. 이동은은 "보기를 했을 때 주춤했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이 상황을 떨쳐내고 남은 홀이 많아서 '또 잡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다음 홀 장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동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4월 iM금융오픈에서 데뷔 첫 정상에 오른 김민주(한화큐셀), 이달 초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서 2022년 이후 3년 만에 우승을 누린 정윤지(NH투자증권) 또한 퍼팅이 약점으로 꼽히는 선수들로 올 시즌 평균 퍼팅에서 각각 58위(30.15), 101위(30.77)을 기록 중이지만 우승의 순간엔 퍼팅이 빛났다.
김민주는 당시 그린 적중시 퍼트가 1.66개, 정윤지는 1.61개로 각각 대회 평균인 1.86개, 1.82개를 크게 밑도는 고감도 퍼트로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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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가 1일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던 게 퍼팅이고 그 원인을 훈련 부족이라고 진단한 뒤엔 연습 비중을 높여 똑같이 5대5로 같은 비율로 훈련을 했고 리듬과 머리 고정, 그립법 등 다양한 노력을 한 끝에 결국 3년 만에 다시 정상에 설 수 있었다.
아무리 멀리 치고 그린에 잘 안착을 시켜도 결국은 퍼팅이 약하면 쉽게 타수를 줄일 수 없는 게 골프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올 시즌 3승에 빛나는 이예원(메디힐)이다. 드라이버 비거리(216.3m)는 57위, 그린 적중률(72%)도 24위로 최상위권과는 거리가 있지만 평균 28.82개로 4위에 빛나는 퍼팅을 바탕으로 평균 타수 1위(70.02타)에 올라 있고 올 시즌 상금 랭킹과 위메이드 대상 포인트, K-랭킹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아무리 드라이버샷을 멀리 치고 아이언샷을 잘 붙이더라도 정상급 선수들간 경쟁에서 우승을 결정짓게 만드는 건 결국 퍼트라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그리고 그 중요성을 드라이버 비거리와 그린 적중률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동은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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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이 우승 후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대회조직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