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600만원' 9R 무명 투수가 14억 외인 제치고 2선발 격상이라니... '1강' LG에 무슨 일이

김동윤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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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송승기. /사진=김진경 대기자
LG 송승기. /사진=김진경 대기자
LG 트윈스 좌완 투수 송승기(23)가 최소한 남은 전반기에서는 2선발로 나선다. 무려 14억 외인 요니 치리노스(32)보다 앞선 로테이션 순위. 그 배경에는 전략적인 이유 외에도 지난 72경기서 보여준 믿음이 있었다.

염경엽(57) 감독은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LG전이 비로 취소된 뒤 브리핑에서 "21일 선발은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다. 일요일(22일)에는 송승기가 들어간다"고 주말 경기 선발을 예고했다. 이어 "(손)주영이는 21일 경기에서 우리가 지든 이기든 중간으로 1~2이닝 던질 것이다. 마침 좌완 원포인트 투수도 없고 선수 본인도 중간에서 던지고 싶어 해서 투구 수는 35개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르난데스의 등판은 예상된 것이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17일 잠실 NC전에서 공 22개만 던지고 2회 무사 1루에서 헤드샷 퇴장을 당해 등판에 큰 문제가 없었다. 지난 1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던 좌완 손주영(26)은 10일을 채운 뒤 21일 1군에 등록되고, 16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우완 임찬규(33)는 26일 수원 KT전에 선발로 복귀한다.

흥미로운 건 송승기의 일요일 등판이다. 염경엽 감독은 우천 취소를 계기로 에르난데스-송승기-치리노스-손주영-임찬규 순으로 우완과 좌완이 번갈아 투입되는 로테이션을 예고했다. 반환점을 돈 LG의 첫 변화였다. LG는 정규시즌 절반인 72경기를 41승 2무 29패로 1위 한화 이글스에 0.5경기 차 뒤진 2위로 마무리했다. 염경엽 감독은 7월 11일 시작될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남은 전반기 17경기에서 전력으로 달려들 계획이다. 균형 잡힌 투·타 밸런스로 1강 평가를 받은 LG의 100%를 볼 수 있을 좋은 기회.

LG 송승기. /사진=김진경 대기자
LG 송승기. /사진=김진경 대기자
일반론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우완과 좌완 투수를 섞어 짜는 일은 흔하다. 똑같은 강속구 우완이라도 며칠 연속으로 만나다 보면 상대 타선도 쉽게 적응하기 때문. 그 때문에 꼭 우완, 좌완이 아니더라도 사이드암 혹은 암 슬롯이 다른 투수들을 섞어 로테이션을 짜게 된다. 하지만 생소함의 이점이 있더라도 에이스 다음으로 많이 나서는 2선발 자리에 5선발로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던 어린 투수를 넣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만한 믿음을 보여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송승기는 올 시즌 시작 전만 해도 현장 관계자와 LG 팬들만 알던 사실상 무명 투수였다. 삼일초-매향중-야탑고 졸업 후 2021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9라운드 87순위로 LG에 지명돼 지난해 11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제대하기까지 1군 기록은 8경기 9⅓이닝, 올해 연봉도 3600만 원에 그쳤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올 시즌 신인왕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지명 당시에는 평범한 구속과 제구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성장하며 몸에 힘이 붙으면서 평균 시속 145㎞를 던질 수 있게 됐고, 입대 전부터 좋았던 직구 수직 무브먼트와 분당 회전수(RPM)와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그 결과 올해 5선발로 시작해 13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2.65, 74⅔이닝 69탈삼진으로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도 언급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지금 (임)찬규와 (송)승기 등 국내 선발 투수들이 엄청나게 잘해주고 있다. 특히 승기가 잘해주는 게 엄청나게 크다. 승기가 잘 안 해줬으면 우리는 3~4등에서 싸우고 있을 것이다. 승기가 7승을 하면서 찬규와 버텨주고 연패를 끊어준 게 정말 컸다"고 극찬했다.

LG 치리노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LG 치리노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송승기가 2선발로 격상하면서 치리노스는 한 걸음 뒤에서 후반기 도약을 꿈꾸게 됐다. 올해 100만 달러(약 14억 원) 계약을 맺고 LG에 합류한 치리노스는 15경기 7승 2패 평균자책점 3.29, 90⅓이닝 81탈삼진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그러나 시즌 전 리그 에이스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21, 피안타율 0.249로 다소 퍼포먼스에서는 안정감이 떨어진다. 당장 전 경기였던 18일 잠실 NC전에서도 치리노스는 4⅔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사령탑은 치리노스 자신의 강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피칭 디자인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염 감독은 "치리노스는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크 존 낮은 곳을 활용해야 한다. 치리노스의 최고 장점은 투심 패스트볼과 포크볼이다. 그런데 투심 패스트볼이 높게 오면 장타가 많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침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이 좀 더 낮아졌다. 그래서 전력 분석 파트하고도 이야기해서 전체적인 존을 낮게 설정하라고 했다. 치리노스가 좋았을 때 보면 존이 낮았다. 그런데 최근 치리노스 투구 데이터를 뽑아보면 스트라이크 존 자체가 공 1~2개 정도 올라와 있다"고 덧붙였다.

그보단 에르난데스가 더 고민이다. 지난해 가을 영웅으로 불렸던 에르난데스는 올해 8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4.14, 37이닝 9볼넷 42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8, 피안타율 0.228로 다소 활약이 아쉽다. 9이닝당 삼진 10.22개로 구위는 여전히 위력적이나, 이닝 소화력과 꾸준한 면에서 외국인 투수에게 기대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염 감독은 "치리노스는 그래도 7승 했으니까 자기 역할을 했다. 에르난데스가 한 달 이상 쉬었으니 이제는 해줘야 한다"고 분발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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