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도르트문트 다 뛰었던 박주호 "누가 이겨도 기쁘고, 또 가슴 아플 것"

지난 2023년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은퇴 인사를 한 뒤 김광국 울산 단장으로부터 기념 유니폼을 전달받고 있는 박주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울산 HD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의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전이 유독 특별한 선수가 있다. 선수 시절 울산과 도르트문트에서 모두 뛰었던 박주호(38)다.

박주호는 선수 시절 2015~2016시즌과 2017~2018시즌까지 두 시즌 반 동안 도르트문트 소속으로 뛰었다. 이후 유럽 생활을 마무리하고 국내 무대로 향할 당시 이적한 팀이 울산이었다. 울산에서는 세 시즌 동안 뛴 뒤 수원FC를 거쳐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공교롭게도 자신이 몸담았던 두 팀이 클럽월드컵을 무대로 맞대결을 펼치는 셈이다.


박주호는 25일 FIFA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울산과 도르트문트가 같은 조에 속했다는 추첨 결과를 들었을 때 놀랐던 기억이 난다. 클럽 월드컵 대회 규모가 커진 덕분에 전 소속팀들이 울산과 도르트문트의 맞대결이 성사돼 흥미롭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주호는 울산과 도르트문트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울산 시절에선 슬픔과 기쁨이 교차한 시기였다. K리그 우승을 놓쳤을 땐 많이 슬펐지만, 선수들끼리 '다시 도전해 보자'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난다. 리그 우승을 하지 못한 건 아직도 후회로 남아 있다"면서도 "다행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잘 마무리가 됐다. 경기장 안팎에서 동료들과도 잘 지냈다. 소중한 추억 덕분에 울산에서의 시간은 제 커리어에서 소중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시절 박주호(왼쪽 두 번째). /AFPBBNews=뉴스1

도르트문트 시절에는 다만 많은 경기에 출전하진 못했다. 그는 토마스 투헬 감독과 함께 마인츠05에서 사제의 연을 맺은 뒤, 투헬 감독이 도르트문트 지휘봉을 잡은 뒤 함께 이적했으나 잦은 부상 등으로 출전 기회를 많이 얻는 데 실패했다.


박주호는 "당시 도르트문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매우 강한 팀이었다. 부상만 없었다면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경쟁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더 나은 선수가 됐을 것"이라며 "비록 많은 경기에 뛰지는 못했지만, 그 팀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수로서 느낀 양 팀 팬들의 응원 문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마인츠 시절엔 도르트문트 팬들의 응원이 압도적이라고 느끼지는 못했다. 상대로서 그저 제 우선순위는 경기에만 집중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르트문트 이적 후에야 깨달았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응원에 놀라웠고 또 감동적이었다"며 "울산은 제가 뛰던 시절보다 지금 더 팬들이 많아졌다. 원정에서도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다. 팬 문화가 발전 중인 팀"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팀을 응원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박주호는 "그건 답할 수 없다"고 웃으며 답했다. 친정팀들에 대한 예우 차원이다. 그는 "두 팀 중 어느 팀이 이겨도 기쁠 거다. 그리고 동시에 가슴이 아플 것"이라면서 "가능하다면, 한국 선수가 골을 넣고 도르트문트가 이겼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울산과 도르트문트의 경기는 26일 오전 4시(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TQL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울산은 앞서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플루미넨시(브라질)에 2-4로 져 도르트문트전 결과에 상관없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도르트문트는 플루미넨시와 0-0 무승부 이후 마멜로디 선다운스전 4-3 승리로 승점 4(1승 1무)로 2위다. 울산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을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