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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하영민이 18일 SSG전 승리를 거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키움 히어로즈의 6연패를 끊어내는 소중한 1승을 챙긴 하영민(30)은 기쁨의 순간에도 룸메이트인 후배를 떠올렸다. 다만 그 방식은 다소 냉정했다. 그게 김윤하(20)를 위한 맞춤형 방식이라는 것이다.
하영민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4구를 던져 9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1실점 호투하며 시즌 6승(7패)째를 챙겼다.
1선발 케니 로젠버그가 부상으로 이탈해 있는 가운데 연패를 끊어낸 값진 호투였다. 많은 안타를 내주면서도 노련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이며 시즌 8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버텼고 불펜진이 리드를 지켜내며 승리를 챙겼다.
경기 후 만난 하영민은 "확실히 지는 것보다 이기는 게 더 팀 분위기도 좋고 그래서 항상 경기 때마다 열심히 잘 던지려고 하는데 좋은 결과로 이뤄져서 연패도 끊을 수 있고 팀 분위기도 올라갈 수 있어 좋은 경기였던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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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전 역투를 펼치는 하영민. |
2014년 입단한 하영민이지만 지난해 9승이 커리어 하이였다. 그렇기에 올 시즌 한 명의 외국인 투수로 시작한 팀에서 졸지에 2선발을 맡았다. 부담스러울 만한 상황. 그러나 하영민은 "캠프 때부터 제일 많이 들었던 소리가 '부담 안 드세요'라는 말이었는데 부담은 안 가지려고 한다"며 "제가 부담을 가지면 분명히 던지는 데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기에 부담된다고 생각은 안 하고 늘 똑같이 작년처럼 마운드 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팀이 이길 수 있게 잘 던지는 게 저한테 필요한 것이지 부담이 된다 안 된다는 건 저한테 필요 없는 답변"이라고 말했다.
좀처럼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하영민이지만 선발 15연패로 KBO 선발 최다연패에 빠져 있는 2년차 김윤하에 대한 질문엔 열을 올렸다.
"저와 룸메이트인데 한 번 바꿔야 될 것 같다. 윤하가 저한테 부담"이라며 "윤하가 잘 했으면 좋겠다. 정말 성실하게 야구하고 생각도 많고 자주 물어보고 하는 친구다. 야구를 잘하고 싶어 하고 발전하려고 많이 노력을 하는데 윤하가 정말 승운이 안 따르는 선수다. 제가 윤하한테는 많이 미안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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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SSG전에서 5회를 마치지 못하고 아쉬운 표정과 함께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김윤하. |
"눈물 흘리고 그러지 마라. 앞으로 야구할 날이 엄청 많고 이번 같은 계기가 윤하에게는 나중에 정말 큰 선수가 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하영민은 "윤하가 많이 힘들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를 생각하면 그게 너에게 더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으니 그런 식으로 자주 관리를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격 유형 검사 MBTI에서 감정형(F)이 아닌 냉정함이 특징인 T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인 하영민은 "제가 2년째 룸메이트를 하고 있는데 윤하한테는 F로 가면 안 된다"며 "단호하게 얘기를 해줘야 생각을 잘 정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이 약해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너무 긴 연패에 위축될 후배를 걱정했다. 하영민은 "생각이 너무 많다. '지면 어떠냐, 다음에 또 이기려고 준비를 잘 해야지. 계속 지는 것만 생각하고 있으면 본인만 스트레스 받고 야구장 가면 눈치 보기 바쁘다'라며 다음 경기를 더 완벽하게, 더 좋은 컨디션으로 임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스타뉴스와 만난 송성문은 투수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팀 타율 최하위로서 투수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고 승리를 챙겨주겠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치고 있다. 투구 내용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투수 후배는 냉정하게, 야수이자 주장인 송성문은 위로와 격려, 사과까지 하며 후배를 다독이고 있다. 빛나는 원팀 정신에 김윤하의 연패 마감이 가까워오고 있음을 예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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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지워내고 이닝을 마친 하영민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