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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두산 베어스 케이브(왼쪽)의 모습.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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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두산 베어스 임종성의 모습.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두산은 1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삼성 라이온즈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원정 경기에서 극적인 9-8 역전승을 거뒀다. 2연패를 벗어난 두산은 28승 3무 41패(9위)를 기록했다. 이제 두산은 잠실로 이동해 LG 트윈스와 주말 3연전을 치른다.
이날 두산은 박병호에게 만루포를 허용하는 등 1회말에만 5점을 내주며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2회초 두산은 4점을 뽑으며 반격했고, 3회 1점을 추가하며 승부를 5-5 원점으로 돌렸다. 계속해서 3회말 삼성이 2점을 뽑자, 두산도 지지 않고 4회초 2점을 올리며 점수를 재차 7-7 동점으로 만들었다.
그런 두산에 고비가 찾아왔다. 7회말 1사 1루에서 디아즈의 3루수 파울 플라이 타구를 임종성이 잡으려다가 동료와 충돌해 충격을 입은 것.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의 플레이를 펼친 그는 박준순으로 교체됐다. 계속된 2사 1루에서 두산은 양도근에게 안타를 내준 뒤 전병우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다시 두산이 7-8로 리드를 빼앗긴 순간이었다.
하지만 두산의 뒷심은 무서웠다. 8회말. 마운드에는 '고졸 신인' 배찬승이 서 있었다. 선두타자 강승호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뒤 정수빈의 안타로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역전 주자가 나가자 두산 벤치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다음 타자는 김동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만 6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등 큰 것 한 방을 갖춘 '거포 유망주'였다. 그래도 두산 벤치의 선택은 번트였다. 일단 주자 2명을 득점권에 갖다 놓으면서, 적시타 한 방으로 동점 내지 승부를 뒤집겠다는 계산이었다.
배찬승의 초구. 한가운데 속구(148km)에 김동준이 침착하게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완벽했다. 타구는 투수와 포수 사이로 절묘하게 적절한 속도로 굴러갔다. 주자 2명이 추가 진루에 성공했다. 김동준은 아웃.
그런데 여기서 김동준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다가 돌발 행동(?)을 했다. 왼손 검지로 더그아웃을 가리키며 마치 홈런을 친 것 같은 세리머니를 펼친 것. 은은한 미소와 함께였다. 누군가는 고작 번트 하나에 세리머니를 펼치냐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작은 동작 하나의 힘은 컸다. 두산 더그아웃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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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이 8회 희생번트를 성공시킨 뒤 세리머리를 펼치고 있다. /사진=TVING 중계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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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김동준(왼쪽).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8회 1사 만루서 결승타를 터트린 김기연도 있었지만, 희생 번트를 성공시킨 김동준도 수훈 선수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022년 두산에 입단(2차 1라운드 9순위) 김동준은 올해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퓨처스리그에서 뛰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이는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그는 8차례 번트를 시도했는데, 모두 성공시켰다.
사실 누군가는 거포 유망주에게 왜 번트를 시키냐며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최근 니무라 토오루 총괄 등 두산의 2군 코칭스태프는 젊은 선수들 같은 경우, 1군에서 다양한 작전을 해낼 줄 알아야 한다며 번트와 런 앤드 히트,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등의 다양한 작전을 주문하고 있다. 팀을 위한 야구, 생각하는 야구를 젊은 선수들의 머릿속에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스타뉴스의 질의에 김동준의 희생번트 성공 소감(?)을 두산 관계자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경기 후 그는 "올 시즌 퓨처스에서 뛰면서 번트를 전부 성공한 만큼 오늘도 자신 있었다. 니무라 총괄 코치님, 임재현 코치님, 김재현 코치님의 가르침 덕분에 좋은 희생번트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자가 한 베이스씩 이동한 걸 확인한 뒤 너무 기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세리머니를 크게 한 것 같다"고 유쾌했던 당시 순간을 전한 뒤 "저는 큰 것 한 방 있는 타자이지만, 작전에 능한 작은 한 방도 있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올 시즌 두산은 사령탑이 바뀐 뒤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며 현재와 미래를 함께 챙기고 있다. 아직 1군에서 젊은 선수들이 혼자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게 많은 상황. 그래서 때로는 벤치가 적극 개입해 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그리고 김동준의 이런 모습으로 동료들에게 긍정 에너지가 전파된다면 팀 분위기도 살고, 두산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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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승리 후 포옹을 나누는 김택연(왼쪽)-김기연 두산 배터리.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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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승리 후 기뻐하는 두산 베어스 선수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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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승리 후 기뻐하는 두산 베어스 선수들과 조성환 감독대행 등 코칭스태프의 모습.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