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3412명', '10-0 스코어'... FIFA 클럽 월드컵, 흥행 어려운 '진짜 이유'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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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스 맛시피(왼쪽) 아프리카축구연맹 회장과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지난 18일(한국시간) 클럽월드컵 울산HD-선다운스의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파트리스 맛시피(왼쪽) 아프리카축구연맹 회장과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지난 18일(한국시간) 클럽월드컵 울산HD-선다운스의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지난 15일(한국시간) 개막한 2025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에는 사상 처음으로 32개 팀이 출전했다. 기존 7개 팀이 참가한 방식에서 대폭 확장됐다.

이처럼 대회 규모가 커진 이유는 FIFA의 상업적인 야심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FIFA는 클럽 월드컵의 확장을 계기로 UEFA(유럽축구연맹)와의 연간 매출 규모 차이를 줄이려고 했다.


지난 12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UEFA와 FIFA의 2025년 추정 매출액은 각각 76억 달러(약 10조 4408억 원)와 33억 달러(약 4조 5329억 원)"라고 밝혔다. 격차가 약 6조 원이나 나는 셈이다.

하지만 FIFA의 계획은 2025 클럽 월드컵 대회가 펼쳐지기 이전부터 틀어졌다. FIFA가 기대한 클럽 월드컵 대회 중계권료는 대략 40억 달러(5조 4980억 원)였다. 하지만 '디 애슬레틱'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대회 중계권료로 글로벌 스포츠 스트리밍 플랫폼 DAZN이 내놓은 금액은 10억 달러(1조 3745억 원)에 불과했다.

이는 클럽 월드컵에 대한 미디어 시장의 평가가 FIFA의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핵심적인 이유는 32개 참가 팀간의 극심한 전력 격차에 있다.


지난 16일 펼쳐진 클럽 월드컵 조별리그 C조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오클랜드 시티(뉴질랜드)의 경기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뮌헨은 이 경기에서 오클랜드 시티를 10-0으로 제압했다.

바이에른 뮌헨 해리 케인(오른쪽)과 오클랜드 시티 골키퍼 코너 트레이시가 지난 16일(한국시간) 경기에서 인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바이에른 뮌헨 해리 케인(오른쪽)과 오클랜드 시티 골키퍼 코너 트레이시가 지난 16일(한국시간) 경기에서 인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기본적으로 이같은 격차는 팀의 매출과 팬덤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바이에른 뮌헨은 2023~2024 시즌에 약 1조 2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홈 경기에는 평균 7만 5000명의 관중이 몰렸다. 반면 오클랜드 시티는 같은 시즌 매출이 9억 원이었으며 평균 관중 수는 400명에 불과했다.

유럽 클럽 팀이 클럽 월드컵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2000년 제1회 대회 이후 지난 2023년 제20회 대회까지 16번이나 우승한 것도 클럽의 경제력과 관련이 깊다.

비유럽 지역의 클럽이 클럽 월드컵 정상에 오른 경우는 단 4번으로 모두 브라질 팀이었다. 클럽 월드컵에서 유럽 팀에 도전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세력이 브라질 클럽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브라질 축구 산업이 쇠퇴하고 반대로 유럽은 큰 성장세를 보이면서 두 그룹 간의 경제력 차이는 더욱 커졌다.

전 세계 축구 클럽의 매출 규모를 분석해 온 글로벌 회계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도 2023~2024 시즌 리포트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전 세계 축구 클럽 매출액을 순위로 매기면 1위부터 29위까지는 모두 유럽 리그 소속이었다. 비유럽 클럽으로 최고 매출액을 기록한 팀은 브라질의 플라멩구(30위)였다. 하지만 플라멩구의 매출액은 전 세계 매출액 1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비해 5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유럽과 비유럽 클럽의 매출액 차이는 결국 경기력에 직결된다. 축구 클럽의 경기력을 높이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클럽의 선수 이적료 지출액이다.

울산HD 선수들이 지난 18일(한국시간) 선다운스와 경기에서 실점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울산은 0-1로 졌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HD 선수들이 지난 18일(한국시간) 선다운스와 경기에서 실점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울산은 0-1로 졌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독일의 축구 이적 정보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크트의 집계에 따르면 2021~2022 시즌부터 2024~2025 시즌까지 유럽 클럽이 쓴 이적료는 약 34조 4000억 원이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아시아, 아프리카, 북중미와 남미를 모두 합친 비유럽 지역의 클럽이 사용한 이적료는 약 7조 1557억 원으로 유럽과 대략 5분의 1에 불과하다.

비유럽 지역 클럽의 이적료 지출 총액은 유럽 리그 가운데 절대 1강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12조 3930억 원)에 비해서도 낮다.

클럽 월드컵에서 유럽 팀을 제외하면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남미 지역 클럽의 해당기간 이적료 지출 총액은 2조 706억 원으로 이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2조 3417억 원)보다 적은 수치였다.

또한 아시아 지역의 모든 클럽이 해당 기간 사용한 이적료 지출액은 약 3조 1657억 원이었는데 이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3조 289억 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해당기간 가장 적은 이적료를 사용한 대륙은 아프리카로 1377억 원에 그쳤다.

대회 초반 흥행 역시 기대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데일리 메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울산 HD(한국)-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조별리그 F조 경기에는 2만 5500석 규모의 경기장에 3412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결국 이같은 대륙별 축구 클럽의 경제력이 만들어내는 경기력 차이는 고스란히 클럽 월드컵 경기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클럽 월드컵 대회에서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거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가 생각보다 적은 이유다. 이는 대회 참가 팀을 확장시켜 클럽 월드컵을 통한 매출 증대를 꿈꾸는 FIFA가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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