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20.25→1군 말소' 한때 157㎞ LG 홀드왕 '왜' 무너졌나, 염경엽 진단 "이 말 저 말 다 들으니까..." [수원 현장]

수원=김동윤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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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우영. /사진=김진경 대기자
LG 정우영. /사진=김진경 대기자
염경엽(57) LG 트윈스 감독이 몇 년째 방황하는 KBO 홀드왕 출신 우완 정우영(26)에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정우영은 한때 시속 157㎞의 강속구 하나로 메이저리그(ML)의 관심을 받던 특급 유망주였다. 가평초-강남중-서울고 졸업 후 2019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5순위로 LG에 지명돼, 프로 첫해부터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2019년 KBO 신인왕을 받았고 프로 4년 만인 2022년 35홀드로 KBO 홀드왕에 올랐다.


2022년 당시 정우영을 상대했던 외국인 타자들은 "투심 패스트볼 하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고 극찬했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역시 스타뉴스에 "정우영의 투심 패스트볼은 굉장히 샤프하게 떨어지는데 휘는 무브먼트도 크다. 여기에 구속까지 시속 94마일(약 151㎞)이 나온다. KBO 레벨에서는 쉽지 않다"고 관심을 드러냈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서는 투심 패스트볼 외에 구종 하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우영도 그 필요성을 인지하고 슬라이더 장착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23년부터 정우영은 팀과 정반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23년 이후 현재까지 91경기 평균자책점 5.26으로 점차 비중이 줄었고 올해 들어서는 개막 엔트리에도 승선하지 못했다.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구속 증가와 변화구 장착을 위해 동료 투수, 코치들에게 많은 걸 물어봤다. 지난겨울에는 사비를 들여 미국 유명 트레이닝 센터인 트레드 애슬레틱으로 향해 부진했던 2년을 돌아봤다. 정우영은 당시 구단을 통해 "미국 선진 야구를 배우고 싶다고 몇 년 동안 계속 생각했다. 야구 본토에서는 어떤 방향성을 가르쳐주는지가 궁금했다"고 말한 바 있다.


2022년 당시 정우영. /사진=김동윤 기자
2022년 당시 정우영. /사진=김동윤 기자
아직은 미국 유학의 효과도 미미하다. 올해 퓨처스리그 7경기에서 6⅓이닝 7피안타 5사사구(4볼넷 1몸에 맞는 볼) 8탈삼진으로 여전히 제구가 잡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마운드 공백으로 지난 13일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으나, 4경기 2⅔이닝 1피안타 4볼넷 3탈삼진 평균자책점 20.25로 달라지지 않은 모습과 함께 22일 말소됐다. 1군 등록 10일 만이었다.

오랜 시간 정우영을 지켜본 사령탑이 진단한 것을 요약하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24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하루 앞서 정우영과 성동현의 1군 엔트리 말소에 "난 볼넷이 싫다. 선수들에게도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하면서 "(정)우영이도 하루 실수했다고 (2군에) 내려보낸 것이 아니다. (좋았다는) 처음 두 경기도 사실 완벽하지 않았다. 그 경기들도 들쑥날쑥했고 아직은 밸런스를 찾지 못했다고 봤다. 1군은 지금 전쟁 중이다. (정)우영이를 여기서 챙겨주기보단 퓨처스에서 시간을 주는 게 맞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영이가 홀드왕을 하고 나서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구속에 꽂혀서 많은 걸 했다. 그 과정에서 이 사람, 저 사람의 조언을 듣기 시작했는데 구속도 안 나오고 성적도 안 나왔다"며 "확실한 내 것이 없는 상태에서 이 말 저 말 듣다 보니까 뒤섞였다. 나만의 무언가가 있는 선수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제때 쉬지 못한 것도 오랜 부진의 이유 중 하나로 봤다. 염경엽 감독은 "구속이 나오지 않는 건 둘 중에 하나다. 밸런스가 무너졌을 수도 있고 많이 던져서 피로가 누적된 걸 수도 있다. 당시 내가 분명히 쉬어야 할 때라고 했는데, 본인은 괜찮다고 계속 던지다 팔꿈치를 다쳤다. 계속 안 되는 걸 힘으로 하려다 수술도 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비우고 다시 시작하길 바랐다. 염경엽 감독은 "(정)우영이에게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아직 나이가 젊고 시간도 충분하다. 자꾸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무언가를 찾으려 하지 말라고 했다. 투수가 해야 할 기본으로 돌아가고, 그걸 잡는 게 결국은 모든 걸 찾는 방법이라 했다. 트렌드 쫓지 말고 폼도 그만 바꾸고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 뭘 했는지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2025 스프링캠프 당시 정우영. /사진=LG 트윈스 제공
2025 스프링캠프 당시 정우영. /사진=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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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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