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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김동헌(왼쪽)과 민성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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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윤정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옅은 미소와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2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화성FC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5 17라운드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거침없는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데도 윤 감독을 '고민'에 빠트린 포지션은 하필이면 골키퍼다. 다른 포지션과 달리 공존이 불가능한, 단 한 명만 선택받을 수 있는 포지션이다.
개막 후 16라운드까지 주전 골키퍼는 확고했다. 윤정환 신임 감독의 낙점을 받은 민성준(26)이 단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골문을 지켰다. 기록도 압도적이었다. 화성전 이전까지 16경기에서 단 9실점만 허용했다. 무실점 경기는 10경기나 됐고, 경기당 실점률은 불과 0.56실점이었다. K리그 공식 부가 데이터 업체 비프로 기준 지난 14라운드까지 선방률도 무려 81.4%, 10경기 이상 출전한 골키퍼 중에선 유일하게 80%대 선방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최근 김동헌(28)이 전역 후 복귀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지난 2023시즌을 마친 뒤 입대했던 김동헌은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K리그1 김천 상무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김동헌은 지난해 선방률 75%, 올해 역시 74.3% 등 리그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으로 활약했다. 덕분에 그는 올해 3월과 6월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아 국가대표팀까지 발탁됐다. 아직 A매치 데뷔전을 치르진 못했지만, 계속 2회 연속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면서 '국가대표 골키퍼'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올 시즌 팀의 독주를 이끈 '최소실점' 주전 골키퍼가 굳건한 가운데 전역한 '국가대표' 골키퍼까지 합류한 상황. 차라리 다른 포지션이라면 전술이나 포지션 변화를 통해 공존이라도 고민해 볼 텐데, 포지션 특성상 단 한 명만 선택할 수 있으니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둘 다 선발로 출전할 자격은 충분하지만 반대로 선택받지 못한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좋긴 한데 너무 큰 고민"이라는 윤 감독에겐 행복한 고민이자, 또 잔인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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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민성준. /사진=인천 유나이티드 제공 |
두 선수와 직접 소통을 거쳐 내린 결정이었다. 윤정환 감독은 "사실 (민)성준이는 선발로 뛰는 것 자체에 놀라는 느낌이었고, (김)동헌이는 '그래도 자기는 국가대표'라는 느낌이 있긴 했다"며 둘과의 대화에서 느껴진 미묘한 온도 차를 전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성준이가 지금까지 잘해온 만큼, (동헌이를) 이해시켰다. 대신 다음 경기는 김동헌의 선발을 생각하고 있다. 동헌이에게도, 성준이에게도 미리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우선은 고르게 출전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다.
다만 수비수와 꾸준한 호흡이 중요한 포지션 특성을 고려할 때, 시즌 끝까지 계속 번갈아 출전 기회를 주는 건 사실 쉽지 않다. 결국엔 내부 경쟁을 거쳐 주전과 백업을 나누는 게 필요하다. 윤정환 감독 전술에서의 장단점 등을 토대로 한동안 윤 감독 등 코치진의 치열한 분석과 고민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당사자들은 치열한 내부 경쟁을 반기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동헌과 민성준 모드 같은 인천 유스 출신 선수들인 데다 나이도 2살 차다. 어린 시절부터 중·고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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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입대 전인 지난 2023시즌 김동헌. /사진=인천 유나이티드 제공 |
다음 경기엔 자신이 아닌 김동헌의 선발 가능성이 큰 상황에 대해선 "매일 경기에 나서고 싶고 많은 경기에 뛰고 싶은 게 선수 마음"이라면서도 "다른 면에서 또 보고 배울 점도 있을 것 같다.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냥 안 좋게 생각하기보다 배울 점을 찾으려고 생각한다. 동헌이 형과는 서로를 존중해주고 있는 좋은 경쟁 관계다. 누가 뛰느냐보다는, 누가 뛰더라도 저희가 원하는 우승에 더 주목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김동헌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경쟁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즌 시작할 때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 중간에 들어온 만큼, 실력과 경기 외적인 부분들을 어필을 많이 하면서 경쟁을 해야 한다"며 "팀이 승격하는 게 최우선 목표다. 저도 이제 합류한 만큼 수비적인 부분 등에서 도움이 돼 완벽한 우승을 빨리 확정 짓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먼저 기회를 받은 민성준은 이날 화성 공격진을 상대로 '보란 듯이' 무실점 경기를 치러냈다. 이번 시즌 17번째 출전 경기에서 치러낸 10번째 무실점 경기. 경기당 평균 실점은 0.53으로 낮췄다. 다음 경기인 오는 29일 김포FC 원정에선 반대로 민성준이 지켜보는 앞에서 김동헌이 골문을 지킬 가능성이 크다. 이미 K리그2 '독주 체제'를 갖춘 인천의 골문은, 민성준과 김동헌의 치열한 내부 경쟁 속 더욱 견고해질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