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좌완' 다음 투수가 '158㎞ 우완'이라니... 롯데 무서운 강속구 듀오 등장, 와신상담 끝 빛 본다

양정웅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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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윤성빈(왼쪽)과 홍민기. /사진=김진경 대기자
롯데 윤성빈(왼쪽)과 홍민기. /사진=김진경 대기자
수년간 와신상담의 시간을 가져왔던 롯데 자이언츠의 좌우 파이어볼러 홍민기(24)와 윤성빈(26)이 1군에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한 강속구에 경기운영능력이 덧붙여졌다.

두 선수는 모두 드래프트 상위 지명을 받고 롯데에 왔다. 윤성빈은 부산고 졸업 후 2017년 롯데에 1차 지명을 받았고, 홍민기도 대전고 졸업 후 2020년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선택받았다.


윤성빈은 2년 차인 2018년 1군에 데뷔, 18경기에 등판해 2승 5패 평균자책점 6.39의 기록을 냈다. 완성된 모습은 아니었지만, 시즌 초반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아줬다. 50⅔이닝 동안 69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뛰어난 구위를 증명했다. 보석보다는 원석이라는 평을 들은 홍민기는 2군에서 실력을 가다듬었다.

한동안 둘의 모습을 1군에서 보기는 어려웠다. 윤성빈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단 2경기 등판에 그쳤다. 홍민기 역시 2021년 1군 데뷔 후 그해 말 팀 동료 우강훈(현 LG)과 육군 현역병으로 군생활을 했다.

윤성빈과 홍민기는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부터 다시 1군에 등장했다.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홍민기는 지난해 5월 12일 사직 LG전에 선발 등판하며 2년 반 만에 1군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다. 윤성빈 역시 같은 해 7월 30일 인천 SSG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섰다. 다만 이 시즌 홍민기는 3경기, 윤성빈은 1경기 등판에 그쳤다.


롯데 홍민기가 22일 사직 삼성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홍민기가 22일 사직 삼성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후 두 선수는 퓨처스팀에 김상진 투수코치가 부임한 올 시즌 다시 성장했다. 윤성빈은 2군에서 최고 159km까지 뿌리면서 좋은 기록을 냈다. 홍민기는 수치로는 보이지 않는 뛰어난 구위를 보여주며 주목받았다. 김 코치는 이들에 대해 "구속이 특별히 좋아졌다기보다는 본인들이 힘을 쓸 수 있는 부분에서 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

홍민기는 더블헤더 특별엔트리로 3차례 등록된 끝에 지난달 17일 사직 삼성전에서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이후 6월 중순 다시 올라온 그는 18일 사직 한화전에서 선발 등판, 4이닝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막판 체력이 떨어지며 흔들렸지만, 1회부터 155㎞의 빠른 볼을 뿌려 주목받았다.

이어 3일을 쉰 후, 22일 사직 삼성전에서는 초반 흔들린 선발 박세웅을 대신해 마운드에 올랐다. 한껏 무르익은 투구로 3이닝 1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이날 역시 154㎞까지 나오는 강속구를 보여줬다. 한때 1-6으로 뒤지던 롯데는 홍민기의 호투를 발판 삼아 7회 빅이닝을 만들어 9-6 역전승을 거뒀다.

롯데 윤성빈이 22일 사직 삼성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윤성빈이 22일 사직 삼성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그리고 이 경기의 승리투수가 된 건 바로 윤성빈이었다. 그는 홍민기에 이어 7회초 3번째 투수 마운드에 올라 르윈 디아즈와 박병호라는 두 거포를 나란히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이어 류지혁까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루킹 삼진을 잡았고, 타선이 폭발하며 승을 챙겼다. 그가 승리투수가 된 건 2018년 9월 25일 사직 NC전 이후 무려 2462일 만이었다. 윤성빈 역시 무려 최고 158㎞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특히 첫 등판의 악몽을 말끔히 씻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윤성빈은 지난 5월 20일 사직 LG전에 선발투수로 나섰으나, 피치컴이 말을 듣지 않는 등 악재 속에 1이닝 4피안타 7사사구(6볼넷 1몸에 맞는볼) 9실점으로 무너졌다. 이후 당시 경기를 떠올린 그는 "프로인데 이러면 안 되지만, (피치컴 고장 이후) 시야가 분산됐다. 처음에는 (유)강남이 형 미트밖에 안 보였는데, 그 이후 시야가 분산됐다"고 아쉬워했다.

그래도 김 감독의 지시로 불펜으로 이동하면서 윤성빈은 안정을 되찾았다. 다시 콜업된 그는 지난 15일 인천 SSG전에서 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아예 승리투수가 됐다.

윤성빈과 홍민기는 많은 기대 속에 입단했지만, 긴 시간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다. '실패한 상위지명'이라는 일각의 시선에도 묵묵히 준비했던 두 선수는 결국 엄청난 강속구를 들고 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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