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 롤링,생방송 뉴스에서 대본 즉석 수정한 BBC 앵커 칭찬한 이유는?

정윤이 K-PRIZM대표·칼럼니스트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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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 베테랑 앵커, 생방송 중 프롬프터 표현 문구 수정… 해리포터 작가 J.K. 롤링 "새로운 최애 진행자"

마틴 크록살 /사진출처 INSTAGRAM@themartinecroxall
마틴 크록살 /사진출처 INSTAGRAM@themartinecroxall
영국 공영방송 BBC의 뉴스 진행자 마틴 크록살이 생방송 도중 프롬프터에 적힌 '임신한 사람들(pregnant people)'이라는 문구를 그대로 읽지 않고 즉석에서 '임신한 여성들(women)'로 단어를 정정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를 "소신 발언"으로 환영했고, 일부는 젠더 표현 논쟁을 둘러싼 민감성을 다시 지적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마틴 크록살은 BBC 뉴스 생방송 중 "런던의 한 의과대에서 폭염에 취약한 계층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발표했다"는 뉴스를 전하면서, 그 중 폭염 취약 계층으로 "노인, 임신한 사람들(pregnant people), 기저질환자들이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pregnant people'이라는 표현을 말한 직후, 그는 잠시 멈춘 뒤 눈을 굴리며 "여성(women)"이라고 정정했다.

이 장면은 생방송 직후 온라인에 확산되며 빠르게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J.K. 롤링은 X(구 트위터)를 통해 "나의 새로운 최애 BBC 앵커"라며 공개적으로 크록살을 지지했다. 롤링은 평소 트랜스젠더등에 대해 혐오 논란이 된 발언들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Pregnant people' 표현, 왜 논란이 되나


'Pregnant people'이라는 표현은 임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여성뿐 아니라 성전환 및 논바이너리 등 다양한 젠더 정체성을 포괄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용어다. 최근 영국의 공공기관 및 언론에서 점차 사용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성(women)"이라는 전통적 개념을 흐리고, 여성이라는 생물학적·사회적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제기돼왔다.

크록살의 발언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대본에 적힌 'pregnant people'을 그대로 읽은 직후, 곧바로 'women'이라고 고쳐 말했다. 그의 정정은 'pregnant people'이라는 표현보다는 'pregnant women(임신한 여성)'이 더 정확하다는 본인의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최근 공공언어에서 사용되는 '성별 포괄적 표현'에 대한 개인적 거리감 혹은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SNS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그럼 남성은 정자 제공자(sperm carriers)라고 불러야 하나"는 반응이 나왔고, 일부는 "'pregnant people'과 'pregnant women'은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자 제공자'라는 표현은 성별 포괄적 언어에 대한 반감을 표현할 때 종종 인용되는 풍자적 표현이다. 예컨대 '임신한 사람들(pregnant people)'이라 부르기 시작하면, 여성은 그 임신에서 '자궁을 제공한 자'라고 불러야 하냐, 그렇다면 같은 논리로 남성도 '정자 운반자'로 불러야 하지 않느냐는 반어적 표현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처럼 성별 포괄적 용어가 오히려 여성의 정체성을 지우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크록살은 논란 이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무슨 이유로든 오늘 나를 팔로우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정말 다이내믹한 하루였다"고 밝혔다. 한 이용자가 "BBC에 불려가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하자 "그럴 준비는 돼 있다"고 답하며 유쾌한 태도를 보였다. 크록살은 1991년 BBC에 입사해 30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 진행자다. 2001년부터는 BBC 뉴스팀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과거에도 2022년 보리스 존슨이 보수당 당수 경선에서 철수했을 때 "기뻤다"고 말해 11일간 방송에서 제외된 적이 있었다.

BBC 측은 이번 방송 사고 혹은 편집 이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BBC의 스타일 가이드는 'He'나 'She'중 개인이 선호하는 대명사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지난 4월 대법원 판결 이후 생물학적 성별과 관련한 이런 지침의 적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공영방송에서의 성별 포용적 언어 사용과 전통적인 성별 구분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문제가 여전히 사회적 논쟁거리임을 보여주고 있다. 크록살의 생방송 중 즉석 수정은 이러한 논쟁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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