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포수 첫 선발에 긴장→관중석 앉은 아버지 발견→첫 홈런 폭발! "흥분 지체가 안되더라" 고백 [부산 현장]

롯데 박재엽이 18일 사직 한화전 승리 후 첫 홈런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앳된 신인 포수가 팀 내 선배들을 제치고 감독의 호평을 받았다. 박재엽(19·롯데 자이언츠)이 1군 선발 데뷔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박재엽은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8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했다.


앞서 박재엽은 1군 2경기에 나왔지만, 선발로 나온 건 처음이었다. 긴장될 법도 했지만, 첫 타석부터 그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갔다. 2회말 1사 후 정훈의 2루타와 김민성의 볼넷으로 만든 찬스에서 그는 한화 선발 엄상백의 가운데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 홈런은 박재엽의 1군 첫 홈런이었다. 순식간에 점수가 3-0으로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롯데는 이어 김동혁의 2루타 때 상대 송구 실책까지 나오면서 한 점을 더 얻었다.

박재엽은 이후 타석에서도 모두 출루에 성공했다. 4회에는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나갔고, 김동혁의 3루타가 나오면서 홈으로 들어왔다. 이어 6회 중견수 쪽 안타, 8회 볼넷으로 박재엽은 5타석 2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 2볼넷을 기록했다. 경기 후 김태형 롯데 감독도 "첫 선발 출전한 박재엽이 3점 홈런 포함 공수의 좋은 활약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롯데 박재엽이 18일 사직 한화전에서 2회 선제 3점 홈런을 터트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롯데가 6-3으로 승리한 후 동료들의 물세례를 맞은 박재엽은 "오늘 (경기장에) 와서 타순 불러주실 때 (선발 출전을) 알았다"며 "듣자마자 긴장을 시작했는데, 긴장하고 몸을 푸니까 힘이 더 들어가더라. 그래서 긴장 안하려고 차분히 계속 있었다"고 했다.

첫 홈런 순간을 떠올린 박재엽은 "맞는 순간 너무 정타로 잘 맞았다. '잘하면 넘어가겠다' 했는데 넘어간 걸 보고 그때 알았다"고 말했다. 또한 "안 넘어지려고 최대한 차분히 하려고 했는데, 흥분이 지체가 안돼서 너무 빨리 뛰었다"고 고백했다.

타격 상황에 대해서는 "나가다 걸렸다"며 "(정)철원이 형이 경기 전에 '내가 투수라면 너같은 신인한테 변화구만 던질 것 같다'고 해서 변화구를 생각했는데, 2구째 슬라이더를 노렸는데 체인지업이 와서 좋은 타이밍에 맞았다"고 전했다.

홈런에 도움을 준 건 정철원뿐만이 아니었다. 박재엽은 "오늘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오셔서 '긴장하지 마라. 긴장은 부모님이 해주겠다'고 해주신 게 큰 도움이 됐다"면서 "첫 타석 들어갈 때 (아버지가) 보여서 그때 긴장을 많이 안했다"고 얘기했다.

롯데 박재엽이 18일 사직 한화전에서 2회 선제 3점 홈런을 터트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개성중-부산고 출신의 박재엽은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34순위로 지명받았다. 당시 구단에서는 "상, 하체 밸런스가 우수하며, 수비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장타력 또한 겸비한 포수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프로에 와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김태형 감독은 "포수로서 가지고 있는 게 좋다. 리드나 경험이 없어서 그렇지, 던지고 받고 하는 건 팀 내에서 제일 위다. 수비로는 제일 높게 평가한다"고 극찬했다. 2군에서 호흡을 맞췄던 베테랑 구승민도 "좋은 포수다. 긴장하고 그런 게 없다. 공부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재엽은 본인의 장점에 대해 "야구장에서 자신 있고 활발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고교 시절만 해도 타격에는 자신이 없었다는 그는 "3학년 올라가면서 박계원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1군에서 살아남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박재엽은 "나 할 것만 하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너무 잘하는 형들이 많아 보고 배우는 것도 많다. 그래도 나이가 어리니까 아직 기회는 많다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