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별' 강조했지만... '연고 이전' OK저축은행 남은 고민은 '안산 팬심'

상암동=김명석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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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2025시즌을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OK저축은행 선수들. /사진=KOVO 제공
지난 2024~2025시즌을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OK저축은행 선수들. /사진=KOVO 제공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 권철근 단장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진행된 부산 연고 이전 관련 브리핑 자리에서다. 이날 KOVO 이사회 만장일치로 안산에서 부산으로 연고 이전이 확정된 OK저축은행은 권 단장이 직접 취재진에 이사회 자료를 토대로 연고 이전 배경 등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안산시와 12년 동행을 끝내는 과정이 "아름다운 이별이었다"고 강조했다.


권철근 단장은 "연고지를 떠날 때는 보내는 쪽과 늘 안 좋게 끝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안산은 시장님을 비롯해 (안산시) 국장님, 과장님뿐만 아니라 안산시체육회장, 안산시배구협회장님 등 모두 놀랍게도 '우리(안산) 품에서 잘 컸으니, 큰 데 가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해주셨다"며 "아름다운 이별이 됐다"고 했다. 안산과 12년 동행의 끝이 좋게 잘 마무리됐다는 설명이었다.

실제 과거 타 종목 등 프로구단들의 연고 이전 사례를 돌아보면 기존 연고지와 관계는 다소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연고 이전 자체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인데, 그럼에도 이전 결정을 내리는 건 결국 떠나는 구단이든 떠나보내는 지역이든 서로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나 불만 등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도 지난 2013년 안산을 연고로 창단해 무려 10년 넘게 안산과 이어가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다행히도 이 과정에서 OK저축은행은 오히려 안산시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게 됐다는 게 권철근 단장의 설명이다.

OK저축은행이 2013년부터 홈으로 쓰고 있던 안산 상록수체육관 전경. /사진=KOVO 제공
OK저축은행이 2013년부터 홈으로 쓰고 있던 안산 상록수체육관 전경. /사진=KOVO 제공
다만 그래도 구단의 고민은 남아 있다. 안산시와는 잘 이별했을지언정, 그동안 OK저축은행을 응원하다 갑작스레 팀이 떠나버린 안산 지역 팬들의 마음을 달래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OK저축은행은 언론 보도를 통해 부산 연고 이전 추진 사실이 알려진 뒤, 구단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팬 여러분이 느꼈을 서운함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그간의 성원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안산 팬들은 '배신감' 등을 언급하며 구단 결정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새 연고지가 된 부산 팬심을 잡는 것만큼이나, 안산 팬심을 계속 잡는 것에도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팬들이 계속 OK저축은행 구단을 응원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권철근 단장은 "안산시에 계시는 팬들을 위한 방안도 구체적인 부분들을 고민하고 있다. 계속 팬심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권 단장은 "멤버십을 3년 내내 하신 분이 몇 분인지, 한 번이라도 해주신 분은 몇 분인지 등을 따져봤다. 저희와 가장 빈번하게 만났던 분들은 수시로 이미 연락을 드렸고, 그분들도 이미 알고 계셨다. 모든 팬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은 SNS에 올렸던 게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정도 프로그램을 만들고, 팬들의 반응을 봐가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경기장에 오실 수 있었다면, 이제는 큰 마음을 먹고 (부산까지) 오셔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죄송하다. 다만 적어도 우리의 '찐팬'들, 오랫동안 사랑해 주셨던 팬들은 계속 팬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OK저축은행은 이날 KOVO 이사회 만장일치 통과로 부산 연고 이전이 최종 확정됐다. 새 홈경기장은 부산 강서체육공원 실내체육관이다. OK저축은행은 수도권에 집중된 한국 배구 기반을 확대하고, 구단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안산을 떠나 부산으로 연고 이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주황색이 중심인 팀 컬러나 CI 등도 새 연고지 부산을 최대한 녹이는 방식으로 변경을 검토하고, 리그 최고 수준의 평균 관중을 목표로 내걸었다. 권철근 단장은 "부디 멋진 부산 팬들과 잘 만들어볼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권철근 OK저축은행 프로배구단 단장이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KGIT센터 내 한국배구연맹(KOVO) 기자실에서 부산 연고 이전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명석 기자
권철근 OK저축은행 프로배구단 단장이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KGIT센터 내 한국배구연맹(KOVO) 기자실에서 부산 연고 이전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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