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큐도 김가영을 막을 수 없다' 여제의 8연속 우승 "멘붕 왔었는데, 오늘은 차유람에게 온 듯" [LPBA]

안호근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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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이 22일  우리금융캐피탈 PBA-LPBA 챔피언십 2025 여자부에서 우승을 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김가영이 22일 우리금융캐피탈 PBA-LPBA 챔피언십 2025 여자부에서 우승을 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결승전에선 차유람 선수가 멘붕이 와서 수월했던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미스샷이 발생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승리를 챙겼다. 문제점을 고치고 난 뒤엔 승승장구했다. 가장 긴장될 만한 결승 무대에선 단 76분 만에 상대를 압도했다. 역대 가장 좋은 성과를 내던 상대는 '여제' 앞에서 말도 안 되는 경기력으로 무너져내렸다.


김가영(42·하나카드)이 다시 한 번 우승을 차지했다. 무려 8개 대회 연속 쾌거다. 그 누구도 김가영을 막아낼 수 없다는 걸 증명해낸 대회였다.

김가영은 22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리금융캐피탈 PBA-LPBA 챔피언십 2025 여자부(LPBA) 결승전에서 차유람(38·휴온스)에게 세트스코어 4-0(11-1, 11-6, 11-2, 11-6)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지난 시즌 3차전 2024 LPBA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 대회를 시작으로 8개 대회 연속 우승을 거뒀다. PBA는 물론이고 PBA 투어에서도 가장 긴 연속 대회 우승 기록이다. 개인 통산 15번째 우승을 달성하며 상금 4000만원을 보태 통산 상금 7억 2180만원을 기록했다. 프레드릭 쿠드롱,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 조재호(NH농협카드), 다비드 사파타(우리금융캐피탈)에 이어 남녀부를 통틀어 7억원을 돌파한 5번째 선수가 됐다.


스트로크를 준비하는 김가영(오른쪽). /사진=PBA 투어 제공
스트로크를 준비하는 김가영(오른쪽). /사진=PBA 투어 제공
시작이 포켓볼 선수였다는 공통점이 있는 차유람과 6번째 맞대결에서도 단 1패도 허용치 않았다. 특히 단 76분 만에 경기를 끝내며 역대 7전4선승제로 진행된 LPBA 결승 최단 시간 승리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은 김민아의 97분이었다. 7전4선승제 LPBA 결승에서 나온 최초의 셧아웃 승리이기도 했다.

PBA에 따르면 김가영은 우승 기자회견을 통해 "기분을 말하자면 당연히 좋고 우여곡절이 이번에도 많았다. 히다 오리에(32강)와 처음으로 승부치기도 쳐봤고 굉장히 오랜 만에 0.7이라는 애버리지도 쳐봤다"며 "서한솔과 (16강) 경기에선 멘탈이 완전 바닥을 쳤다. 멘붕이 왔던 경기였는데 어떻게 이기게 됐고 그 뒤로는 운도 따르고 순탄했던 것 같다. 결승전은 차유람 선수가 멘붕이 와서 수월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가영이라는 거대한 산을 만난 차유람은 결승전에서 애버리지 0.517에 그쳤다. 이번 대회 평균이 1.018이었던 것과 큰 대비를 이룬다. 차유람은 "김가영이라는 사람 때문이라기보다는 김가영이라는 선수가 주는 압박감이 대단하다"며 "다른 선수와 할 때는 기회가 오기는 하는데 몇 번 없는 기회가 왔을 때 살리려고 하다보니 힘도 많이 들어가고 생각도 많아졌다. 앞으로도 그것과 싸움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이번 시즌 애버리지가 1.249로 단일 대회이긴 하지만 역대 시즌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16강에서 0.755에 그쳤던 걸 고려하면 더 놀라운 수치다. 그마저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가영(오른쪽)이 우승 후 결승 상대 차유람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김가영(오른쪽)이 우승 후 결승 상대 차유람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김가영은 "(16강 때) 장비 문제가 있었다. 긴장을 해서 실수가 나오는 줄 알았다. 오차가 나는데도 나에게서 문제를 찾고 있었다. '힘이 많이 들어갔나보다, 긴장을 많이 했나보다' 생각했는데 그걸 정리하니 문제가 없더라"며 "큐의 나무와 선골(큐와 끝에 팁 사이)이 부분적으로 떨어져 있었는데 그 부분에 맞으면 공이 아예 다른 쪽으로 갔다. 한 두 번은 괜찮다가 소리가 나거나 두께가 안 맞거나 했다. 긴장을 해서 그런가 했는데 그렇다기엔 납득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오차가 생겼다. 그러다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경기에 집중을 못하고 다른 생각을 하고 그랬다"고 전했다.

애버리지 1.029로 아쉬움을 남기며 승부치기 끝에 구사일생한 32강에서도 큐에 문제가 없었다고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큐 문제를 손 본 이후엔 애버리지 1.375, 2.750에 이어 이날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8연속 우승 금자탑을 쌓았다.

그러나 김가영은 그 또한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것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남자 선수들이라면 문제가 뭐가 있더라도 더 빨리 알아차렸을 텐데 그것도 실력이다. 그걸 애버에서 뺄 순 없는 것"이라며 "1.5라는 목표는 높게 잡아보자고 해서 정한 것이었고 물론 눈에 보이게 좋아진 부분이 있고 아직 많이 부족한 것도 있다. 다양하게 공을 구사하는 것은 좋아진 부분이다. 경험이 쌓이다보니 공을 선택하는 다양성이나 그런 건 좋아졌다. 그럼에도 기본적인 스리 뱅크샷 등은 아직 많이 부족하고 준비를 많이 한다고 했는데도 보완할 점이 많다. 애버리지가 다가 아니다. 상대성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가영의 독주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명확한 동기부여가 있는 선수들에 비해 다소 그 목표가 희미해질 수 있는 시기다. 그럼에도 김가영은 "높이 올라갈수록 떨어질 때 아플 것"이라며 "안 떨어지려고 발버둥을 칠 것이다. 그리고 기왕이면 한 번 아플 것 많이 올라가서 떨어지자는 생각으로 버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는 김가영. /사진=PBA 투어 제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는 김가영. /사진=PBA 투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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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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