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이 이리도 어렵나' 15연패 김윤하, 6득점 지원에도 5회 강판... 과감한 투구가 절실 [고척 현장]

고척=안호근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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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윤하가 24일 KIA전에서 한준수에게 홈런을 맞고 아쉬워하고 있다.
키움 김윤하가 24일 KIA전에서 한준수에게 홈런을 맞고 아쉬워하고 있다.
김윤하(20·키움 히어로즈)가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4경기 연속 승리의 맛을 보지 못했고 15연패도 끊어내지 못했다. 이번엔 스스로에게서 문제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김윤하는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98구를 던져 7피안타(2피홈런) 5볼넷 6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이 6점을 내줬지만 승리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3개를 남겨두고 결국 강판돼 노디시전을 기록했다. 팀은 9-6으로 이겼지만 스스로 씁쓸함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홍원기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결과가 안 좋으면은 계속 (연패) 수치는 쌓일 것이고 만약에 첫 승을 한다면 대서특별이 될 것"이라며 "본인도 굉장히 첫 승에 대해 목이 말라 있고 팀 동료들도 그렇다. 저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전 경기처럼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그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분명히 올해 안에는 언젠간 할 것이다. 그게 오늘이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키움에서 현실적으로 김윤하의 위치는 5선발이다. 그렇기에 6,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주길 기대하는 게 아니다. 홍원기 감독도 눈앞의 결과가 좋지는 않지만 정작 중요한 건 꾸준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하가 선발 등판해 투구를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윤하가 선발 등판해 투구를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지난 경기 이후에도 홍 감독은 김윤하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선발로 던지며 경험을 쌓았다면서도 "1,2회는 굉장히 공격적으로 던졌는데 3회부터 생각이 많아지고 안 좋았던 게 반복이 되는 걸 보고 이 부분은 본인이 한 번 더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날 투구가 더 아쉬웠다. 1회초부터 3점을 내줬다. 최형우에게 맞은 홈런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창진과 박찬호를 연속 볼넷으로 내보낸 게 화근이 됐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확연히 나타나 타자들이 속지 않았다.

2회를 세 타자 만에 막아낸 김윤하는 3회 1사 1,2루 위기에서 유격수 뜬공과 1루수 땅볼로 가뿐하게 위기에서 벗어났다. 특히나 패트릭 위즈덤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건 의미가 깊었다.

타선도 힘을 보탰다. 3회말 5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3-3 동점을 만들었다. 4회 한준수에게 솔로포를 맞고 다시 역전을 허용했으나 타선이 4회말 3안타 3볼넷, 희생플라이 하나를 묶어 3득점하며 재역전했다.

이젠 김윤하가 해야할 차례였다. 아웃카운트 3개만 막아내면 모처럼 승리 기회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참 어려웠다.

83구를 던진 뒤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윤하는 다시 선두 타자 최형우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1회 뼈아픈 홈런을 맞은 타자였지만 누가보더라도 적극적으로 승부를 펼치지 않는 게 보일 정도로 볼이 된 공은 존을 크게 벗어났다. 이어 오선우에게도 몰리는 공에 안타를 맞자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럼에도 한 번 더 김윤하를 믿었다. 어떻게든 연패를 끊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은 벤치의 생각을 읽어볼 수 있었다.

4회 역전 솔로포를 날리고 베이스를 도는 한준수(왼쪽)와 아쉬워하는 김윤하.
4회 역전 솔로포를 날리고 베이스를 도는 한준수(왼쪽)와 아쉬워하는 김윤하.
문제는 김윤하가 쉽게 안정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6구 승부 끝에 우익수 앞으로 향하는 안타를 맞고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키움 벤치가 움직였다.

바뀐 투수 박윤성이 2루수 방면 땅볼 타구를 유도해내 아웃카운트 2개와 1점을 맞바꿨고 중견수 뜬공으로 이닝을 마쳤다.

선발 투수가 승리를 챙기기 위해선 최소 5이닝을 버텨야 한다. 꾸준히 5이닝을 버티기 위한 전제조건은 투구수를 최소화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98구를 던진 김윤하의 볼넷은 5개에 달했다. 그 과정에서 투구수가 26구나 늘었다.

많은 볼넷은 과감한 승부를 펼치지 못한 방증이기도 하다. 98구 중 패스트볼이 38구였는데 스트라이크 비율은 57.9%(22/38)였다. 투구수를 최소화하며 긴 이닝을 끌고 가는 투수들이 많게는 70% 가까운 직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자랑하는 것과는 큰 차이다.

동료들의 응원이 뜨겁다. 경기 전 홍원기 감독은 동료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뭉치고 있다고 말했고 결승 홈런을 터뜨린 임지열은 "윤하가 많이 힘들겠지만 지금은 힘들어도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크게 신경쓰지 않고 최선을 다하다보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를 했다.

물론 15연패를 하는 동안 운이 따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절묘한 운영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 신예 투수가 소극적인 피칭을 하면 승리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홍원기 감독, 임지열의 말처럼 눈앞의 결과보다는 이 시기를 발전하는 과정으로 삼으며 보다 2년차 다운 패기 넘치는 과감한 투구를 펼친다면 머지 않은 순간에 값진 승리가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

김윤하(오른쪽)가 5회초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강판되고 있다.
김윤하(오른쪽)가 5회초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강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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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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