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기성용이 직접 밝혔다 '서울→포항 이적' 전말

김명석 기자 / 입력 :
  • 글자크기조절
FC서울 주장 기성용이 지난해 10월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FC서울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FC서울 주장 기성용이 지난해 10월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FC서울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성용이 직접 밝혔다 '은퇴 고민→포항 이적 전말'... 주말 서울전 출전은 불투명

기성용(36)이 FC서울을 떠나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한다. 서울 구단의 '결별' 공식 발표에 이어 기성용도 직접 이적 배경을 설명하며 포항 이적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레전드를 떠나보낸 것에 대한 서울 팬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오는 주말 기성용의 서울전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기성용은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서울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 동시에 서울을 떠나 포항으로 이적하게 된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얼마 전 (김기동)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앞으로 팀의 계획에 없다는 것을 듣게 됐다. 은퇴해야 하는 시점이구나 생각하게 돼 그럼 은퇴하겠다고 말씀드렸고, 감독님께서 제 뜻을 존중한다고 하셨다"며 "가족들과 믿고 의지하는 축구인들이 아직은 선수로서 더 할 수 있다고 만류했고, 혼란 속에 며칠 냉정히 저를 들여다보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기성용은 "아직 충분히 더 뛸 수 있고,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단 몇 분을 뛰더라도 뛰고 싶은 이 마음을 억지로 사그러뜨리는 것이 선수로서 참 괴롭고 힘들었다"며 "노장으로서 내 욕심인가 깊이 고민도 했지만, 제 마음에만 집중해 봤을 때 '뛰고 싶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가장 제 솔직한 마음이었다. 선수로서의 마지막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끝내기보단 기회가 된다면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비고 좋은 모습으로 은퇴하는 게 팬들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직접 영입을 제안했고, 결국 포항 이적을 결정했다는 게 기성용의 설명이다. 그는 "(서울) 구단에 제 마음을 말씀드리고 저를 필요로 하는 팀을 기다리고 있을 때, 포항 박태하 감독님께서 가장 먼저 선뜻 제가 필요하다고 연락을 주셨고 이적을 결정하게 됐다"며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텐데 품어주신 박태하 감독님께도 정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FC서울 주장 기성용(왼쪽)이 지난해 10월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FC서울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기동 서울 감독. /사진=뉴시스
FC서울 주장 기성용(왼쪽)이 지난해 10월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FC서울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기동 서울 감독. /사진=뉴시스
서울 팬들에겐 미안함과 고마움을 함께 전했다. 기성용은 "많이 놀라셨을 거고 받아들이기 힘드실 거란 것 너무 잘 알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서울이 아닌 곳에서의 선수 생활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어 저도 낯설기만 하다"며 "서울 팬분들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고 아직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제가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온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이어 기성용은 "이렇게 결정하기까지 저에겐 참 힘든 시간이었다"며 "FC서울은 제 고향이자 제 자존심이기도 하다. 저만큼 이 팀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이 팀에 집착했고 이곳에서 마지막을 불태우고 싶었고 참 사랑했다. 지금껏 함께했던 동료들과 FC서울 팬들이 제 인생엔 잊을 수 없을 만큼 소중했고 또 소중하다. 깊은 애정과 응원으로 늘 저를 일으켜 주었던 여러분들의 그 사랑은 늘 감동이었다. 저 또한 여러분들을 향한 마음만은 변치 않을 것을 약속드리고 영원히 가슴에 담아 가져가겠다"고 했다.

기성용의 이같은 입장은 이날 오후 서울 구단의 기성용 결별 공식 발표 이후 이뤄졌다. 서울은 입장문을 통해 "구단 영원한 레전드 기성용이 팬들에게 잠시 이별을 고한다"며 "구단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영원한 캡틴 기성용과의 인연을 잠시 멈추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구단 측은 "이번 결정은 올 시즌 선수단 운영 계획에 기회가 없음을 확인한 기성용 선수가 남은 선수 인생에 있어 의미 있는 마무리를 위해, 더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고 이를 구단이 수용하며 이루어지게 됐다"며 "FC서울과 기성용 모두 긴 고심 끝에 내린 어려운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서울 구단은 "잠시의 이별이 더 오랜 동행을 약속할 수 있음을 서로가 확인했기에 가능했던 결정이기도 했다. 기성용이 선수로서 후회 없이 뛰고 내려놓을 때, 구단 레전드로서의 은퇴식을 함께 하기로 선수와 뜻을 모았다"며 "지도자로 제2의 축구 인생 도전함에 있어서도 구단이 최선을 다해 조력하고 서로가 함께 한다는 약속을 나눴다. 서울은 기성용에게 영원한 '레전드'로서의 모든 예우를 다하고, FC서울을 대표하는 축구인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함께 한다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FC서울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 구단의 결별 발표에 이어 기성용이 직접 차기 행선지를 밝히면서, 기성용의 포항 이적은 조만간 공식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는 29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기성용의 전·현 소속팀이 될 서울과 포항의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성용이 서울이 아닌 포항 유니폼을 입고 상암벌에서 친정팀을 상대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실제 이러한 모습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서울 구단의 공식 발표 등이 이뤄졌지만, 이적 관련 행정적인 절차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포항 구단은 이미 계약 절차까지 준비한 상태지만, 서울과 기성용의 계약부터 확실하게 정리가 필요해 기성용을 기다리는 중이다. 포항이 서울 구단이 직접 소통하는 게 아니라 계약 정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건, 구단 간 이적 형태가 아닌 서울과 계약 해지 이후 포항에 입단하는 과정이 유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울과 기성용의 계약은 올해 말까지다.

여기에 메디컬 테스트 등 다른 일정까지 고려하면 선수 등록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 K리그 출전 선수는 반드시 경기 하루 전날까지는 등록이 이뤄져야 하는데, 프로축구연맹 규정상 선수 등록은 주말엔 불가능하다. 결국 금요일인 오는 27일인 오후가 마지노선인데, 여러 정황상 이 일정을 맞춰 등록이 이뤄지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설령 선수 등록을 거쳐 출전이 가능하더라도, 기성용이 서울 원정 경기에 곧바로 출전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어 다음으로 포항 데뷔전이 미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기성용의 이적 배경을 둘러싸고 당분간 김기동 감독 등 서울 구단을 향한 팬들의 분노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서울 팬들은 기성용의 이적 소식이 전해진 뒤 모기업과 훈련장 등에 근조화환이나 트럭시위를 보내 분노를 표출했다. 서포터스 수호신 측도 입장문을 통해 '기성용 이적 상황 및 선수단 내 불화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가감 없이 투명하게 공개, 선수단 장악 문제 및 순위에 대한 감독의 입장 표명'을 공식 요청한 상태다.

수호신 측은 "납득 가능한 선의 내용이 전달되지 않으면 이후의 행동은 구단측에서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구단 입장에 따라 수호신은 다음 행동들을 계획 중에 있다. 더 이상 구단이 팬들과는 다른 목적지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여지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고 경고했다. 서포터스 수호신 측은 구단과 감독의 입장 표명 기한을 26일 오후 2시로 통보한 상태다.

FC서울 서포터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 서포터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